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포먼스 마케팅이 이런 거였구나 -
안녕하세요. 퍼포먼스 마케터 1년차, 닉네임은 '잔망스러운정주임'으로 할게요.
여기저기 떠돌아 다니다가 정규직으로는 처음 시작한 제 직무 '퍼포먼스 마케팅'에 대해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해요.
마의 25, 26살에 거쳐 '잔망스러운정주임'이 되기 까지, 그리고 앞으로의 커리어 패스를 기대하며 써 내려 가 봅니다.
0. 퍼포먼스 마케팅을 시작하기 전
저는 대학교에서 행정학을 전공했습니다. 실제로 행정, 정부 기관에 관심이 있어서 선택한 전공이었죠. 기초 전공인 행정학원론, 정치학원론부터 심화 전공인 정책분석론, 정책집행론까지 저에겐 모두 흥미로운 과목들이었습니다. 발표는 발표대로, 빡빡한 논술 시험까지 모질게 단련할 수 있던 시간이었기도 했습니다. 교수님 대신해 수업을 60분 발표로 채운 적도 있고, 행정고시 식 답안을 몇십장 외워서 한 시간 안에 국내 이슈들에 대해 논술로 쏟아 내고 나오면 공부 다 했네(?)라고 자만도 했었죠.
4년동안 '공익(public interest)' 노래를 부르던 자가 갑자기 퍼포먼스 마케팅.. ? 보통 "나는 퍼포먼스 마케터로 일하고 있어"라고 하면, 우리가 학부시절 흔히 배우던 <코카콜라 vs. 펩시 마케팅 전쟁>의 일종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대다수더군요. 저도 몰랐어요 솔직히. 그랬던 제가 이 직무를 선택한 배경은 솔직히 심플하게 '지인 추천'이 90% 이상을 차지합니다.
처음엔 사실 대기업 취업이 목표였어요. 가만히 못 있는 성향 탓에 공무원 시험엔 생각이 없었고, 그 후 가능한 선택지는 대기업 영업관리직이었습니다. 기업의 인재상에 맞게 튀지 않는 내용으로, 문단은 2~3개, 그래도 나름 카피라이팅한 첫 문장. 제가 약 2개월 정도 했던 작업이었습니다. 일편일률적인 자기소개서들 목록에 그렇게 끼워넣었던 제 자기소개서는 당연히 일편일률하게 불합격이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다행히도 빠르게(?) '한 개성 하는 나' = '대기업' 이라는 공식은 애초부터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주변에 몇 없는 인맥을 찾아 여러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유통사, 공단, 스타트업 등. 마지막으로 디지털 광고 대행사를 운영하는 분을 만났는데요. 구글, 페이스북 등 파트너사들과 일할 수 있다는 것이 그렇게 멋있어 보였습니다. (^^..) 또한 다양한 산업종의 마케팅에 참여하면서 간접 경험들을 해볼 수 있다는 것에 기대감이 생겼습니다. 그렇게 그 디지털 마케팅 업계 랜드스케이프 내 10개 이상의 디지털 에이전시들에 이력서를 보냈고, 첫 면접이었던 지금의 회사에 인턴으로 입사 그리고 지금의 "잔망스러운정주임"이 되었습니다.
1. 엑셀과 씨름하던 인턴 3개월
그 땐 몰랐습니다. 엑셀과 씨름을 하게 될 줄은요. 퍼포먼스 마케팅은 '엑셀'을 빼고는 논할 수 없는 직무인 것 같습니다. 엑셀 없이 일 하는 사람 있으면 나와봐요. 진심으로 부러워 해줄게요. 지금의 팀에서 가장 먼저 배운 일은 '엑셀 문서 예쁘게 만들기'였습니다. 눈금선 보기 체크 해제, 색상 조합, 때에 맞는 글씨 굵기 조절까지 정말 세세하게 코칭 받았습니다. 커서는 가장 첫 셀에 두고 저장하는 것까지요. 초장부터 빡세게 배운 형식은 광고주나 매체를 대상으로 기획 의도나 세부 내용들을 효율적으로 잘 전달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은 것처럼 말이지요.
