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쭈니 JJUNI Feb 23. 2024

EP09) 제가 진짜 여기를 너무 사랑해서 그래요

저보다 제 카페를 더 걱정해주고 사랑해주는 우리 단골 손님들에게,


“사장님 요즘 장사는 좀…괜찮으세요…?“


늘 3시쯤 가게에 오시는 손님이 계세요. 그 분이 오실 때면 ‘늘’ 손님이 아예 없거나 아니면 1~2팀만 있을 뿐. 누가봐도 장사가 잘 안돼는 가게죠. 그 손님은 처음에는 되게 좋다고 하셨어요. 조용하고, 저와 이야기하기에 시간도 넉넉하고 바쁘지도 않으니까요. 그렇게 그 분이 오시면 1~2시간정도 수다를 떨다가 돌아가시곤 하셨어요. 그러다 어느날, 손님이 가게에 들어오며 한바퀴 쓱 둘러보더니 평소 드시는 것 보다 조금은 더 비싼 음료를 시키셨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오늘은 색다른걸 드시네?‘하고는 말았는데 며칠째 계속해서 비싼 음료를 사 드시기에 여쭤봤어요.


“요즘에는 색다른 음료를 많이 드시네요?”


제 말을 들은 손님은 주저하더니 말씀하셨어요.

“아니…장사가 안돼는것 같아서요……가게가 갑자기 사라질까봐 걱정돼서 저라도 도와드리고싶어서…“

정말 감사한 말이지 않나요? 저는 손님이 하시는 말을 듣자마자 내 가게를 이렇게까지 좋아하고 계속 했으면 하는 바램을 가진 사람이 있구나 하는 벅찬 감동이 몰려왔어요. 내가 가꾸고 있는 공간을 정말 마음에 들어해 주시고, 작은 물품 하나라도 바뀌거나 새로 들여놓으면 ‘사장님! 이거 새로 사셨죠?! 가게랑 너무 잘어울리는데요?‘ 하고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계신다는게 너무 감사한 일이라는걸 새삼스럽게 다시 깨닫는 순간이었어요. 나랑 같은 취미를 가지고 있고,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만난다는게. 그리고 그 분들이 내가 혹은 이 카페가 갑자기 사라질까를 걱정하며 본인의 돈을 조금이라도 더 쓴다는게 너무 죄송스럽고 기쁘더라고요.


“헉! 아니에요! 저희는 식당 바로 옆에 있어서 바쁜 시간대만(12시~2시/19시~21시) 바쁘고 나머지 시간에는 원래 한가해요. 저 가게 유지할만큼 벌어요. 평소에 드시던거 드셔요!”

손님은 제 말에 안심했는지 다음부터는 원래 드시던 음료를 드시더라고요. 가끔 디저트도 사드시지만, 예전보다는 훨씬 가벼운 마음으로 방문하시는 것 같아 저도 되려 마음이 놓이더라고요. 그동안 손님은 가게가 망할까봐 얼마나 조마조마하며 방문하셨을까 하니 ‘아 내가 좀 더 노력해서 바빠져야겠다’ 하는 다짐까지 들었죠.


2월달. 장사가 조금 안돼는 달이었어요. 다른 달보다 날이 짧기도 하고 설날이며 입학준비며 이것저것 낀게 많아서였을까요. 단체 모임도 적고 방문하시는 손님들도 지난 12월과 1월에 비해 확- 줄은게 매출에서 보이더라고요. 지난 15일까지만 해도 ‘이러다가 월세도 못 낼 수도 있겠다…’ 하며 계산기만 두드리고 있는 저를 발견하고는 했어요. 단골 손님들도 가게에 들어오시며 “오늘은 손님이 없네요…?” 하며 당황하시기는 마찬가지였죠. 그래도 저는 그 분들 덕분에 한가한 가게라도, 오늘은 10만원도 못 팔고 집에 가는 날이 될 수도 있지만 가게 문을 열고, 불을 키고 오늘도 방문 예정에 있을 단골 손님들을 기다려요.


