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를 잘하면 중국통이다
"언어만 잘하면 장땡이야! 중국이라는 시장을 잡기 위해서는 무조건 다 중국화, 현지화 하자!" 원어민 수준으로 중국어를 잘하고, 100퍼센트 현지화하는 게 진정한 중국통일까? 이 책의 저자는 <아니>라고 말한다. 언어가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다. 가장 중요한 건 말 자체보다 말귀이며, 문화이해다.
사회학자 호프스테드는 문화환경이 다르면 행동규범 및 가치관마저도 달라질 수 있음을 강조했다.
"문화의 장벽을 넘어 통용되는 경영개발 방법의 모색을 불가능하다고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절대적인 합리성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각 문화에 의해 가치는 여러 가지로 달라지며 자기 문화권에서 합리성은 다른 문화권에서의 합리성과는 다르다." (234p)
제대로 된 중국통이 되고싶은 나에게 책 <중국인의 이유>는 길잡이가 되어주었다. 서로 다른 문화를 제.대.로 이어주는 감초 역할을 하기 위해 우리가 기본중에 기본!!으로 알아야 할 중국문화에 대한 키워드 8가지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중국은 한자, 즉 표의문자를 중심으로 소통한다. 말이라는 것은 단순히 형식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의 사고방식에도 영향를 미친다. 중국인이 함축적이고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의리는 중국인의 구체적인 행동규범으로 "꽌시"의 바탕이다. 의리가 있으면 함께하고, 의리가 없으면 함께하지 않기 때문에 그 중국인과 "상관없는 일"을 "상관있는 일(친구가 되는 것)"로 만들어놓지 않는 한, 그 중국인이 일을 처리해주거나 도움을 줄거라고 생각해선 안된다. 중국과 중국인을 이해하려면 义 의 개념을 꼭 숙지해야 한다. "아니 어떻게 그럴수가 있어?" 라는 반감과 생각은 중국에서 통하지 않는다. 중국에서는 중국식으로 사고해야 그들을 제재로 이해할 수 있고 이때 义의 개념은 가이드가 되어줄 것이다.
난징대 찌쉬에위이 교수가 말했다.
"중국에서는 심리적 지위(사회적 지위)를 형성하는 것이 자신의 형상을 수립하는 것보다 중요하다. (중국사회에서의) 사람의 가치는 서양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개인의 고유한 인격이 아니라 외부로부터 획득되는 것이다."
체면은 중국인의 생명줄이다. '기독교인이 지옥에 가는 것을 두려워하는만큼 중국인은 체면을 잃는 것을 두려워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의리와 마찬가지로 중국인의 사유바탕에 깔려있고 단순한 체면치례가 아니라 남에 대한 배려이자 나의 자존감이다. 어느정도인지 그 정도는 이방인인 우리는 쉽게 알지 못할 것이다.
한번이라도 중국을 접해본 사람은 다 안다는 "꽌시"는 친구이자 준혈연관계다. <중국에서는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다> 이걸 가능하게 하는 게 꽌시다. 아무리 명분이나 논리가 있어도 꽌시가 없으면 되는 일이 없고, 명분과 꽌시가 있으면 지금까지 안 되던 일도 된다. 중국인들은 어떤 일을 판단하기에 앞서 나와 무슨 관계인가를 확인한 후에 그에 맞는 잣대를 댄다. 즉 나와의 꽌시 유무 또는 원근에 따라 판단기준과 가치관이 달라진다. 그러므로 늘 기억하자.
"중국인은 일단 곤란한 일이 생기면 우선 국가가 아니라 자가(自家)를 찾는다.(이중톈 왈)"
충성의 대상이 누구인가? 한국은 집단을 향한 충성에 익숙해있고 당연하게 여긴다. 그러나 중국은 집단이 아니라 <개인>에게 충성한다. 자기를 키워준 사람, 꽌시를 맺은 친구, 가족, 같은 무리 등등.. 그렇기에 중국에서는 충성을 바탕으로한 "조직" 설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 겉으로 보여주는 중국인들의 충성을 우리식으로 이해하면 곤란하다.
"어떻게 된건지 결과는 아는데 왜 그렇게 된건지 원인은 모르겠다.."
중국에서 일하다보면 자주 들리는 말이다. 중국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제대로된> 정보가 부족한 것이다. 저런 어리석은 말을 하기 전에 사전에 정확한 정보를 확보하고, 몰라서 실패했다면 정확한 분석과 피드백을 통해 노하우를 축적해야 한다. 중국은 공개적으로 확인 가능한 <드러난 규칙>과 내규, 지칭, 관례 처럼 명문화되지 않은 <안 드러난 규칙>이 공존한다. 또 어떤 이유도 불문하고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경규칙>과 협상과 설득을 통해 조정될 수 있는 <연규칙>도 공존한다. 이방인인 우리가 처음부터 이런 규칙을 파악하고 유연하게 행동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모르면 물어보고, 틀리면 그로부터 배우며 규칙을 배워가면 된다.
무엇보다! 중국인의 말을 그대로 믿기 전에 그가 누구인지, 어떤 위치에 있는지, 그런 말을 할만한 위치인지 반드시 확인하자. '에이, 설마 거짓말을 하겠어'라며 미루지 말고 검증은 늘 직!접! 하자.
