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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로밋 Feb 22. 2023

투자는 무서워

나는 신용카드를 사용하거나 주식투자를 하면 인생이 망하는 줄 알았다. 한번 손을 대면 끊을 수 없는 금융적폐의 이미지였달까? 나는 자제력도 재력도 없기 때문에 이들을 멀리하여야 했다.

 그런데 웬걸, 주식과 코인으로 사람들이 떼돈을 벌 고 있다고 뉴스에서 말을 하는 거다. 어라 주식은 손 대면 안되는 거 아닌가 뭐지 하며 기사를 읽다 보니 시대가 바뀌어 어느새 투자를 하지 않는 내가 바보가 돼버렸더라. 돈 복사기라나 뭐라나 그렇게 홀린듯 얼레벌레 나의 주식시대가 시작됐다.

 주변에서 좋다고 하는 주식을 조금씩 사들였고 초심자의 행운인지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나의 올인본능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백만 원을 투자해서 만원을 얻으면 천만 원을 투자하면 백만 원이잖아! 는 생각에 나는 큰 판을 그리게 되었고... 대선이 시작됐다.

 사실 내가 주식시장을 뭘 알겠나 남들이 좋다는 거, 우량주라는 거 이것저것 기웃거릴 뿐이었는데 그때 내 마음을 세게 치고 들어온 것이 테마주였다. 그것도 대선 테마주. 누가 대통령이 될 것인가 를 두고 피 개미들의 싸움이 벌어졌고 난 그게 퍽 매력적으로 보였다. 그리고 불나방처럼 판에 뛰어들었다. 결과는... 뻔하지 나는 처음 보는 마이너스 금액을 보고야 말았다. 아니야... 오를 거야... 안 팔 거야... 하는 내게 엄마가 당장 팔아버리라고 했다. 엄마가 뭘 알아! 하며 존버해보려 했지만 나날이 떨어지는 그래프에 눈물을 머금고 손해를 보고 팔았다. 그리고 주식을 접었냐고? 아니 본전 치기 해야지!

 그렇게 본전을 찾겠다는 마음으로 이번에는 코로나주로 들어갔다. 역시 초심자의 행운으로 쪼오금 금액이 올랐다. 나는 황금빛 미래를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그게 되겠냐고

 -25%. 와우. 내가 그동안 쫌쫌따리 모아 온 돈이 하루가 다르게 사라지고 있었다. 믿을 수 없었다. 왜냐면 이번엔 공부를 조금 하고 투자한 건데...! 가치투자를 할 거라며 이 친구는 오를 거라 믿으며 우리의 장기 연애가 시작됐다.

 매일 9시 5분 12시 3시에 현재 금액이 알람이 왔다. 오르는데 일주일 내리는데 하루.  어찌 이렇게 밀당을 잘하는지... 언제부턴가는 그냥 알림을 보고 슥 넘어가는 지경에 이르렀다. 오르겠지~라는 마음으로ㅎ. 그리고 1년이 넘은 어느 날... 드디어 계좌 색이 빨간색으로 변했다. 그러면 바로 팔았냐 그건 또 아깝지. 내가 얘랑 이 돈 벌자고 여기까지 온 것 같아? 가보자고 를 외치다가 대가리 세 번 치고 팔았다. 그리고 바로 어플을 지웠다. 그렇게 우리의 연애는 본전 치기로 끝이 났다.

그리고 오늘 오랜만에 그 친구를 봤는데 또 내렸더라. 적절할 때 팔아서 다행이다는 마음과 결국 상승장을 이뤄내지 못한 내 안목에 대한 씁슬한 마음이 겹쳤다. 오를 것 같았는데 정말...

 다시 주식을 시작할 것인가 누군가 물어본다면 정말 없어도 되는 돈만큼이면 할 것 같다고 대답하리. 그런데 없어도 되는 돈이 어딨겠냐 먹고 죽을래도 없다. 결론은 당분간은 안 할 것! 내가 판도를 읽을 수 있게 될 때 다시 도전해보려고 한다. 그리고 진짜 내 수익률보다는 적금 이율이 더 높더라ㅎㅎ...

 이래서 귀가 얇은 사람은 주식을 하면 안 되는구나... 교훈이라도 얻고 끝내자. 그리고 대선테마주 친구는 아주 나락 갔더라. 엄마 말을 잘 듣자는 교훈을 하나 더 얻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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