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글게 살아가고 싶은 Z는 그저 웃었다
자꾸 회의감이 몰아쳐온다. 어쩌면 안정을 찾기 위해서 안정적인 전공을 선택한 게 아닌가 싶다. 안정감을 갖고 싶어서 미신을 믿는 건가 싶다. 최근에 반지 하나를 샀다. 의미가 있는 반지라고 한다. 그리고 반지 끼는 손가락 위치마다 의미가 있다고 한다. 나는 주로 엄지와 검지, 중지에 번갈아가면서 끼고 있다. 어쩌면 불안하기 때문에 불안정하니까 그런 변함이 없는 물건에 의지를 하는 건가 싶다.
고등학교 때 소원팔찌를 산 적이 있다. 팔찌를 끼고 난 후 문화상품권을 받았고 그 이후 어느 한 예대 백일장에 본선 진출을 하기도 했다. 우연하게 실력이 생겨서 그런 걸수도 있고 정말 어쩌다가 뽑힌 건데 나는 그런 우연함에서 미신을 믿게 됐다. 소원팔찌를 버리게 됐을 때 의도로 끊은 적이 있다. 그래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희한하게 뭐 되는 것이 없었다. 몇 십년간 살아오면서 개명을 해온 적이 없던 나였는데 재수를 계획했을 때, 수시 원서를 접수하고 합격을 기다리고 있었을 때 처음 보는 전화가 왔었다. 처음 보는 번호는 원래 잘 안 받아서 이번에도 안 받으려고 했는데 그때 우연히 옆에 가족이 서 있었고 전화를 받아보라는 말을 내게 건넸었다.
전화를 받았을 때 그 분이 내게 이름을 물었다. 혹시 Z인가요? 그 말에 나는 네, 라는 대답을 했다. 연이어서 그럼 J라고 개명했나요? 그 말에 이번에는 아니오, 라는 대답을 했다. 그 분은 혼잣말로 희한하네라며 가족관계증명서를 떼서 이 주소로 보내달라고 했다. 다행히 금요일이어서 동사무소로 가 증빙서류를 떼고 바로 우체국에서 등기로 보냈다.
한마디로 말하면 고등학교 졸업생 중 Z라는 이름이 흔해서, 그 Z와 내 이름 Z를 헷갈려 했던 것이었다. 한마디로 내 이름 Z에 J를 붙였던 거였다. 나는 그렇게 반개월동안 Z 대신 J로 살아온 것이었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맞는 건지 해결은 잘 됐지만 결론은 찝찝했다. 그렇게 나는 다시 그 J에서 Z로 돌아오게 됐다.
만약 그때 내가 팔찌를 끊지 않고 계속 차고 있었다면 어땠을까. 저절로 풀린 거였다면 어땠을까. 내가 원하는 전공을 택했을까. 내가 원하는 대학에 들어갔을까. 아무튼 그렇다는 거다. 이번에는 팔찌가 아닌 그 반지에 의미를 둬 보려고 한다. 끊지 않고 해보려고 한다. 그냥 또 다시 믿어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