논리, 공적인 원칙 < 자기들끼리의 단체
국가는 너무 커서 (내 개인 이익을 보호하지 못하니) 믿지 못하고, 개인은 너무 작아(나를 보호할 능력이 안되니) 믿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즉 자신의 이익을 보장할 수 있는 조직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자기 사람들끼리 어울리고, 조직 내외에서 파벌을 만든다.
"중국인들은 만만디하다(느리다)"
이 문장을 문자그대로 해석해서 중국인들이 무조건 느리게 행동한다고 생각한다면 잘못 해석한거다. 慢慢地는 철저히 실리주의를 바탕으로 계산된 행동이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무작정 서두르다 일을 그르치지 않도록 '천천히, 천천히, 천천히' 기다릴 줄 아는 것. 그러나 자기 이익과 관련있거나 재빠르게 행동해야 할 때는 한국인보다도 더 '빨리빨리'를 선보이는 중국. 무조건 빨리빨리를 외치다 탈나기보다는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느림과 빠름의 때를 정확히 알고 선택할 수 있는 것. 이런 태도는 오히려 우리가 배워야 하는 걸지 모른다.
중국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체면, 꽌시, 인정>이다. 체면때문에 죽고 체면때문에 사는 사람들. 문제는 일상생활이 아닌 비즈니스 현장에서 그대로 드러난다는 점이다. 보고서를 작성할 때, 미팅 결과를 보고할 때, 사업 진행여부를 보고할 때 누군가의 체면에 손상이 갈 위험이 있는 문제나 사실을 누락시킨다. 사실을 바탕으로 작성되어야 할 보고서를, 몇천만원 혹은 수십업이 왔다갔다할지 모르는 사업에 중요한 영향을 기칠지 모르는 정보를 (우리입장에서는) 고작 누군가의 체면 때문에 왜곡하고, 과장하고, 누락한다. 그러나 중국인의 시각에서는 오히려 당연한 일이다. 때로는 "저건 사기지! 저런 것도 문화로 인정해야돼? 억울해!"라는 말이 튀어나올 사건도 많다.
그러나, 우리 머리로는 이해가 안되더라도 엄연히 한 국가의 문화며 암묵적 룰이다. 중요한 건 중국인이 정보를 과장하고 왜곡했느냐 아니냐가 아니다. 중국의 이러한 특성을 전문가들이 제대로 이해해서 사업에 영향이 끼치지 않도록 중간에서 잘 캐치하고 조절했느냐, 이게 중요하다.
중국과 관련된 일을 할 때 가장 위험한 사람이 누구일까?
작가의 언어로 하면 <본사형 전문가>, 바로 가짜 중국전문가다. 전문가의 역할은 회사가 듣고싶은 말을 해주고 껍데기에 불과한 명예추구가 아니다. 입에 바른 말을 하고, 한국인들과 오히려 똘똘 뭉치고, 조금이라도 제대로 알면 바로잡았을 문제를 본채만채 혹은 눈치채지도 못할 그럴 중국전문가가 될거라면 차라리 나서지 말고 가만히 있어라. 작가는 중국인 직원의 정보 왜곡과 누락, 과장 보다 심각한 문제를 <가짜 전문가들이 판치는 실무현장과 전문가에게 무조건 의존하는 기업>으로 보았다.
한창 사드문제로 시끄러웠을 때 가장 많이 들리던 말은 "그러니까 중국은 애초에 안된다. 원인은 사드다. 중국에서 사업하는 건 망하는 길이다" 등등이다. 그때는 그런가보다 하고 넘겼던 말들. 그러나 사실일까? 물론 사드로 인해 피해본 사례도 있다. 하지만 <모든> 문제의 원인을 사드로 돌리는 것은 무책임하며 이런 외교문제가 앞으로도 분명 발생할텐데 그럴때마다 심각하게 휘청거리도록 방치한다면. 그것은 사업을 운에 맡기는 것과 다를바없다. 비즈니스 현장은 얼룩하나 없는 깨끗한 테이블 위가 아니라, 언제 어디서 문제가 터질지 모르는 얇은 유리를 걷는 것과 같다. 즉 실력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하느냐, 바로 문제해결에서 드러난다.
그러나 우리는 어땠나? 대부분 '지켜보자, 중국이 그렇게 대처하면 안되는 거였다,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등등의 방임, 탓하기, 미루기를 선보였을 뿐이다.중국을 배제하고 비즈니스를 진행할 수 있는 게 아니라면 더더욱 제대로된 전문가가 필요하다. 제대로된 이해를 바탕으로 문제를 예방하고, 이미 발생한 문제라면 제대로 발견하고 진단해서 해결책을 내릴 수 있는 그런 인재 말이다.
나는 아직 제대로된 중국통이 되기 위해 가야할 길이 멀다. 중국어, 문화, 역사, 경제, 지리, 비즈니스 등등 공부하고 경험하며 보고 듣고 새겨야 할 것들이 참 많다. 그 중에서도 주력으로 내세울 것은 무엇인가? 이 물음또한 내가 풀어야 할 문제다.
车到山前必有路
멀리서 보면 산에 길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보면 늘 길이 있다
그러나 이제는 안다.
진입장벽이 높고 시작이 어려워 해내야 할 것이 많다는 것은 한숨쉬며 걱정해야 할 일이 아니다. 어렵다는 것은 해내기만하면, 끊을 놓치만 않으면 <대체되기 어려운 인재>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니까.
제발 이제 우리도 중국을 안다는 자만을 버리고
좀 더 겸손하게 중국을 공부하면 좋겠다
참고 도서 <중국인의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