“사장님, 이거 정말 비밀인데 제 와이프가 이 카페를 진짜. 사장님을 진짜 사랑해요. 맨날 집에 와서도 여기 카페 얘기만 하고 저희가 왕복 1시간 거리에 사는데도 계속 여기로 와요.“


다른 카페보다 특출난 메뉴도 없고, 히터도 빵빵하게 틀어놓지도 않는데다가 볼거리도 많이 없는 카페일 뿐인데. 가게에 오시면 밝게 인사하며 안부 나누고, 가끔 힘든 이야기나 일하는 이야기들 나누고. 서로 남자친구며 남편이며 알고 있으니까 불만이나 좋은점들 이야기하는 소소한 ‘나’라는 사람이 있을 뿐인데. 오늘도 ‘거기 사장님 보러 그 카페 가야지!’하며 집에서 나와 차에 올라탔을 손님들을 위해. 오늘도 아침에 졸린 눈 부비며 일어나 혹여라도 오픈 시간에 맞춰 오실까봐, 추운 날씨에 문 밖에서 기다릴까봐 발걸음을 재촉하며 가게에 출근해요. 문을 열고 들어오는 낯익은 얼굴들을 향해 오늘도 말합니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오셨어요. 어디 아프셨던건 아니죠?’ ‘이제 감기는 다 나으셨어요?’ ‘지난번에 아프시다던 허리는 괜찮으세요? 얼른 병원가보세요. 허리가 진짜 중요해요’ ‘여자친구랑은 화해하셨어요?‘ ’아 참 !지난달에 결혼하셨죠! 결혼 너무 축하드려요! 신혼여행은 어디로 다녀오셨어요?‘ ‘늘 드시던 걸로 드릴까요? 네네! 물 적게, 시럽 한 번! 기억하죠~’ ’아드님은 어쩌고 오늘은 아버님 혼자오셨어요?‘ ’오늘은 일행분 없으세요?! 그럼 저랑 대화해요~ 혼자는 심심하잖아요!‘ ’헉! 어제도 오시고 오늘도 오셨네요? 당연 기억하죠~ 저쪽 테이블에 네분이서 오셨었잖아요!‘ ’오늘은 평소보다 일찍 오셨네요?’ ‘아드님 학원 끝나는 21시까지 계셔야하죠?! 편하게 계세요~ 저도 그때까지 있을게요!’


그리고 이건 저만의 비밀인데요, 저도 손님들을 낯익은 얼굴들을 사랑하고있답니다. 매일 출근하며, ‘그 손님은 안오신지 좀 됐는데, 무슨 일 있으신가?’ ‘아버님은 오늘도 오시겠지? 그러면 혼나기전에 매일 앉으시는 자리 닦아놔야겠다 히히’ ‘으아 매일 아침일찍 오시는 손님 오늘도 오실텐데 늦었다 늦었어!(후다닥)’ ‘오늘은 날이 따뜻하니 아기랑 어머님 오시지않을까?’ ‘어르신 저번에 커피 양 많다고 했으니까 오늘 오시면 꼭 물 적게 드려야겠다’

차마 제 입으로는 보고싶었다고 기다렸다고 말씀드리지는 못하지만 (또 이런건 쑥쓰러움), 여전하게 늘 감사합니다.

수다쟁이에다가 가끔은 꼬질꼬질하게 출근하는 사장이지만, 늘 감사한 마음을 전해요.


+다음 이야기는,

”사장님…저 오늘 여자친구랑 헤어졌어요.“

손님들의 연애와 사랑이야기를 해볼까요? 제가 이래보여도 연애상담 고수거든요 (후후*) 그럼 다음 글에서 만나요-!

작가의 이전글 EP08) 다른 카페에는 있는데 여기는 왜 없어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