지난 여름, 비 많이 오는 날 입학했던 발달장애인 훈련센터에서 화섭씨가 드디어 구직을 했다. 점자입력직인데, 테스트와 훈련과정을 거쳤다. 오늘 드디어 첫 월급날. 예전보다 오른 월급이 들어왔다.
엄마가 화섭씨 월급통장을 관리하고 계신다. 일정 용돈만 받아 생활하고, 나머지 적금은 엄마가 들어주고 계신다. 군말없이 엄마의 말에 따라주는 화섭씨다.
몇주전, 직장인 복지관에서 전화가 왔다. 구내식당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점심 먹을 수 있는데, 화섭씨는 돈 안내고 안 먹고 있다고 한다.사유를 물어보니, 용돈 다 쓸데가 있는데 예상외 지출이라 안 쓴단다. 평생 부도날 일은 없는 화섭씨겠다 싶었다. 내가 대신 내줬다.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날. 작은 케이크를 사온 화섭씨다.포인트 모아서 할인 받아 샀단다. 예상치못한 돈은 안 쓰지만, 감성적이라 본인이 꼭 먹고 싶은 예쁜 초코케이크는 먹는 화섭씨. 초를 밝히고 캐롤를 부른다. 불황기에 새 직장을 얻고, 맛있는 식사와 디저트를 먹는. 축복을 상기한다. 겨울이 추울수록 식량과 온기가 귀해진다. 그걸 알게 해준 덩치 큰 섬세남 막내동생 화섭씨가 귀엽다.
회식과 많은 연말 약속이 없어진 연말이다. 작은 초라도 밝히며 마음의 온기를 잃지 말길,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께 성냥 한개비 같은 불씨를 전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