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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그늘 May 18. 2022

나 결혼할 거야, 근데 누구랑 하지?

일단 하는 걸로? 

<섹스 앤 더 4티> 9화


# 1. 닭발집, 결혼 선언  


- 나 결혼하려고.


A가 닭발을 뜯다 말고 말했다. 왠지 모를 비장함이 느껴졌다. 선언 같기도 했다. 결혼을 하든 안 하든 선택의 문제지만, 조금 난데없는 느낌이 들었다. 왜 갑자기?


- 친구가 결혼한대. 

- 그래... 서?

- 너무 놀랍더라고. 결혼 안 해도 잘 살 친군데. 


A는 친구의 갑작스러운 결혼 발표에 적잖은 충격을 받은 듯했다. 지인들 중 숨겨도 트윙클 어쩌나 눈에 확 띄잖아, 단연 '연예인처럼 예쁜' 친구였다. 세상 사람 다 부러워하는 트윙클트윙클한 결혼이라면 모를까, 그렇고 그런 쏘쏘한 결혼 같은 건 안 할 줄 알았던. 남자친구가 있는 줄은 알았지만 듣기에 심드렁한 사이였다. 흔히 말하는 선남선녀 커플도 아니었고, 콩깍지가 제대로 씐 알콩달콩 닭살 커플도 아니었다. 친구와 어울리지 않는 연애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2년 좀 안 되는 연애 끝에 '결별'이 아니라 '결혼'을 선택하다니, 반전도 이런 반전이 없었다. 


- 결혼이 꼭, 대단한 게 아닌가 봐.


순간 주춤했다. "그래 날 봐도 그렇잖아?" 자학할지, "그래도 할 땐 대단한 줄 알았다우" 너스레를 떨지. 그러다 정신을 차렸다. 나 들으라고 한 말도 아닌데, 자격지심은! 아니 그래서, 정말 결혼을 하겠다고?


- 응. 이번 생에 포기했었는데, 하려고! 

- 와우. 



# 2. 곱창집, 배우자 상담 


- 결혼은 대체 '누구랑' 하는 거니?


Y가 긴 한숨을 쉬며 물었다. 좀 전에 결혼정보회사에서 받은 남성들의 프로필을 넘겨 보면서, 언제까지 이 어색한 만남과 이별을 되풀이해야 하는지 염증이 난다고 했다. 직전까지 곱창을 흡입하던 나와 C는 눈치껏 젓가락질을 멈추고 자세를 고쳐 앉았다. 


- 이효리 말이 정답이야. 

- ?  

- 그 놈이, 그 놈이다! 이만한 진리가 없어.    


언젠가 방송에 출연한 이효리가 기혼자로서 깨달은 결혼의 진리였다. "그 놈이 그 놈이다, 그 여자가 그 여자다. 그걸 알면 결혼해서 쭉 사는데, 새로운 사람한테 기대하면 문제가 생긴다." 결혼을 '선택'하고 '유지'하는 사람들이 공감하고 또 공감하는 말. 


기대한 말이 아닌데, 표정으로 Y가 C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 그럼 이렇게 생각해 봐. 

- ? 

- 이 남자는 내 친구의 남편이다. 


짝, 짝, 짝! 나는 감동의 의미로 박수를 세 번 쳤다. 아닌 게 아니라 Y는 친구들의, 그러니까 우리들의 남편에게 몹시 관대했다. 같이 욕해봤자 좋을 게 없다는 걸 잘 아는 지혜로운 대처이기도 했으나, 본인이 만나는 남자들을 대할 때와는 사뭇 다른 '너그러움'이 있었다. 


언제나 그러하듯 오늘도 기혼 친구들은 비혼 친구를 실망시키고 말았다. 어쩌겠는가, 우리에게 결혼은 "평생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로 끝나는 동화가 아니었는데. 



#3. 노가리집, 깨우침   

그러고 보니 꽤 오래 전 한 기혼 선배에게 들은 조언이 떠올랐다. 그날 "다녀오는 한이 있더라도(?) 무조건 결혼해야 한다"는 주의지만, 결혼하기가 세상 제일 어렵다는 한 후배가 선배를 붙들고 '배우자 상담'을 했다. 


- 막상 결혼하려고 보면 맘에 안 드는 구석이 꼭 한두 가지 있어.  

- 한두 개가 맘에 걸려서 결혼을 못 하겠다? 흠...


선배가 말을 고르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는데, 물어본 후배도, 옆에서 듣고 있던 (당시 비혼이던) 나도 점집에 무릎 꿇고 앉아 있는 것처럼 초조했다. 뭐지, 이 긴장감은?


- 결혼은 한 가지만 보고 하는 거야.  


흔히 말하는 '배우자 이상형' 10가지 조건 중 한두 개만 포기하려는 태도로는 결혼이 '하늘의 별 따기'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 '깨우침'을 기다리던 후배는 '홀랑 깨는' 표정을 지었다. 선배는 웃으면서 덧붙였다.  


눈 감고 하라는 말이 아냐. 
네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한 가지, 
그걸 채워주는 상대랑 하라는 거지. 


나의 결혼 롤모델, 피오나와 슈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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