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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raw로먹는 여자 Oct 27. 2021

자신만의 공간을 갖고 싶은 사람들에게...

나의 공간이 만들어지기 까지의 여정을 공유합니다. 


합정역에서 멀지 않는 곳 20평 남짓한 곳에서 인테리어만 3천만원을 투자한 내 쿠킹스튜디오에 사람들이 찾아오면 너무 멋지다며 누구나 환호성을 지른다. 그런 칭찬에 머쓱하면서도 내심 뿌듯하다. 이런 공간에 요리를 가르치려고 서있는 나를 성공한 여자의 표본처럼 바라보는 이가 적지 않다. 하지만 내가 이 공간에 서있기 까지 7년의 시간을 생각하면 다시 그때처럼 할 수 있을 꺼 같지는 않다는 씁쓸한 생각이 든다. 어떤 욕망과 에너지가 나를 이 자리 까지 오게 할 수 있었던 것일까? 그것은 과연 단순히 채식의 힘이라고 웃으면서 말할 수 있을까?    

                                                                      

 나는 사람들에게 공간 없이 채식 요리를 가르쳤다. 7년전 나는 작은 싱크가 있는  작은 연습실에서 요리를 가르치기 시작하였다. 싱크가 너무 작아 한 사람도 서있기 힘든 공간에서 초등학생 책상을 다닥다닥 붙여 요리 강습을 하였다. 1년 후 나는  살고 있는 원룸을 요리 가르키는 곳으로 변화시켰다. 나의 짐들은 모두 박스나 옷장에 꼭꼭 숨겨놓았고 자는 곳은  평상침대를 구매하여 낮에는 쇼파로 밤에는 매트리스 없는 딱딱한 침대로 사용했다. 1년 동안 나는 내 원룸에서 없는 사람처럼 숨어 지내며 쿠킹 클래스를 운영하였다. 이후 사업이 조금 잘되어 강남으로 이전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아무연고도 없이 지방에서 올라온 나는 서울에서 스튜디오와 집이란 공간을 구분해서 사업을 하기란 꿈도 꿀 수 없었다. 강남 신논현에서 화장실 2개 방 3개짜리 아파트를 단기 렌트해 넓은 주방과 거실을 쿠킹 클래스공간으로 사용하고 중간 방하나는 나의 사무실 겸 침실로 작은방은 창고로 화장실이 딸린 가장 큰방은 다른 사람에게 몰래 월세를 주는 형태로 1년을 살았다. 그 곳은 항상 사람들이 자유롭게 오고가는 스튜디오처럼 사용되니 언제나 사무실 같이 유지되었고 나는 그렇게 또 1년을 일과 주거를 동일한 공간에서 출퇴근이 없이 일하였다.


 우연히 지인 중 한 분이 자신의 사무실이 넓어 필요 없는 공간을 분리해 주겠다며 그곳을 무료로 사용하라고 하였다. 서울에서 공짜로 공간을 사용하라고 하다니 정말 그분은 나에게 하느님이나 다름없었다. 나는 그 당시 침실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자발적인 노동이 너무 싫어 그분의 호의를 받아들였다. 그 분은 50대이며 무역업을 하고 있었고 (말로만) 절실한 기독교 인이였다. 역시 세상에 공짜는 없었다. 나는 그 분의 사무실을 같이 사용하는 대신 수시로 그 분과 식사를 같이 해야 했으며 자신이 살아오면서 한 온갖 선한 일들의 똑같은 레파토리를 계속해서 들어줘야 했다. 또 어떤 날은 밤에 드라이브를 하자며 불러내고 휴일이면 외곽으로 여행까지 가자고 제안했다. 언제가는 용돈을 하라며 몇 만원씩 주기도 했다. 어느새 부터인가 그분 회사에 오는 손님들의 접대를 내가 하고 그 분은 내가 하는 일을 자기 회사처럼 이야기 하기도 했다. 자기 회사 직원들에게는 나를 아주 불쌍하고 가난한 사람이며 신앙으로 도와주고 있다느니 안타깝다느니 하는 이야기를 해댔다. 점점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돈을 내지 않고 공간을 쓰고 있으니 이 정도는 참아야 하며 이것이 내가 내는 월세다 생각했다.  가능한 그 분과 마주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꾸역꾸역 1년을 그 공간을 사용하였다. 


 채식을 요리하고 알리는 일을 시작하면서 몸도 가벼워지고 돈도 벌 수 있게 되었지만 내 공간이 없는 나에겐 진정한 자유가 없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떠돌이 쉐어링뿐이였다. 이곳 저곳 빌릴 수 있는 쿠킹스튜디오를 렌트하면서 공간을 이동하며 쿠킹클래스를 하였다. 차안에는 항상 주방도구들로 가득찼다. 수많은 짐들을 옮기고 내리는데 골병이 났다. 사실 나는 뚜렷한 공간도 없이 서울 여러 곳을 전전하며 지금까지 살아 남았다. 


힘겨운 떠돌이 쉐어링을 하다가 드디어 나는 내 공간을 만들었다. 7년 동안 항상 꿈꿔 왔던 일이다. 나는 지금 예전보다 행복하게 요리하고 있을까? 조물주 보다 높은 건물주님의 기세, 높은 월세, 자꾸만 돈이 드는 인테리어, 비슷한 컨셉으로 경쟁하는 많은 사람들 등등 엄청난 압박과 스트레스는 가위에 눌린 듯 나를 압박한다. 나에게 있어 공간을 가지고 운영한다는 것에 대한 책임과 댓가는 가공식품을 먹은 듯 몸에 독소를 만들어 나를 축 처지게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이것은 내가 다시 열심히  먹고 가르치고 다시 독소를 배출하고 살아가게도 하는 원동력이 된다.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배우고 나처럼 음식과 일을 연결지어 살기를 꿈꾼다. 그들은 학생, 주부, 취준생, 회사원, 전문직등 다양한 부류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다. 많은 분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불안감을 느끼거나 지금 하는 일이 막연히 자신의 일이 아닌거 같다며 너무 힘들다고 호소한다. 이런 일(채식을 가르치는 일)을 하면서 본인도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 먹고 돈벌이도 하고 싶다고 한다. 지금은 꼭 아니여도 나중에 꼭 할꺼라 말하며 나처럼 되고 싶다고 말한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때면  지금 하는 일을 절대 놓지말고 건강한 채식요리를 열심히 만들어 먹는 것 부터 하라고 한다. 또 가족, 이웃들에게 음식을 나누며 소소한 행복을 즐기면서 일상을 유지하는 것도 너무 가치 있고 행복한 일일 수 있다며 내 경험을 토대로 조언해준다. 


왜냐면 나는 7년전 돌아가서 이 일을 다시 선택하라고 한다면 과연 다시 할 수 있을지 너무 고민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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