쌩 문과 출신, 퍼포먼스 마케팅 대행사 AE의 고민
나는 퍼포먼스 마케팅 대행사의 3년 차 AE다. AE는 Account Executive의 약어로 뜻은 '일반적으로 광고와 같은 특정 클라이언트의 계정을 관리하는 담당자'다. 편하게 말하자면 계정 담당자라고 할 수 있겠다. 가끔은 AM(Account Manager)이라는 말도 쓴다.
#AE와 #AM의 차이가 무엇이냐고 할 때, AM이 기존 계정을 중점으로 관리한다고 하면, AE는 신규 계정 세일즈에 초점을 둔다. 물론, 한국에 이 단어들이 들어오면서 다르게 해석되는 영향도 있기에 더욱 두 Role을 재단하기 어렵다. 그리고 나를 비롯한 약 100여 명의 AE이자 우리 회사의 마케터들은 기존 계정들의 마케팅을 담당하면서도 신규 계정의 제안에도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AE라고 불린다.
사실 한국에서 AE는 제일기획, 이노션과 같은 종합광고대행사(종대사)에서 '광고 기획자'라는 직무로 알려져 있다. (제일기획 AE 직무 소개 https://blog.cheil.com/18368) 나아가 퍼포먼스 마케팅 대행사에서 AE의 역할은 '디지털 분야에서의 기술적인 요소'가 첨가되는데, 여기서 기술적인 요소라고 함은 디지털 매체에 대한 전문성 / Script, SDK에 대해 광고주, 매체와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을 정도의 Software Development 지식이 포함된다.
먼저, 디지털 매체에 대한 전문성은 직접 광고를 운영하면서 자연스럽게 체득된다. (안 그러면 야근이다.) 다만 [Script, SDK에 대해 광고주, 매체와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을 정도의 Software Development 지식]이 문제다. 보통 쌩 문과 출신의 인턴에게 '개발'을 들이 밀어 보라. 오리발을 들고 뛰쳐나갈 기세다. 3년 차인 나에게도 똑같다.
나는 이 브런치의 첫 번째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행정학사이다. 시험 기간, 모든 문제와 답은 '가나다라' 한글로 읽히고 썼다. 통계 수업이 있어도 깊게 들어가지 않아 시험을 글로 풀어낼 정도였다. 그랬던 내가 코드, 개발 언어 교육 없이, 이제는 광고주에 "헤더에 방문자 스크립트 심으시면 페이지 각각에 스크립트 따로 안 심으셔도 되고요, 이벤트 별로 매개변수는 가격, 상품 ID 호출될 수 있게 만들어주세요"라고 한다.
이렇게 얘기하지만 개발은 아직 나에게 너무나 먼 미지의 영역이다. 내가 아는 내용은 내가 마주하는 그 상황에서의 개발 작업에 대한 내용일 뿐이지, 새로운 상황에 내쳐지면 열심히 구글링 할 수밖에 없다. 갓-개발자님들에 비교하면 미천하지만, 이것도 2년 넘게 하다 보니 황새 따라가는 뱁새가 된 내가 나도 무섭다. 가랑이는 아직 찢어지지 않았지만, 이대로 하다 보면 찢어질까 하여 개발 공부를 시작할까 한다.
실례로, 매체-광고주 사이에서 다리 역할을 하는 대행사 AE의 대부분은 개발 작업에서 멘탈 바사삭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너무 모르면 일 자체가 진행되지 않고, 커뮤니케이션이 효율적이지 않으면 결괏값인 광고 효율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웹과 앱 모두 커버해야 하는 AE는 web, aos, ios 환경에 적응해야 하고 개발자들의 설명을 듣다 보면 차라리 공무도하가를 다시 배우고 싶은 마음이다.
그래서 나의 올해는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개발'을 배우기 위한 한 해가 될 듯하다. 앞서 [Script, SDK에 대해 광고주, 매체와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을 정도의 Software Development]라고 굳이 길게 작성한 이유도 동일하다. 갓-개발자님까지는 안 바라고, 빠른 일 처리를 통해 나의 워라밸을 지킬 정도로 말이다.
나와 같은 쌩-문과 출신의 대행사 AE들의 마음이 대부분 이렇지 않을까. 걱정 마시라, 어떻게든 하게 되어 있다. 다들 잘하고, 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