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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복다복 Jul 10. 2021

자전거, 자전거, 자전거


첫째는 대근육, 소근육 발달이 모두 느렸다. 가벼운 만큼 몸에 힘이 없었다. 첫째 5살 때 남편은 어린이날 선물로 아이에게 자전거를 사주겠다고 하였다. 나는 내가 관찰한 사실을 알려주었다. 아이가 아직 자전거 페달을 밟기에는 힘이 부족하다고. 남편은 내 말을 듣지 않았다. 아이와 함께 자전거 가게로 갔다. 자전거는 비쌌다. 작은 자전거도, 국산 자전거도 비쌌다. 그리고 아이가 힘이 없어서 큰 자전거를 사줄 수 없었다. 아이는 금방 클 것이고 자전거는 곧 작아질 것이다. 이렇게 비싼 물건인데 더 오래 타도록 큰 자전거를 사주면 좋겠지만 그렇게 하면 아이는 페달을 조금도 밟을 수 없을 것이다. 아이에게 딱 맞는 자전거, 아이가 고른 자전거를 사주었다.


예상대로 아이는 페달을 밟아 자신의 힘으로 자전거를 앞으로 나가게 할 수 없었다. 우리가 산 14인치 자전거는 뒤에 어른용 손잡이가 있어 밀어줄 수 있었다. 자전거는 비싼 유모차가 되었다. 아이 걸음으로 조금 먼 공원에 갈 때 한 사람은 첫째의 자전거를 밀고 다른 한 사람은 둘째의 유모차를 었다. 첫째는 반 바퀴 정도 페달을 밟아 조금 앞으로 나가고 다시 반 바퀴 페달을 밟아 조금 앞으로 나갔다. 아주 천천히 앞으로 나갔다. 2-3미터 정도 가곤 힘들어 우리에게 도움을 청했다.


첫째가 6세가 되자 벌써 자전거가 작아졌다. 하지만 아이는 아직 자전거를 익숙하게 탈 수 없었다. 그 작은 자전거에 조금 큰 안장으로 바꿔 주었다. 그럭저럭 키에 맞춰 탈 수 있었다. 아이는 늘 자전거를 타지는 않았다. 생각이 나면 꺼내 탔고 아니면 오랫동안 세워져 있었다. 그러다가 아이가 자전거 페달을 제법 잘 돌리게 되었다. 그렇게 아이가 페달을 잘 밟게 된 순간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아이는 자기 힘으로 페달을 밟아 앞으로 나갔다. 제법 속도가 났다.


첫째가 7살이 되었고 이제 그 작고 비싼 자전거는 아주 많이 작아졌다. 나는 동네에서 16인치 자전거를 중고로 샀다. 공주가 그려져 있는 딱 아이가 좋아할 만한 자전거였다. 중고였지만 새 것이나 다름없었다. 7살 첫째는 그 자전거를 잘 탔다. 비록 보조바퀴가 달려 있는 네발 자전거였지만 공원을 쌩쌩 달렸다.


