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로 보는 가상 캐스팅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는 2016년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끈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이다.
반복되는 취업 실패로 자신감을 잃은 미쿠리는 자존감이 낮은 모태솔로남 히라마사의 집에서 가정부로 일하게 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갑자기 미쿠리의 가족이 멀리 이사를 가게 되어 일을 관두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살 곳도 없고, 또 일을 하며 의외의 만족감을 느낀 미쿠리는 홧김에 히라마사에게 계약결혼을 제시한다. 계산이 철저한 공대남 히라마사는 처음엔 적잖이 당황했지만 계약결혼을 빙자한 고용 관계는 사실 완벽한 수요와 공급의 합치임을 깨닫고 제안을 받아들인다.
남자 주인공 츠자키 히라마사는 공대 출신 프로그래머이면서 모태솔로이다. 제대로 된 사랑을 해본 적도 없고, 누군가 자신을 좋아해 줄 리 없다는 낮은 자존감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답답하고 소심한 성격이지만 그만큼 순수하고 너드미가 넘치는 캐릭터이다. 원작에서는 실제로도 비슷한 성격을 가졌다고 알려진 싱어송라이터 호시노 겐이 역할을 맡았다.
안경이 잘 어울리고, 소심하며, 어딘가 꽁하고, 나사가 살짝 빠진 것 같은 역할을 찰떡 같이 소화할 수 있는 남자 배우로는 강하늘, 임시완, 도경수가 떠오른다. 세 배우 모두 연기력으로는 흠잡을 곳이 없다.
강하늘 배우는 극을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끌고 나가는 힘이 있다. 진지한 모습과 발랄한 코믹을 모두 표현 가능하다는 점에서 <도망부끄>의 분위기와도 아주 잘 어울린다.
임시완 배우는 뻘하게 웃기는 매력이 있다. 소심하면서도 조곤조곤 할 말을 다 하는 그 모습 자체가 귀엽달까. <미생>에서도, 최근 <런 온>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도경수 배우는 말 못 할 사연이 가득한 캐릭터를 표현하는데 대단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 히라마사가 하는 일의 80퍼센트 이상이 자신의 마음을 숨기는 것이라는 것에 주목한다면, 도경수의 히라마사 역시 기대가 된다.
<도망부끄>의 여자 주인공 모리야마 미쿠리는 대학원까지 나온 고학력자이지만 계속해서 취업에 실패하고 현타에 빠져있다. 하지만 맡은 일은 끝까지 책임감을 가지고 해내는 끈기와, 겉으로 보기엔 무뚝뚝한 히라마사를 챙겨주고, 그의 진가를 알아봐 주는 따듯한 마음씨를 가졌다. 히라마사가 반하고도 남을 매력은 덤.
미쿠리의 똑 부러짐, 성실함, 그리고 러블리함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을 거 같은 배우로는 남지현 배우가 떠오른다. 역시 진지함과 발랄함을 넘나들 수 있는 배우이며, 선배들을 놀라게 할 정도로 열심히 작품 준비를 한다고 알려진 성실함이 미쿠리의 성실한 성격에도 잘 어울린다. 게다가, 꼭 원작의 배우와 비슷할 필요는 없지만 화려함보단 수수한 모습이 더 잘 어울린다는 점, 환하게 웃는 모습이 매력적이라는 점이 아라가키 유이 배우와도 비슷하다.
비주얼도 앞서 말한 배우들과 잘 어울리고, 도경수 배우와는 <백일의 낭군님>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적이 있다.
츠지야 유리와 카자미 료타는 드라마를 이끌어가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조연이다.
카자미는 히라마사의 직장 동료다. 하지만 히라마사에겐 없는, 잘생긴 외모와 센스를 가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신적인 사랑에는 회의적인 편. 그는 가장 먼저 히라마사와 미쿠리의 결혼이 가짜임을 알아차리고 미쿠리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히라마사는 그 사실을 알고도 어쩐지 자신보다 카자미가 더 미쿠리와 잘 어울리는 거 같아 지레 마음을 접으려 한다...ㅠㅠ
유리는 미쿠리의 고모이다. 싱글이면서 어엿한 커리어 우먼인 유리는 취직에 성공한 미쿠리의 미래의 모습이기도 하다. 비록 직장에서는 인정을 받고 있지만 어딘가 외롭고 허전한 마음은 달랠 길이 없다.
히라마사의 마음이 진심임을 알게 된 카자미는 역시 허전한 마음을 이끌고 퇴근 후 자주 가는 술집에 간다. 유리 역시 같은 술집의 단골인데, 둘은 서로의 고민을 털어놓으며 가까워진다. 카자미는 유리를 좋아하게 되지만 유리는 나이 차이도 많이 나고, 이제와서 사랑을 하는 것도 웃기다고 생각해 계속 그를 밀어낸다.
카리스마와 러블리함을 모두 갖춘 츠지야 유리 역할에는 윤세아 배우가 잘 어울린다. 윤세아 배우 역시 부담스럽지 않은 분위기로 극을 이끌어 갈 수 있다.
하지만 카자미 역을 누가 맡으면 좋을지가 금방 떠오르지 않았다. 고모와 조카 관계인 유리와 미쿠리 두 사람과 다 잘 어울려야하기 때문이다. 너무 어리지도, 나이가 많지도 않으면서 외모까지 출중한 카자미 역에는 이준혁 배우가 딱이었다. 남지현 배우와도, 윤세아 배우와도 모두 잘 어울린다. 남지현 배우와는 드라마 <365: 운명을 거스르는 1년>에 함께 출연하기도 했다.
원작의 출연 배우인 오타니 료헤이와 가장 비슷한 느낌의 배우를 찾자면 이진욱 배우 역시 좋은 선택지가 된다.
누마타는 히라마사의 직장 동료이자, 유리의 친구이며, 취미로 요리 블로그를 운영한다. 보기와는 다르게 (?) 섬세한 매력까지 갖춘 누마타 역에는 이유준 배우가 잘 어울릴 것 같다. 촉이 좋은 척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도 않은 누마타의 반전 매력을 잘 표현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