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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잼 매니저 Jun 27. 2021

출퇴근하며 읽기 좋은 책

소설가 하루키의 에세이

 

 출퇴근 지하철 노선의 최후의 보루이자 한 줄기 빛이라고 생각했던 5호선이 마곡 지구가 재개발되면서부터 무시무시한 지옥철이 되어버렸다. 개인적으론 출퇴근이 괴롭기로 정평이 난 2호선보다도 밀집도가 심한 것처럼 느껴진다. 지하철을 탈 때면 너무나 괴롭다. 어떤 때는 사람들 사이에 둘러싸여 숨을 쉬는 것조차 힘겹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꿋꿋하게 백팩을 앞으로 메고(내 앞으로 한두 뼘 정도의 공간을 마련하고) 책을 꺼내 읽는다. 그러면 (지긋지긋한) 현실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다른 세계 속으로 들어가 정서적인 안정을 취할 수 있게 된다. 언젠가는 모두가 쾌적하게 편히 앉아서 직장을 오갈 수 있는 서울이 되길 (정말정말정말) 간절히 바라본다.

 그건 그렇고…, 나는 가만히 시간이 가기를 기다려야 할 때면 보통 멍하니 있거나 핸드폰을 하기보다는 가지고 다니는 책을 꺼내 읽는데, 지금 읽고 있는 책이 (유독 길게 느껴지는 고통의) 시간을 빨리 감기 해줄 뿐 아니라 미소까지 짓게 해서 추천을 해보려고 한다. 출퇴근 길에 마스크를 끼고 있음에도 온갖 불만과 짜증이 묻어있는 것이 느껴지는(혹은 모든 것을 초월한 무표정으로 핸드폰만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나은 기분으로 집과 직장을 오고 갔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 책은 총 3권으로, 무라카미 하루키가 <앙앙anan>이라는 잡지에 연재했던 에세이를 엮은 것인데, 제목이 참 특이하다. <저녁 무렵에 면도하기>,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가 그것인데, 제목만 보고 포기하긴 이르니 일단 조금만 더 제 말을 들어보시길. 개인적으로 하루키의 장편 소설에는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해 잘 읽지 않고 주로 단편 소설이나 에세이를 찾아 읽는데, 이 책은 그중에서도 출퇴근 길에 ―최적화되었다고 해도 좋을 만큼― 어울리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니 말이죠.     


 하루키는 책의 첫머리에서 스스로를 ‘작가’라 칭하지 않고 ‘소설가’라 자칭하면서, 에세이를 ‘맥주회사가 만드는 우롱차’ 정도로 생각한다고 밝힌다. 그 때문일까, 이 책은 사소하면서도 가볍다. 편안하게 술술 읽히면서도 마음을 홍홍 가볍고 밝은 기분으로 만들어준달까. 음…, 여행지에서 우연찮게 의외의 인물과 기분 좋은 대화를 나눴을 때 느껴지는 기분처럼 말이다. (여행을 갈 때면 때때로 이런 사람을 만나게 되어 항상 설렘을 갖고 여행지를 돌아다니곤 했는데, 현실의 삶 속에서는 잘 되지 않더군요.) 사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몇 년째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거론되는 대문호이지만, 에세이를 읽어보면 주위 어딘가에 살고 있을 것만 같은 자기 세계가 뚜렷해 보이는, 대체 무얼 하며 사는지 알 수 없지만 독특한 매력으로 흥미를 끄는, 괜히 친근함이 느껴지는 아저씨 같은 느낌을 풍긴다. 물론 여기에 가깝고도 먼 이웃 나라의 감성을 더해야만 하겠지만….

 하루키가 말하는 에세이의 원칙은 1. 남의 악담을 구체적으로 쓰지 않기, 2. 변명과 자랑을 되도록 쓰지 않기, 3. 시사적인 화제는 피하기, 이므로 ‘쓸데없는 이야기’에 한없이 가깝다고 자평하니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중 에세이는 어려워, p.32~35, 비채) 출퇴근길에 이웃 나라의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저씨의 기분 좋아지는 여러 다른 (쓸데없는) 생각들에 흥미가 있는 분이라면 읽어보시길. 저처럼 현실을 벗어나 잠시 기분 좋은 다른 세계를 경험하게 될지도. 기껏 사서 읽었는데도 변함없이 괴롭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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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에 책이  권밖에 없는 것은 제가 아직 <저녁 무렵에 면도하기> 사서 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직 읽진 않았지만  번째,  번째 책이 좋았으니  번째 책도 좋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서 같이 추천을…… 저도 빨리 사서 읽도록 하겠습니다. 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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