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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복다복 Jun 27. 2021

두자릿수덧셈, 뺄셈에 울다.

첫째의 수학 공부

                                                                                                                                                                                                                                                                                                                                                                                                                                                                                                                   

2학년 들어 첫째는 수학 때문에 고생이다. 두 자릿수 덧셈, 뺄셈이 어렵다. 잘 되지 않는다. 아예 모르는 것은 아니다. 천천히 시간을 들여서 하면 할 수 있는데 어렵다 생각하니 하기가 싫은 것이다. 게다가 틀리는 것이 너무 싫다. 수학 문제 틀리는 것에 큰 상처를 받는다.


 2학년 선생님은 단원이 끝날 때마다 단원 평가를 보신다. 덧셈과 뺄셈 단원이 끝나고 난 다음 8문제 틀린 시험지를 가져왔다.  너무너무 싫다는 표정으로 앉아 있는 아이를 붙잡고 하나하나 문제를 풀렸다. 달래고 달래서 겨우 풀었다. 8문제 중 7문제 풀고 한 문제를 못 풀고 그냥 보냈다.


아이는 무슨 이야기 끝에 수학이 너무 싫다고, 수학이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고 눈물을 보였다. 학교에서는 계속 수학을 배운다고 수학을 안 할 수 없다고 말해 주니 아이는 눈물을 흘린다. 수학이 싫단다.


 아이가 수학 때문에 학교 생활이 뒤쳐질까 봐 조바심이 난다. 그렇다고 수학이 싫다는 아이에게 수학 풀라고 억지로 시킬 수는 없는 일. 내 조바심을 감추고 천천히 아이에게 시킨다. 내가 답답하다.  


게다가 집에서 푸는 수학 문제집. 나는 가능하면 문제 수가 적은 문제집을 골랐다. 아이와 길게 수학 공부하는 것은 서로에게 좋지 않다. 그런데 아이는 그 문제집이 싫단다. 색칠하기도 있고 점 잇기도  있는 문제집을 풀고 싶단다. 아이가 고른 문제집은 2학년 과정만 6권이다. 끊임없이 반복학습을 시켜서 익숙해지게 하는 문제집이다. 그 문제집을 풀려면 하루 수학 문제집을 4쪽, 6쪽은 풀어야 한다. 내가 싫어하는 문제집을 아이가 좋다고 풀겠다고 한다. 꾸준히 쉼 없이 풀어야 8월까지 한 권 다 푼다. 하지만 어쩌야 자기가 좋다는 것을 풀어야지.


결국 아이가 원하는 문제집을 사주었다. 이미 알고 있었던 것처럼 아이는 날마다 정해진 양만큼 문제집을 풀지 못했다. 어떤 날은 아예 하기 싫었고, 어떤 날은 한쪽 풀다가 힘들어했다. 아이하고는 하루에 2쪽을 풀기로 했는데 그대로 지킬 수 날이 거의 없었다.


며칠 하다가 방법을 바꾸었다. 2쪽 중에서 풀고 싶은 문제만 고르라고 하였다. 그렇게 해서 풀어야 하는 문제수를 반으로 줄였다. 또 그렇게 며칠 하다가 이젠 1쪽에서 풀고 싶은 것을 고르라고 한다. 다시 또 반을 줄였다.  어떤 날은 5분 만에 수학 공부가 끝나기도 한다. 4문제 푸는 날도 있고 8문제 푸는 날도 있다.


두 자릿수와 한 자릿수 덧셈 뺄셈부터 다시 시작했다. 아이는 대부분 잘 풀었고 가끔 실수해서 틀렸다. 문제를 틀리면 아이가 기분 좋으면 그날, 아이가 기분이 별로이면 그다음 날 다시 풀게 했다. 처음에는 문제를 틀리는 것을 너무 싫어했는데 조금씩 그런 느낌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수학에 대한 부담감이 조금씩 가벼워지는 것 같다.


어느 날 차를 타고 가다가 아이가 뒷자리에서 물었다.

"엄마, 240 더하기 80은 뭐야?"

"응, 그럼 40 하고 80을 먼저 더해야지."

"어... 그럼 120."

"응 그럼 그 120을 200 하고 다시 더해야지."

"응응 320 맞지?"


다행스럽게도 아이에게 수학이 싫다는 느낌이 조금씩 사라지는 것 같다. 심지어 굴러다니는 계산기를 발견하고는 그 계산기로 덧셈, 뺄셈을 하고 동생에게는 쉬운 덧셈 문제 아빠에게 곱셈 문제를 내는 것을 즐긴다.  


 내가 초등학교 2학년 어느 날. 학교에서 구구단을 외워오라고 하였다. 집에 가서 말하니 엄마가 커다란 종이에 구구단을 써주고 나에게 외우라고 하였다. 그리고 하루도 안되어 그날 저녁, 구구단을 잘 외우지 못한다고 엄마, 아빠, 오빠 세 사람이 나를 둘러싸고 나에게 면박을 주었다. 어떻게 이렇게 쉬운 것을 못하냐고 셋이서 나에게 야단을 쳤다. 엄마, 아빠, 오빠 다 머리가 좋은 사람이었다. 그렇게 쉬운 구구단을 외우지 못하는 나를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나는 쉬운 구구단도 잘 못 외우는 아이였다. 그리고 오랫동안 구구단을 외우지 못했다. 학교에 남아서 외운 적도 있었다. 하지만 2학년이 끝나도록 구구단을 끝까지 외우지 못했다. 그렇게 나에게 면박을 주었지만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지 못하고 있는지 아무도 확인하지 않았다. 나는 내가 구구단을 다 외우지 못했다는 사실을 숨긴 채 2학년을 마쳤다.


그리고 3학년 때 엄마는 나를 주산 학원에 보냈다. 나는 주산을 잘 못했다. 주판으로 수를 놓다가 주판을 건드려서 다 흩어지곤 하였다. 내가 덧셈을 못해서 인지, 아니면 주판을 자구 건드려서 인지 주산 학원에서 뭔가를 배워오지는 못했다. 단, 거기 주산학원 벽에는 커다랗게 구구단이 붙어 있었다. 나에게 너무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수학 문제가 나오면 나는 조심스럽게 벽을 훔쳐보았다. 그것을 자꾸만 보고 또 보고 하여서 구구단을 외우게 되었다.  


아이가 수학이 싫은 이유는 틀릴까 봐서 이다. 못하는 것이 아니라고 틀려도 괜찮다고 알려주고 싶다. 수학 때문에 엉엉 울고 난 다음  다시 천천히 수학에 도전할 수 있다고 알려 주고 싶다.  그리고 수학을 잘하거나 잘하지 못하거나 그냥 너라는 존재에 대해서는 어떤 흔들림도 없다고 괜찮다고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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