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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나의 에세이를 준비하십시오

부당한 징계에 맞서라

by 마테오

살아오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써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대부분 없을 것입니다. 요즘에는 편지조차도 잘 쓰지 않는 시대입니다. 하물며 자신의 이야기를 에세이 형식으로 써본다는 것은 쉽질 않습니다. 어떤 분들은 인생 후반에 자서전 쓰기에 도전하기도 합니다. 거창 한 얘기를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노동위원회 심판 과정에서 심판관들께서 진솔한 나만의 이야기를 읽어 보게 함으로써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을 근로자의 편으로 동조화시켜보자는 취지입니다.


당신은 억울한 징계에 대하여 노동위원회에 부당징계 구제신청을 하면서 이유서를 비롯한 부속서류를 증빙으로 제출합니다. 이유서에는 필수적으로 신청 취지와 신청 이유가 들어간 주장을 해야 합니다. 신청 취지는 간단하게 회사의 처분이 부당하니 취소를 구하고, 근로자로서 그간의 부당한 처분에 대하여 손실 보상과 원직 복직을 요구하는 내용이면 됩니다. 그리고 신청 이유에서는 자신이 주장하려는 내용을 기준과 원칙에 부합한 내용으로 조목조목 주장해야 하며, 그 주장은 법리적으로 타당하고 논리적이어야 합니다.

이렇게 기본적으로 반드시 제시되어야 하는 내용 외에 꼭 챙겨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자신의 이야기입니다. 근로자로서 성실히 걸어온 직장 생활의 여정을 담담히 써낸 에세이를 별도로 제출하십시오. 에세이의 내용은 본인의 진심과 성실함이 심판관들에게 감정으로써 전달할 수 있도록 구성되면 좋습니다. 해당 사건의 내용 외에 사족이 될 것만 같은 에세이를 왜 제출해야 할까요?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심판관에게 사건 당사자가 어떤 인물인지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필자가 사건을 접하면서 심판관들은 신청인이 어떤 인물인지 전혀 알지 못한 상태로 2시간의 심리를 통하여 판결을 내리게 됩니다. 근로자의 입장에서는 아쉬울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노동위원회 심판관들도 사회인의 한 사람으로서 근로자가 억울하다고 주장하고 나왔을 때, 신청인은 과연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할 것이고, 아울러 이 사건이 불거지게 된 연유도 묻고 싶어 할 것입니다. 은근히 인간적인 면모로써 어필할 필요가 있습니다.


둘째, 심판관들은 사건의 내막을 궁금해합니다. 도대체 이 사건이 불거진 본질이 무엇인가에 의문을 갖습니다. 신청인의 이유서 내용을 읽기에 앞서 에세이를 통한 감성적인 접근 의도로써 좋습니다. 이유서에 쓸 수 없는 내용들, 가령 외압에 의해 본 사건이 비화되었다. 정치적인 이유로써 기화된 사건이다. 하여, 근로자로서 소명의 한계를 느끼고 있다는 정도의 이야기를 쓸 수 있습니다.


셋째, 조직 내 협력은 어떻게 하였으며, 성과는 무엇이었는지를 제시해야 합니다.

이유서에서는 사건의 본질적인 내용으로만 써야 주장의 논리가 정연하게 됨으로써, 당신의 조직 내 성과를 언급할 기회가 없습니다. 하여, 에세이에서 근로자로서 아주 탁월했던 사례 한두 가지를 언급하면서 공동체의 가치를 위해 열심히 노력했음을 부각하면 좋습니다.


직장 내 성과는 표창과도 같은 것입니다. 직장인으로서 인화 단결의 결정체입니다. 무작정 자신의 성과라고 기술하기보다는 협력에 의한 성과임을 강조해야 합니다. 직장 생활에서 겪었던 감동적인 순간, 또는 직장 내 동료와 신뢰를 쌓으며 경험했던 에피소드는 진정성을 더합니다. 근로자로서 직장을 소중히 여기며 함께 성장해 온 개인적인 이야기로 심판관의 공감을 유도합니다.


그럼 에세이는 어떤 식으로 쓰는 것이 좋을까요? 필자가 했었던 내용들입니다.

먼저, 구구절절보다는 핵심 요약의 기술 형태로 작성해야 합니다. 당신의 에세이는 길어지면 절대로 안 됩니다. 길게 작성된 에세이는 읽어보지도 않을 것입니다. 신청인이 제출하는 이유서도 가급적 20쪽 이내로 할 것을 주문하였듯이, 에세이는 2장 정도면 아주 좋을 것입니다. 심판관들이 사건의 이유서를 보고, 별첨 된 당신의 에세이를 통하여 근로자의 주장에 공감되도록 심플하게 작성해야 합니다.

또한, 근로자로서 임하는 자세가 부각되도록 작성되어야 합니다. 에세이는 가볍게 읽어 보는 글입니다. 지나치게 현학적인 표현은 삼가고 일상적인 용어를 통한 쉬운 문체가 바람직합니다. 에세이는 이유서에 덧붙여지는 글입니다. 그러므로 근로자의 이미지를 공감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야 하기에 더더욱 인간적으로 담담한 표현들이면 아주 좋습니다.


덧붙여, 가장 솔직한 글이 되어야 합니다. 글에는 무언의 힘이 있습니다. 읽는 자에게 당신의 혼이 전달되기 때문입니다. 에세이는 나의 이야기입니다. 절대로 상대의 흠결을 꼬집거나 비유로서 폄훼해서는 안 됩니다.

마무리는 자기 성찰의 태도를 기술하고, 미래에 대한 다짐을 담아내면 좋습니다. 세상살이는 ‘모두 내 탓입니다.’ 억울하다고만 주장하면 구질구질합니다. 나로 인해 빚어진 사건이므로 책임 있는 태도의 견지가 상당히 중요합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성찰의 기회로 삼아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하며, 공동체의 가치를 소중히 하는 근로자의 삶을 살아가겠다는 다짐으로 마무리하시면 좋습니다.

이러한 요소들을 담아낸 당신의 에세이는 근로자로서 진정성과 책임감을 심판관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 것이며,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 내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에세이 ‘근로자로서 걸어온 길’은 특별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자신만의 이야기를 진솔하고 담담하게 풀어내면 됩니다. 짧은 글을 통해 당신의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할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글이 주는 무언의 힘을 통해 당신의 공감 능력을 보여줄 수 있으면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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