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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ne Aug 04. 2022

셰퍼드 페어리와 퓨어 이블

동시대 미술읽기

        낙서 정도의 하위문화로 취급되던 그래피티는 그 고정관념을 깨고 사회, 문화, 인류, 환경에 이르기까지 우리에게 다양한 고민의 지점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오늘은 활발히 활동 중인 그래피티 대표 아티스트 '셰퍼드 페어리'와 '퓨어 이블'을 소개하려 합니다. 그들의 작품은 우리 시대를 뒤돌아 보게 하는 계회가 되기도 하지만 작품 특유의 개성과 시각적 재미로 특별한 경험을 하게 하고, 새로운 문화 소비 경험을 가능하게 해 특히 젊은 미술애호가들의 이목을 끌고 있지 않나 합니다. 



셰퍼드 페어리 (Shepard Fairey, 1970- )

        가장 많이 알려진 그래피티 아티스트 중 하나로 셰퍼드 페어리가 있다. 그래피티 아트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그의 작품을 한 번쯤은 본 적이 있을 정도로 일반 대중에게 폭넓게 알려져 있다. 

그는 1989년 로드 아일랜드 디자인 스쿨에서 일러스트를 전공했다. 재학 중 셰퍼드는 신문에 게재된 프로레슬링 선수 ‘앙드레 더 자이언트’의 얼굴을 복사한 뒤, 흑백 스텐실 기법으로 ‘Andre the Giant has a Posse’라는 텍스트를 그 위에 인쇄하여 포스터, 스티커 등으로 만들었는데[그림1], 이 작업물이 다양한 경로로 퍼지기 시작하면서 ‘OBEY GAINT’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 포스터/스티커는 처음 스케이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퍼지다가 로드 아일랜드를 거쳐 동부 전역까지 캠페인처럼 빠르게 번져 나갔다. 셰퍼드는 이런 현상에 대해 작업 자체보다는 이것이 퍼져나가는 과정의 특별함에 대해 주목했다. 그러면서 반복되는 이미지 노출이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다는 것을 몸소 깨닫게 되어 조금 더 다양한 플랫폼에서의 예술활동을 하게 된다

[그림1] 셰퍼드 페어리, <Andre the Giant has a Posse> 포스터.


        셰퍼드는 지속적으로 전쟁, 평화, 정치 그리고 환경에 관심을 가지고 이 주제로 사람들과 소통하길 바라며 예술 작품의 가능성을 탐구해왔다. 그러면서 영향력 있는 사건, 영향력 있는 인물을 중심으로 작업해 왔는데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특히 젊은 세대들이 사회문제에 좀 더 적극적이게 되는 계기가 되길 바라 왔던 것 같다.

        가장 유명한 그의 작품 중 하나로 2008년 미국 대통령 후보였던 버락 오바마를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던 <HOPE> [그림2]라는 포스터가 이다. 셰퍼드는 미국 내 정치 중에서도 특히 경찰의 잔혹성과 인종차별, 투표권 등에 관심이 많아 관련 메시지를 강렬한 그래픽 이미지로 만들어왔는데, 이러한 평소 태도가 오바마 포스터로 이어진 듯하다. 오바마의 <HOPE> 포스터는 그의 다른 작업들과 마찬가지로 굵고 깔끔한 라인과 강력한 색상대비가 돋보이며, 정의로운 이미지와 함께 변화를 추구하는 버락 오바마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림2] 셰퍼드 페어리,  <Barack Obama “HOPE"> 포스터.

<WE THE PEOPLE> 시리즈에는 꽃을 꽂은 남미 여성[그림3],  성조기가 인쇄된 히잡을 쓴 이슬람 여성[그림4], 레게머리를 한 흑인[그림5]이 화면의 중심에서 정면을 응시하고, 그 아래에는 “WE THE PEOPLE”이라는 메시지가 적혀 있다. 이는 문화, 민족, 종교에 상관없이 우리는 모두 평등하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작품으로 소수자를 차별하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저항이자 다양성을 무시하는 미국 정부에 대한 우려를 표현이다.

[그림3, 4, 5] 셰퍼드 페어리, <WE THE PEOPLE> 포스터 시리즈.

        이와 같이 셰퍼드는 작업에 정치,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이를 반복적으로 노출시켜 사람들에게 의문을 제기하고, 고민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퓨어 이블 (Pure Evil, 1968- )

        이러한 사회 고발적 성격은 퓨어 이블의 작품에서도 나타난다. 이름에서부터 모순적인 ‘퓨어 이블(Pure + Evil)’은 모든 인간은 순수하지만 악함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영국 웨일즈 출신으로 캘리포니아에서 10여 년 체류했다. 그는 화가였던 아버지의 영향을 크게 받았으며, 유년기 시절 동안 입체파, 미니멀리즘, 마티즈(Henri Matisse, 1869-1954), 샤갈(Marc Chagall, 1887-1985)의 작업에도 관심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캘리포니아에서 생활하던 10년 동안 퓨어 이블은 무기 등급의 환각제를 복용하거나, 공상에 빠지거나, 전자음악을 만들고, 옷에 프린트를 하기도 했다. 영국에 돌아온 2000년도부터 런던 골목 도처에 송곳니 뱀파이어 토끼 그림이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그와 관련해서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어느 날 내 스케치북에 토끼가 나타났다.” 개인의 경험에서 시작해서 집단, 사회를 비판적인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는 퓨어 이블은 어린 시절의 토끼를 사냥했던 책감으로 검지와 중지 두 손가락을 꼬아 손가락 토끼(Finger Bunny)를 표식으로 삼았다. 

        또한 그는 눈물을 흘리는 얼굴사회의 어두운 면을 표현하는 작가로 유명하다. 대표작인 실크스크린 <Audrey Hepburn> [그림6]에서는 평온한 얼굴을 한 오드리 햅번의 눈에서 푸른 눈물이 흐른다. 우아함과 아름다움의 상징인 오드리 헵번에게도 마음속에 눈물이 있고,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의미를 함축한다. "이 세상을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지난 과거의 관계 속에서 겪은 마음의 상처와 슬픔을 가지고 있다."

[그림6] 퓨어 이블, <Audrey Hepburn>.


참고자료: <STREET NOISE>, 전시 자료 (롯데월드몰, P/O/S/T, 2021.02.26-6.13)




 
스트릿아트의 어원과 시작
 : 그래피티(graffiti) / 불법적인 낙서와 부정적인 시선 / 힙합 문화와 함께

공공 미술운동으로의 변모 / 예술활동으로의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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