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이 되어 운전면허를 취득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운전을 하시는 분들께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운전면허 필기시험은 공부하지 않아도 합격할 수 있는 시험인가요?”
저는 객관적인 평가와 그동안의 경험으로 제가 머리가 좋은 편이 아니란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운전면허 필기시험 합격을 위해 공부했습니다. 얼마간의 기간이었는지, 학습량이 어떠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합격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요즘 글쓰기에 관한 글을 읽다 보면 “출판하기 위해서는 글을 잘 쓰는 것보다 주제, 마케팅, 저자의 영향력이 더 중요하다”라는 요지의 글을 자주 접하게 됩니다. 저 역시 그 의미에는 동의하지만 의문도 갖게 됩니다.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유명인이 아니라면, 그래도 책이라는 매체로 연결할 수 있는 글쓰기 능력은 어느 정도 갖춰야 하지 않을까?’.
브런치 글을 읽으며 항상 이런 생각 또한 합니다. ‘글 잘 쓰는 사람 진짜 많네’. 그래서 작가 소개 글을 보면 국문학 계열 전공자 거나, 업무적으로 보고서나 자료 작성 글을 써오셨거나, 글쓰기와 관련 없어 보이지만 ‘글’을 가까이하신 분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전문적으로 혹은 알게 모르게 글쓰기를 배우신 분들이 많다는 이야깁니다.
글쓰기에 관한 글을 쓰기 위해 1년 이상 고민했습니다. 이유는 당연히 글 쓸 자격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재능을 타고난 사람이 아닌 나와 같이 평범한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또한 나의 글이 무언가를 걱정할 만큼 영향력 있지 않다는 생각도 들어 용기 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저는 5년 정도 글쓰기를 배웠습니다. 비록 며칠간이었지만 작가분이 하시는 유료 글쓰기 수업도 수강했었고, 저자분들의 강의도 찾아다니며 수업료를 지급했습니다. 그리고 5년여간 석사 박사 과정을 거치며 치열하게 읽고 쓰기를 반복했습니다. 거의 매일 한두 권 이상의 책을 읽었고, 글을 썼습니다. 글을 쓴 후에는 지도 교수님께 교정받았습니다. 작성한 글을 교수님 앞에서 소리 내어 읽고, 읽었던 문장의 단어가 부적절하거나 논리에 맞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고치기도 하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몇 시간이고 들여다보며 수정하기를 반복했습니다. 한 번은 제가 쓴 글을 보신 교수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으십니다.
“지금부터 자네가 쓴 글에서 ‘경우’라는 단어가 몇 번 나오는지 세어보아라.”
저는 출력된 A4용지를 붙들고 ‘경우’라는 단어에 빨간색 동그라미를 치며 얼굴을 붉혔고, 나중에는 스스로도 어처구니가 없어 히죽거리는 웃음을 참지 못했습니다. 무슨 ‘경우’가 그렇게 많은 ‘경우’가 있는지. 그런 방식으로 반복되거나 의미 없는 단어와 문장을 수정하거나 삭제하는 법을 연습했습니다. 글을 많이 읽었다 해도 누군가가 저에게 깨우쳐주지 않았다면 몰랐을 저의 잘못된 글쓰기였습니다.
5년 정도 공격적인 글쓰기를 배웠고, 3년 동안은 매일 즐겁게 글을 썼습니다. 그리고 그 글을 모아 책 분량을 완성해서 출판사에 투고했고, 운 좋게 출판하게 되었습니다. 여러 과정을 거치며 오랫동안 글쓰기를 배우고 겨우 이런 글을 쓴다고 하시는 분들이 계실 것 같아 부끄럽지만, 저에게는 그래도 노력하며 배웠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저는 작가의 약력 보기를 좋아합니다. 책을 손에 들면 제목 다음으로 약력을 봅니다. 요즘은 예전과 같은 작가 소개 글을 선호하지 않지만, 작가가 걸어온 길을 보면 책을 더 깊게 이해하게 되어 그의 글의 과정을 봅니다. 그래서 저 역시 촌스럽다는 의견을 뒤로하고 제 책에 저의 간략한 약력을 적었습니다. 작가들의 약력을 보면 갑자기 뚝딱 책을 만들어 낸 경우는 드뭅니다. 학교에서 회사에서 선생님께, 상사에게 글쓰기를 배우고 연습했습니다. 만일, 글을 잘 쓰고 싶거나 작가를 꿈꾸지만, 글쓰기와 정말 무관한 삶을 살아왔다면 책 읽는 것 외에 ‘글 쓰는 법’을 배워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글을 써보면 글쓰기가 느는 것은 분명하지만 어느 부분이 잘못된 것인지 알 수 없어 더 좋은 글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비유가 적절할지는 모르겠지만 문제집은 열심히 풀었지만, 답을 확인해 보지 않은 것과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요?
글쓰기는 어디에서 배워야 할까요? 가장 좋은 것은 주변에 글 잘 쓰는 분이 계시는 겁니다. 말씀을 드리고 글 검토와 교정을 부탁드리면 그보다 좋을 수 없습니다. 저는 석사과정 때 박사 선배님께 교정을 부탁드린 적이 있습니다. 제 글을 보고 난감해하시던 그분의 표정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아! 이 아이를 어찌해야 할까?’ 아마 그런 착잡함이었던 것 같습니다. 선배가 펜으로 틀린 곳을 표시해 주는데 표시된 부분이 너무 많아 나중에는 민망해서 얼굴을 들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을 거쳐 글쓰기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좋은 조력자를 찾기 쉽지 않다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래서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글쓰기 수업이나 모임이 아닐까 합니다. 다만 수업하시는 분의 글을 충분히 읽어보시고 판단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같은 글이어도 내 글과 결이 맞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모임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쓰고자 하는 주제는 달라도 함께할 수 있는 분위기라는 것은 분명히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한없이 쉬운 운전면허 시험이 누군가에게는 노력의 결실일 수 있습니다. 제가 언젠가 ‘타고난 사람’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저는 재능을 부러워합니다. 하지만 모두가 재능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노력 또한 짜릿하고 아름답다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글쓰기를 배우고 꾸준히 쓰셔서 내 생각을 글로 당당히 표현하는 글의 주인이 되시길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