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잡러 출간 일기>_ 13화
일러스트 작업은 제 생각보다 더 꼼꼼함이 요구되는 일이더군요. 전 아이패드 프로크레이트 어플로 작업했는데, 종이 사이즈와 화소를 결정하는 일부터, 펜 색상, 펜 굵기와 질감, 그림 스타일 등을 정하는 데 시간이 꽤 걸렸어요. 하나하나 모두 결정한 후 작업을 시작하려니 너무 부담스러워서, 우선 적당히 기준을 정한 후 30분 내외로 작업할 수 있는 '스케치'를 먼저 해보기로 했어요.
'어차피 나중에 다시 다 고칠 거야'라고 생각하니 편하게 그릴 수 있더군요. 특히 저 혼자 그림을 그리고 결정하는 게 아닌, 출판사의 의견과도 맞춰봐야 하기 때문에 이렇게 적당한 선에서 미리 스케치를 해 두는 편이 더 나은 것 같았어요. 후에 출판사 분들과 미팅하면서 이런저런 의견을 맞춰보는 동안 '아, 적당히 스케치만 해두길 정말 잘했다'를 몇 번이나 생각했던지요 ㅎㅎ
저는 특히 종이가 아닌 스크린 위에서 바로 작업을 했기 때문에 스크린 위에서 보는 것과 프린트를 했을 때 보는 느낌이 꽤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야 했는데요, 이 부분에 있어서는 저보다는 출판사 분들께서 훨씬 더 잘 아시기 때문에 좋은 조언을 잘해주신답니다. 그리고 본문에 들어갔을 때 책의 분위기와 잘 맞는 스타일인지, 색상은 어떻게 통일하면 좋은지, 전체적으로 너무 복잡하거나 허전하지는 않은지 등을 무척 세세하게 잘 파악하셔서 수정 사항을 전달해주시는 점이 좋았어요(이게 바로 전문가 분들과 협업하는 맛...!).
ⓒ 하지희,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