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도 세탁소 인터뷰집 프롤로그
지난해 여름 한 달 동안 영도에서 잠시 머물게 되었다.
영도는 섬이다. 영도에서 머물면서 바다에 습도와 땅의 열기가 만나 여름이 어떤 계절인지 온몸에 각인하게 된다. 대학생 때 대만 타이베이에서 한 달 정도 어학연수를 갔을 때는 이렇게 지치지 않았는데 이젠 정말 나이가 들었나 보다.
언덕마다 골목마다 집이 옹기종기 붙어있다. 경사가 체감 상 직각이다. 이 언덕만 넘으면 끝이라고 생각할 때쯤 '어, 그거 아니야~'하고 다른 직각이 날 반긴다. 목에서 피 맛이 나도록 걸어 올라가면 그 끝에는 눈에 아로새기고 싶은 절경이 나타난다.
오밀조밀하게 모여있는 집들, 저 멀리 조선소의 주황색 대형 크레인, 바다 위 정박한 커다란 배들
영도는 해무가 잦은 곳이다. 산 할아버지가 구름 모자를 쓴 것처럼 봉래산에는 안개구름이 걸쳐져 있다.
안개구름이 천천히 땅으로 내려오면 내가 하늘에 떠 있는 듯 구름에 감싸인다. 햇살이 점점 강해지고 바람이 세차게 불면 해무는 눈부신 파도에 부서져 수평선 너머로, 너머로 바닷속으로 사라진다.
언덕길과 눅눅한 습도에 익숙할 때쯤 주위를 더 살펴보는 여유가 생긴다.
갈매기보단 까마귀가 많은 동네, 마을 사람들만 아는 버스 정류장, 점점 귀에 잘 들리는 단어들.
섬이지만 섬처럼 느껴지지 않는 곳.
낮에는 물양장으로 들어온 배들을 바라본다. 옹기종기 모여있는 배들은 어디로 떠날까 상상을 해보면 어느새 해가 저문다. 밤이 되면 여러 색으로 빛나는 부산대교를 멍하니 바라보면 봉래산에서 부는 바람과 바닷바람이 만나 살랑살랑 땀을 식혀준다.
눈떠보니 어느새 여름이 끝나갔다. 그저 아쉽고 아쉬워서 머리에 가득 담으려고 눈에 힘을 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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