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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복다복 Jul 04. 2021

거기 화장실 있어?

둘째와 나의 화장실

둘째는 물을 많이 마시는 편이다. 둘째 세 살, 배변훈련을 끝내고 기저귀를 더 이상 차지 않을 때 종종 곤란한 일이 생겼다. 작은 아이는 몸이 작은 만큼 방광도 작았다.  언제 화장실에 갈지  미리 알 수 없었다. 둘째 데리고 외출할 때 화장실을 찾는 게 일이었다. 특히 차를 타고 가다가 갑자기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하면 곤란하였다.   


둘째가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하면 남편은 언제든지 차를 세워 화장실을 찾았다. 제주도 여행 갔을 때 아무것도 없는 도로를 달리고 있을 때 둘째가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했다. 뭐가 있을까 싶은 곳에 다행스럽게 근사한 카페가 나타났다. 잠깐 화장실만 빌려 썼는데도 카페 사장님은 정말 친절하였다.  한 번은 차가 밀리는 도로였다. 둘째가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했는데 도로 옆 공원에 공중화장실이 보였다. 나는 둘째는 안고 화장실에 갔다가 다시 둘째를 안고 조금씩  앞으로 가고 있는 차로 뛰어갔다.


둘째가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하면 차를 세우고 화장실을 찾았다.


둘째가 5살 때 집 앞에서 동네 오빠들 노는 거 구경하다가 밀려서 넘어졌다. 공교롭게도 넘어질 때 킥보드 손잡이가 음순 쪽에 부딪혔다. 아이는 잠깐 울었지만 곧 괜찮아졌다. 그런데 화장실에 가서는 울고 불고 난리가 났다. 쉬를 할 때  따갑고 아프다는 것이다. 깜짝 놀라 병원에 데려갔다. 소아과 의사는 괜찮다고 다친 것이 심한 것이 아니고 쉬할 때 따가울 수 있지만 금방 나을 것이라고 했다. 바르는 연고만 처방해 주었다.


하지만 아이는 괜찮지 않았다. 따갑다고 쉬를 참는 것이었다. 아이는 잘 놀고 잘 먹었다. 그러다가 오줌이 마려우면 얼굴빛이 변하면서 어쩔 줄 몰라했다. 화장실에 가서 쉬 하면 된다고 하였지만 아이는 따가운 것이 무서워서 쉬할 수가 없었다. 아이는 참을 수 있을 만큼 참았다. 그러다가 안절부절못하고 아무것도 못하고 몸을 배배 꼬고 있었다. 어쩔 수없이 아이를 억지로 안아 변기에 앉혔다. 그렇게 억지로 쉬를 할 때는 또 따갑다고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


다음 날  다른 병원을 또 찾아갔다. 그 병원에선 아이가 소변을 참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그러곤 아이가 소변을 참으면 소변 줄로 강제로 소변을 빼야 한다는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했다. 계속 아이를 끌어안고 화장실 변기에 억지로 앉혀 쉬를 보게 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아이가 "이제 안 따가워."라고 말했다. 딱 1박 2일이었다.


그 일이 있고 난 다음에 아이는 한동안 화장실에 대한 강박이 생겼다. 평소보다 자주 화장실에 갔다. 집에 있으면 잠깐 사이에 5-6번은 화장실에 들락날락거렸다. 집에서 어린이집은 차로 20분 거리였다. 그 20분 사이에도 화장실 가고 싶다고 하였다. 금방 가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아이가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하면 어떻게든 화장실을 찾았다. 도시 출근길에서는 화장실 가고 싶은 어린이에게 그다지 친절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주유소 화장실, 식당 화장실 눈에 보이는 데로 그냥 들어갔다. 아이가 화장실 가고 싶다고 하면 차를 세우고 화장실을 찾았다.


한동안 그러다가 아이는 점차 괜찮아졌다. 이제는 편안하게 화장실에 간다. 그렇게 자주 가지도 않는다. 그래도 둘째는 어디 처음으로 가게 되면  꼭 묻는다.  


"거기 화장실 있어?"            

                                                                                                                                   


내가 어렸을 때, 학교 다닐 때였으니까 1, 2학년 때쯤이 아닐까 싶다. 엄마, 오빠, 나는 지하철로 어디를 다녀오고 있었다. 아마 할머니 댁이었을 것 같다. 나는 엄마에게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엄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그냥 참았다. 엄마는 불같이 화를 내곤 했고 엄마가 또 화를 낼까 봐 무서웠다. 나는 다시 물어볼 수 없었다. 내가 참는 것이 더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계속 참을 수 없었다. 참다가 참다가 그만 서 있는 자리에서 오줌을 싸고 말았다. 엄마는 막 화를 냈다. 다 큰 아이가 실수했다고 화를 냈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내 실수를 말했다. 그러면서 엄마가 화장실을 찾고 있는 중이었다고 말했다. 아니다 엄마는 화장실을 찾고 있지 않았다. 그냥 갈길을 가고 있었을 뿐이다. 내가 화장실 가고 싶다고 한 말을 듣지 않았다.                                               


나는 나이가 들어서도 소변을 참는 습관이 있었다. 어디 가서 편안하게 화장실이 어디 있냐고 묻지를 못했다. 내가 화장실을 찾는 것이 무엇인가 잘못한 일처럼 느껴지곤 했다. 불편하더라도 내가 참고 있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 이게 자연스럽지 않다는 것을 아주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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