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저 헤어졌어요…..(숙연)
제가 요즘 즐겨보는 유튜브가 있는데요….바로, 옛날에 했던 티비 프로그램인 [남녀탐구생활]을 보고있어요…(쑥스럽지만 제 밥친구입니다)
남녀 탐구생활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맨 처음에 나오는 나레이션이 ‘남자, 여자몰라요. 여자, 남자몰라요.’ 인데요. 저는 이 말에 정말 백번 천번 공감해요. 우리는 서로를 잘 안다고 생각해도 “도대체 여자들은 왜그래?” “아니, 남자들은 왜 이해 못해?(왜 그런걸 좋아해?)” 하는 생각과 의문들이 끊임없이 들어요. 하지만 우리는 서로의 연인에게 ‘도대체 왜그래?’ 라는 말은 잘 하지 않아요. 싸움의 원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죠.(싸움은 늘 두려워요…후덜덜…)
종종 가게에 오시는 남자 혹은 여자 손님들은 저에게 ‘도대체 여자들은(남자들은) 무슨 심리로 그런 말을 하는건가요..?’ 하고 물어봐요.
남자분들이 여자친구의 심리에 대해 물어볼때는 “저도 제가 여자라서 아는데” 로 시작하고
여자분들이 남자친구의 심리에 대해 물어볼때는 “그쵸! 저도 진짜 모르겠어요!” 하며 공감으로 시작하죠.
그래서 그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최근에 서울에서 내려와 제가 있는 지방에서 일을 다니기 시작한 분이 계세요. 주변에 가족도 지인도 없는데다가, 평소에 커피를 엄청 많이 드셔서 늘 카페를 찾아다니셨다고해요. 그러다가 제 카페가 눈에 딱! 띄이게 된거고, 가격도 적당해서 여기로 자주 다니기 시작한거죠. 정말 매일 오시는데다가 한 번 오시면 커피를 3잔씩(심지어 사이즈업!) 드시기 때문에 더더욱 기억에 남는 손님이었죠. 그렇게 조금씩 대화를 하다가 어느새 고민상담까지 할 수 있는 친분을 쌓았어요.
그 분은 늘 오전 10시쯤 오셔서 12시가 되기 직전에 가게에서 나가셨어요. 언제 한 번은 ‘곧 가셔야 하는 시간이시죠?’ 하고 물어보니
“아, 여자친구가 12시부터 점심시간이라 통화해야해서 가요” 하셨어요. 엄청난 사랑꾼 아닌가요? 평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저렇게 하신다는게 뭔가 좀 대단해보였어요. 그러던 어느 날 손님은 어떤 일을 계기로 여자친구랑 틀어져요. 한 사업을 두고 여자친구랑 해야할지 아니면 본인이 할지를 이야기하다가 서로 ‘도대체 왜 이래?‘하면서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긴거죠.
“아니,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계산하면 그게 안나오나요? 도대체 왜 이렇게 감정적으로 구는지 모르겠어요.”
손님은 여자친구분에게 ‘이성적으로 생각하길’ 바라고 계셨어요. 하지만, 제가 이야기를 들으면서 느낀건 ‘아, 여자친구분이 손님의 태도 때문에 많이 서운한 상태라 감정이 앞서있구나’ 였어요. 서울과 지방에서의 연애인지라 만나는 시간이 점점 적어졌고, 둘 사이에 문제도 있어 더욱 해결이 안됐죠. 사실, 저와는 전혀 상관 없는 연애인데다가 모르는 사람이기도 해요. 하지만, 이렇게 이야기를 듣고있다보면 정말 내가 아는 가까운 사람들의 연애와 같이 느껴지죠.
저는 최대한 중립적으로 이야기를 해드려요. ‘아마 여자친구분이 이런 부분 때문에 서운한걸 느껴서 그런식으로 말씀을 하신 것 같아요. 제가 해드리는 얘기가 전혀 틀릴수도 있지만 그래도 그런 부분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세요.‘ 하고 말이죠. 그러다 어느날 오셔서 헤어졌다는 이야기를 하셔도 ‘어쩔 수 없었구나’ 하는 편이고, 계속 만난다고 하면 ‘잘됐네요! 그래도 마음에 걸리는 부분은 해결하고 만나셔야해요. 아니면 같은 이유로 계속 싸우게 되더라고요.’ 하고 말하는 편이죠. 감정적인 부분은 가장 중요하고 또 예민한 부분이니까요.
