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12월 31일에 식구들과 둘러앉아 새해맞이 카운트다운을 지켜본다거나, 1월 1일이 되자마자 떡국을 한소끔 끓여먹는다거나, 지난해의 '버킷리스트'를 반성하고 이번 연도의 것을 세로 새운다거나 하는 것들 말이다. 그중에서 '버킷리스트'에 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지난해로 말할 것 같으면 교사로서도, 작가로서도 다채로운 경험을 한 해였다. 난생처음 온라인 강의를 찍어 완강하기도 했고, 작가로서 첫 발을 내디뎠다고 할 수 있는 공식적인 이벤트도 여럿 있었다. 다만 두 직업에서 갖고 있는 나의 아이덴티티가 사뭇 다른 게, 교사에 관한 이야기는 다른 매거진 목록에서 주야장천 얘기하고 있는 일이긴 하나, 사실 4개년 대학 교육을 이수했다거나, 자격시험을 통과했다는 문서로 된 근거 덕에 주눅이 들어있지는 않다. (그래서 버킷리스트에 칸을 따로 할애하지 않은 것도 같다.) 다만, 작가로서는 좀 다르다. 나는 어떤 교육과정을 제대로 거친 것도 아니고, 자격시험을 통과한 것도 아니니, 뭔가 계속 부족하다는 생각이 끊이질 않는다.
그것은 출간으로도, 등단으로도 해소가 되지 않는 것이었다. 대체 뭘 해야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걸까? 아무리 궁구 해보아도 해갈되지 않는 배움에의 열망은 내 특기인 '일단 뭐라도 해보자!'로 수렴되었다. 그래서 '버킷리스트' 중 한 칸에 당당하게 '동화책 100권 읽기 챌린지'라는 말이 입성하게 되었다.
다행히도 나는 작가 겸 교사여서, 학급문고에는 양질의 동화책이 가득했다. 명문이라고 들은 동화책을 몇 권 들어서 읽어보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일독 당시 느껴지는 많은 감정들이 어디론가 증발되는 것이 너무도 아쉬운 것이다. '교사인 나도 캐치하기 쉽지 않은 현장감을 이렇게나 생생하게 담아내다니!'라는 질투심과 '나도 나중에 이런 신선한 포맷으로 글을 한 번 써 봐야지'라는 각성, 혹은 '이 동화의 껍데기에는 아이들이 솔깃할만한 소재로 이루어져 있지만 담고 있는 내용은 상당히 교과서적이구나'라는 알고도 해내기 쉽지 않은 동화의 법칙들을 허공에 날려버리는 것이 상당히 아쉬웠다. 이것을 어떻게 잡을꼬? 하니 내가 가장 사랑해 마지않는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가 떠오른 것이다.
그동안 '브런치'에 글을 적어 넣을 때 나의 시선은 '어떻게 해야 독자들의 눈에 잘 들어올까'였다. 그런데 이번 (자체) 프로젝트의 목표는 '어떻게 해야 미래의 내가 이걸 자주 들여다볼까'이다. 어떤 포맷으로 정리해야 미래의 나에게 톡톡이 도움이 될지, 그놈의 '배움에의 갈망'이 조금이나마 해결이 될지 고민을 좀 해봐야겠다. 일단 내가 약속할 수 있는 것은 단 한 가지이다. 최대한 솔직하게 적고, 보여주기 식의 감상문은 지양할 것. 그것은 즉, 동화작가(지망생)의 시선으로 가득할 거라는 것이다. 혼자만의 챌린지가 될지도 모르는 이 매거진이 올 연말의 나의 자양분이 되기를 간곡히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