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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묘호랑 Jun 22. 2020

스타(마이클 잭슨)에 대해 생각해 봤습니다.

우리는 마이클 잭슨을 사랑한 것이 아니라 그의 자리를 사랑한 것 같아요. 그렇기에, 그에 대한 악의적인 기사들을 보자마자, 그럼 그렇지 하면서 그를 저버렸으니까요.  
우리는 (우리가 추구하는 세상과 일치하는) 그의 스타일과 지위를 사랑했을 뿐입니다. 우리는 우월한 위치에 대한 열망으로 살아가기에, 그러한 위치를 차지한 자에게 열광하지만, 언젠가 우리 스스로가 그 위치에 올라서려면, 그 위치에 있는 자를 언제든지 끌어내릴 수 있어야 합니다.
잔인한 우리 마음은, 그 언젠가를 위한 가능성을 제나 탐색하고 있죠. 그래서 우리는 악의적인 기사를 보자마자 그럼 그렇지 하며 무릎을 탁 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우리는 행복을 위해 (수많은 인간들로 이루어진 우열의 집합체 안에서) 보다 우월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필요로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기대감의 궁극은, 가장 높은 자리에 올라 온 세상을 자기화 하는 것이죠. (만약 이것이 말도 안 된다고 생각된다면, 이미 배터지게 먹고 살 수 있을 정도로 풍족한 생활을 누리고 있는 우리들이, 이토록 박터지게 싸우며 살아가고 있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천만 원짜리 옷을 걸치고 수십만 원짜리 메뉴들을 배가 터지도록 처먹을 수 있는 부자들이 왜 더 부유해지려고 노력하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스타는 자기 얼굴로 세상을 가득 채웁니다. 얼굴 없는 스타라는 건 존재하지 않죠. 최소한 대 스타는 되지 못합니다. 아무런 권력도 부여받지 않았고 국민이 낸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것도 아닌 연예인이 그토록 큰 책임감을 요구받는 것은, 그리고 대중에게 동경의 대상이 되는 것은, 그가 세상을 자기 얼굴로 가득 채웠기 때문입니다.
우리 마음은, 그가 연방준비제도 이사회의 의장이라서가 아니라 세상을 그의 얼굴로 가득 채웠기 때문에 그를 동경합니다. 그가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육성을 마음껏 내지르며, 골반을 있는대로 흔들면서 온갖 은밀한 육체 부위를 드러내 보일 수 있다는 건, (인간의 마음이 느끼기에) 그가 세상을 그만큼 자기화 했다는 뜻입니다.
연준 의장은 세상을 지배하고 있지만, 그의 육체적 이미지가 세상을 가득 채우지 못했기에, 우리 마음을 흔들지 못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각본과 연출, 편집까지 혼자 다 해낸 영화 감독이 아니라 육체파 배우에, 작사 작곡과 믹싱까지 모두 소화해 낸 프로듀서가 아니라 육체를 흔들며 육성을 뽑아내는 가수에 훨씬 더 열광하는 것입니다.
오지고 지리는 마이클 잭슨의 슈퍼볼 공연 첫 장면에서 마치 동상처럼 서 있는 그의 모습은, 스타란 무엇인가를 알게 해주죠. 그리고, 스타를 동경하는 우리 마음에 대해서도 알게 해 줍니다. 우리 마음은, 논리적 언어로 세상을 해석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세상을 거대한 자기로 만들고자 하는 본성을 타고나는 것 같습니다.   
사랑은 마주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이라는 말은, 낭만적이 아니라 매우 냉정한 말입니다. 즉, 우리는 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사랑한다는 뜻이니까요. 그래서 우리는 언제든지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진짜 사랑하는 건 미래니까요.
우리는 사랑하는 미래를 위해, 스타든 연인이든 언제든지 저버릴 수 있습니다. '사랑'은 '미래 사랑'의 줄임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미래'는 세상을 나의 얼굴로 가득 채우고 나의 육성으로 호령하리라는 기대감입니다. 그래서 세상을 다 가진 스타라는 존재는 동경의 대상인 동시에, 언젠가는 끌어내려야 할 존재인 것이죠. 우리는 어쩌면 인간을 사랑한 적이 없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미래만을 바라보며 살아온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그래서,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보이는 스타에게도 불행한 면이 있습니다. 세상을 자기화 했다는 행복감은 지속하기 어려운 반면,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자기 자리를 노리고 있다는 불안감은 언제나 지속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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