아, 함수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기본적인 CPC, CTR, ROAS를 계산하는 나누기 함수들부터 언급하지 않으면 섭섭할 Vlookup, Sumif 친구들까지. 아마 이 함수들이 없었다면, 앗 상상하지 않을래요. Vlookup을 잘 못 걸어서 실수라도 하는 날이면 잠에 드는 순간까지 자괴감에 빠졌고, 꿈에서까지 엑셀 시트들이 나와서 악몽 아닌 악몽을 꾸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엑셀 처리 능력이 중요한 직종인 것 같습니다. 다행히 회사에서 업무에 필요한 엑셀 교육을 지원해주어서 필요한 엑셀 기능들은 숙지할 수 있었습니다.
2. Thanks, advertisers.
안녕하세요, 매니저님
점심 맛있게 드셨나요?
2017년 12월 1일 입사, 신규 광고주 계정 이관. 저는 운이 좋게도 정말 나이스한 광고주를 만났습니다. 퍼포먼스 마케팅에 있어 수년 차인 분이어서 업무 지식에 있어서도 배울 점도 많고, 부족한 신입사원의 제안에도 흔쾌히 TEST 진행 컨펌을 해주신 덕분에, 캠페인이 성장하는 만큼 저 또한 무럭무럭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에이전시, 인하우스로 만난 관계이지만, 정말 한 팀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함께 고민을 하는 시간도 많이 가져왔죠. 다행히 1년 이상 진행 중이네요!
퍼포먼스 마케팅 직종에 있어서도 광고주, 매체 커뮤니케이션도 직접 하느냐에 따라 또 그 매력이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거의 입사 때부터 어떻게든(?) 커뮤니케이션을 해왔는데, 정말 말에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일정 지연으로 인한 양해 요청을 할 때에도, 반대로 효율이 이만큼 좋아졌어요! 저 잘했죠? 하는 것들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그 체감도와 반응이 달라집니다. 숫자를 보여주는 때도 있고, 혹은 말로만 풀어내도 충분히 전달하는 때가 있는데 그 오묘한 차이들을 캐치하는 것도 일인 것 같네요.
3. 광고 좀 하게 해주세요!
"저 .. 19금 광고 가능한가요?"
2018년 7월은 개인적으로 일을 하면서 격동의 달이었습니다. 신규 매체를 찾고, 캠페인 런칭까지 이 광고주를 맡으면서 혼자서 다 해내야 하는 건 처음이었으니까요. 어디서 광고 가능한지도 모르겠고, 누구한테 얘기를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한 여름 더위를 다 먹은 것처럼 답답했습니다. 주섬주섬 회사 내부 집행 매체들, 외부 매체 리스트 업을 참고해서 help@.com과 같은 메일 주소에도 문의 메일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1차, 2차 제안 합쳐서 약 10개 이상 매체에 컨택을 했었는데요. 아마 매체 담당자 분들은 당당하게 19금 광고 문의를 하는 사람이 26살 여자 애라고는 생각도 못 했을겁니다.. ^^;
매체 서칭에서 나아가 실제로 광고가 가능하다면 어떤 타겟팅 기능들이 가능한지, 어떤 지면에 광고가 노출되는지 그리고 대략 데모는 어느 정도로 구성되어 있는지 챙겨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아직까지도 놓치고 있는 것들이 있지만요. 실제 집행을 하다보면 설마 이게 안돼? 하는 것들도 많아 속앓이도 했었죠. 리타겟팅을 위한 모수는 왜 이렇게 더디게 쌓이는지, 그러다보면 당연히 광고 볼륨은 늘지 않고 기대했던 ROAS도 안 나오구요.