첫째가 8살이 되었고 아이는 이제 힘이 있어 자전거가 제법 빠르다. 아이는 두 발 자전거를 타겠다고 하였다. 아마 친구들이 두 발 자전거를 타는 것을 보고 그런 생각을 한 것 같다. 충분히 두 발 자전거를 탈 수 있을 때 보조 바퀴를 떼었다. 하지만 아이가 두 발 자전거를 배우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아이는 겁이 많고 조심성이 많다. 아이는 누군가가 꼭 붙잡고 있어야 안심을 했다. 너무 겁이 나서 속도를 높일 수 없었다. 속도가 붙지 않은 자전거는 금방 옆으로 쓰러지곤 했다. 조금 자전거가 앞으로 나간다 싶으면 멈추었다. 게다가 아이는 너무 긴장을 한 탓에 왼손, 오른손에 힘이 다르게 들어갔다. 핸들이 자꾸 한쪽으로 쏠렸지만 아이는 몰랐다. 아이 자전거 뒤에  손잡이를 달고 붙잡고 아이 자전거와 함께 뛰었다. 답답한 시간이었다. 그냥 타면 되는데, 충분히 탈 수 있는 데 왜 멈추는지. 아이는 두 발 자전거로 4미터 정도 갔다가 멈추고 다시 5미터 정도 갔다가 멈추고를 반복했다. 어떤 날은 자전거를 못 탄다고 속상해서 눈물을 보이기까지 했다. 아이는 두려움 때문에 아빠가 자전거를 잡아주는 건 안심할 수 없었다. 꼭 엄마가 잡아 주어야 했다. 아이  자전거와 함께 뛰고 넘어지지 않게 힘을 꽉 주었다. 겁 많은 아이는 넘어지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아이는 두 발 자전거를 타게 되었다. 아이가 두 발 자전거를 잘 타게 된 그 순간은 생각이 나질 않는다. 그냥 어느 순간 아이는 두 발 자전거로 씽씽 달리게 되었다. 아이는 그 자전거로 커다란 공원도 한 바퀴 돌 수 있게 되었다. 아이는 신이 나서 자전거로 달렸다.


첫째가 9살 되었을 때 자전거 가게에 다시 갔다. 이미 작아진 자전거는 보조 바퀴를 달아 동생에게 주었다. 첫째에게 크지도 작지도 않은 자전거를 골랐다. 아이에게 딱 맞는 자전거다. 여전히 자전거는 비쌌다. 이번에도 기꺼히, 어떤 망설임이나 다른 고민도 없이 아이에게 딱 맞는 자전거를 샀다. 아이가 클 것을 생각해 더 큰 자전거를 사지 않았다. 20인치 자전거. 아이가 커진 만큼 자전거가 커졌다. 아이는 자전거를 잘 타게 되었고 좋아하게 되었다. 남편도 나도 아이와 함께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내 자전거를 타고 아이는 아이 자전거를 타고 제법 멀리까지 자전거 길을 함께 달릴 수 있었다.


오빠가 초등학교 1학년 때였을 것이다. 내가 학교 들어가기 전. 엄마는 오빠에게 자전거를 사주었다. 엄마가 오빠에게 사준 자전거는 엄청 컸다. 자전거 가게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엄마는 오빠에게 자전거를 타고 가라고 하였다. 그때 오빠는 두 발 자전거를 잘 타지 못했던 것 같다. 비틀비틀거리면서 오빠 자전거가 쓰러질 때마다 엄마는 화를 내면서 야단을 쳤다. 그리고 오빠에게 다시 자전거를 타고 가라고 했다. 나는 무서웠다. 오빠의 자전거가 또 언제 쓰러져서 엄마가 화를 낼까 조마조마했다. 그 큰 자전거를 오빠가 지금 왜 타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냥 끌고 가면 왜 안되는지. 새 자전거를 샀다는 기쁨이나 설렘은 없었다. 자전거를 타지 못해서 야단맞고 무서웠던 생각만 난다. 내가 자전거를 탄 것도 아니지만 그런 느낌이 든다. 자전거 가게에서 집까지 오는 그 길이 너무 멀었고 너무 무서웠다.


나에게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쳐 준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내 자전거도 없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자전거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혼자서 자전거를 끌고 가서 탔다. 혼자서 넘어지고 혼자서 일어나면서 자전거를 혼자서 배웠다. 자전거를 타다 넘어지면 너무 부끄러웠다. 넘어져서 아픈 것보다 누가 볼까 겁이 났다. 잘 못하는 것은 야단맞을 일이었고 혼나는 일이었다. 내가 넘어지면 누군가 와서 야단칠  것만 같았다. 나는 혼자서 자전거를 배웠다. 혼자 배웠지만 자전거는 잘 타게 되었다. 하지만 내 실수나  내 서툼을 스스로 용납하지 못한 채 오랫동안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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