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삶은 건조하다.
밤에 눈 감기 전에 건조하고,
아침에 몸을 일으키며 건조하다.
출근할 때 건조하다.
버스를 갈아탈 때, 걸을 때, 이어폰에 구슬픈 선율과 가사가 흘러나올 때에도 건조하다.
직장에서 건조하다. 동료와 웃으며 주고받는 말과 제스처 속엔 알 수 없지만 깊은 건조함이 배어있다.
집에 돌아오는 길은 건조하다. 똑같은 풍경, 똑같은 창밖, 거의 비슷한 떠오르는 생각들.
건조함으로 단련되었기에 건조함을 모를 뿐, 또는 못내 아니라 떨쳐내기 해 볼 뿐.
소소한 것에서 큰 기쁨을 누리려 해 본들, 작은 대화 속에서 한순간 정말로 미소가 퍼져나와 본들 이 하루를 감싸는, 어제와 오늘의 전반적인 기운.
건조한 것은 건조한 채로 남아있다.
건조한 삶을 사는 것은 나뿐만이 아니다.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 길을 걸을 때, 무심코 마주치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면 안다.
이 아저씨, 저 아줌마, 꼬마 아이, 할머니, 떼로 뭉쳐 다니는 중고딩들 누구든 할 것 없다.
건조하다.
이 건조함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여정의 시작이다.
인스타에 자랑거리, 페북에 행복을 강요하는 쇼윈도형 낭만거리를 싸지르는 것은 그것대로.
오늘을 그저 사는 숨김 없는 하루를 남길 조용한 공간이 필요했다.
중2때 누가 시키지 않아도 다이어리를 만들고 거기 나만 볼 일기를 썼듯.
거짓 없는 나를 기록하는 것은 타인보다 날 위해, 또는 내일의 조금 더 진실된 날 만날 타인을 위해 (귀찮지만)마땅이 필요한 과제 같은 것이다.
건조한 삶. 에서 진실을 들여다보면
거울에 나를 자질구래한 필터없이 나 자신부터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으리라.
그 이후의 일어날 일들은 또 자연스러우리라.
생각보다 그렇게 우울하지도 않을 것이라 미리 예상.
늦으나마 시작한 것에서 (참으로 건조하지만), 실낱같은 변화를 기대하게 한다.
건조한 삶.
시작하자 다짐했기에, 이제 진짜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