어떻게 보면 이렇게 이야기해드리는 것 자체가 ‘오지랍’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저는 가게에 늘 상주하고 있는 ‘여자’ 로써 공감이나 조언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한 마디라도 건낼 수 있다는게 참 감사하고 즐거워요. 그게 내가 아예 모르는 분야의 일이라도 새로운걸 알아가며 전혀 다른 관점에서 이야기를 해 드리거나, 내가 잘 아는 분야라서 전문적으로 이야기를 해드리거나 하는 것들이 제게도 손님에게도 도움이 되더라고요. 또, 우리는 본인에게 일어난 일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공감’ 이나 ‘위로’를 받고 싶어하잖아요.(저만 그런가요?!) 하지만 정말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내 사람을 험담하는 것 같아 하기 껄끄럽고 어디 게시판에 올리자니 그것도 싫고.
그냥 내가 자주 가는 단골 카페에서, 내 사람을 만날 일이 전혀 없는(얼굴도 모르는) 사람이랑 편하게 내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다는 것. 저는 이것도 카페쟁이의 사명(!)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있어요.
자주 오던 단골 여자 손님이 어느날 저한테 말하더라고요. “사장님, 저 썸타는 남자가 생겼어요. 제 번호를 물어봐서 가져가더라고요. 계속 연락해도 괜찮겠죠?”. 쑥쓰러워하면서 말씀하시는데 오히려 제가 더 기쁜 마음이 드는거 아시나요? “헉. 그 남자분이 마음에 드세요? (손님 : 끄덕) 그럼 당연히 연락해야죠! 좋으시겠어요!! 오히려 제가 더 설레이는데요?! 나중에 만나게 되면 저도 알려주세요!” 온갖 방정이란 방정은 다 떨고 서로 연애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몇 달 후. 그 여자 손님은 남자분의 손을 잡고 당당하게 카페에 들어오셨어요. (축하드려요!)
벌써 3년째 카페에 오는 1살 어린 남학생(대학생)이 있어요. 작년에 저한테 와서 하는 말이 “누나, 저 헤어졌어요…” 였죠. 갑작스러운 소식에 듣는 저는 띠용(?) 스러웠죠. 분명 연애하기 전에, 연락하던 시절부터 알고 있었고 연애를 잘 시작해 만난 기간도 길었는데 갑작스럽게 헤어졌다니까 오히려 저도 당황스럽더라고요. 서로에게 있었던 여러가지 일들과, 20대 후반인 우리들 주변 상황때문에 (경제적인 문제, 직로 문제 등) 헤어짐을 결심한 그 친구에게 제가 해줄 수 있는 말은 하나였어요.
“내 주변 상황이 힘들고, 많은 일들을 해야 해서 지칠 때. 많은 일들 중 하나가 아니라 그런 나를 옆에서 아껴주고 진심으로 사랑해주는 단 한 사람을 놓는건 바보같은 짓이야.”
제가 늘 연애를 하며 생각하고 마음에 담아두며 가끔씩 꺼내는 말이에요. 저는 다시 만나라거나, 헤어지지 말라거나 혹은 그만 만나라거나 하는 말은 하지 않아요. 그냥, 살면서 연애든 인생이든 후회없는 선택을 했으면 하는 마음에. 카페 사장이기도 하면서, 남이기도 하고 누군가의 ‘누나,언니,아가씨,딸‘로 불리는 사람으로써. 지금까지 나도 살면서 많은 후회를 해왔기 때문에 드릴 수 있는 말이기도 하죠. 모두가 행복한 연애를 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요. 연애를 하다가 어느날 ‘사장님 저 결혼해요!’ 하고 말하러 들어오는 분들에게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박수쳐드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눈 똘망하게 뜨고 가게에 들어오는 커플들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물론, 리액션이 좋은 커플들은 사랑합니다.
+다음이야기는,
동네카페에서, 동네 사람들과 너무 친하게 지낸다면- 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조금은 섬뜩할 수도…있습니다.(그래서 제가 지금 무서워요 …ㅎㅎ..)
그럼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