한번은 인구통계 타겟팅 리포트를 뽑다가 여성 타겟이 아닌데 여성에 광고가 노출되어서 이슈라이징을 한 적이 있었는데, 일이 조금 커져서 매체 본부장님들과 미팅을.. (정작 이슈라이징한 저는 휴가..) 매주 캠페인 최적화를 진행하고, 밥 먹다가도 계정에 들어가서 모니터링했던 7월, 8월 여름날들이 지나 결국 9월에는 ROAS 100% 이상을 달성한 성과를 얻었습니다. 토닥토닥, 그 때 그 뿌듯함은 잊을 수 없어요!
4. 광고 좀 봐주세요!
쿠팡에서 가습기 상품을 본 당신, 이제 가습기 광고가 뜨지 않나요? 이제 당신은 가습기 광고 타겟 유저!
유치한 질문으로 시작했네요. 그래요. 타겟팅은 생각보다 별게 없습니다. 다만 어떤 전략을 세우느냐에 따라 그 기법이 달라지고 가끔은 타겟팅을 요목조목 모아 조합하기도 하죠. 브랜드 인지, 관여, 구매 의도 고려 등 단계별로 다양한 매체와 기능, 모수들을 사용해서 광고주 서비스, 상품에 적합한... 이제는 외워버렸네요.
이렇게 KPI에 따라 대략적인 STEP들을 정리하고 액션 플랜을 짜기도 하지만, 실제 운영과의 갭은 꼭 겸손히(?) 예측해야 합니다. 무턱대고 쓰다보면 광고비 훅 나가고, 성과는 0.. 심지어 내 돈도 아니야! 만일 그럴 때는 빠르게 인정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액션을 구체적으로 준비해서 공유해야 합니다. 몇 달동안 쌓은 광고주 신뢰도를 허망하게 놓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잖아요.
세부 타겟을 짤 때는 매체가 제공하는 관심사, 주제 카테고리들을 이용하는 것도 편하지만, 글로벌 매체들과 한국 실제 유저들의 관심사는 조금씩 상이한 부분이 있더라구요. 특히 콘텐츠를 제공하는 광고주를 만나다 보니 보통의 커머스 광고주들과는 차별화를 두어야 했습니다. (또르륵.. ) 신발을 파는 광고주라면 패션, 액세서리를 관심사로 기본으로 하겠지만 콘텐츠 광고주는 어떻게 해야 하죠? 물어볼 곳이 없어서 혼자 끄적이며 만들던 맞춤 잠재고객들이 [화장품 유튜버 URL], [스트리밍 플랫폼 앱], [음원 사이트 URL] 등이 있네요. 1년동안 신규 타겟들을 확보했다면, 이제는 타겟팅을 하면서 A 타겟, B 타겟, C 타겟 사이의 사각지대에 있는 유저들에 더 포커스를 두고 있습니다.
5. 이제 뭐 해먹고 살지?
퍼포먼스 마케터로 지내 온 1년은 저에게 급 노화를 주었지만, 하는 만큼 성과가 나온다는 교훈도 알려주었습니다. 그러니까 열심히 해야 하는 것으로 결론이 나는데요. 요즘엔 그 '열심히'라는 말에 진절머리 나기도 합니다. "뜻대로 성과가 안 날 때면 이 직업이 나랑 맞는 걸까?" 물음표를 던지는 날도 많지만, 항상 그 질문의 답은 솔직히 "이것도 못하면 다른 일은 어떻게 할래?"로 수렴하더라구요. 그런 생각으로 또 열심히 버티고 있습니다. 퍼포먼스 마케팅 뿐만 아니라 다른 직업들에게도 다 해당되는 말 같네요.
2019년 27살에는 어떤 선택을 하고 살까요? 지금 하는 일 속에서 또 새로운 재미를 찾을 수 있을까요? 그렇게 퍼포먼스 마케팅의 새로운 재미를 찾아 머무를 수도 있고, 또 다른 직업의 재미를 찾아 떠날 수도 있겠지요. 지금 여기 2019년 앞에서 오롯이 소망해 볼 만한 건, 1년 후에도 이런 유치한 글을 쓸 수 있는 염치가 남아있길 바라는 것입니다. 잔망스러운정주임 파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