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유럽 도시 기행 1』, 생각의길, 2019
유시민 작가는 스스로를 ‘지식 소매상’이라고 칭합니다. 한때 정치와 행정에 몸담았으나 전업작가로 복귀하여 글을 쓰고 방송에 나와 지식을 나누는 일을 하고 있으니 그렇게 칭할 만도 하지요. 방송 ‘알쓸신잡’, ‘썰전’ 등에서, 그리고 노무현재단 유튜브 ‘알릴레오’를 통해서 대중과 끝없이 대화하는 그의 저서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큰 인기와 영향력 있는 인물로 자리매김해 왔습니다.
『유럽 도시 기행 1』은 ‘지식 소매상’으로서의 면모를 가감없이 볼 수 있는 책입니다. 저는 이 책을 코로나19가 시작된 직후에 읽기 시작했는데, 직접 가보지는 못했지만 읽고 있으면 어느새 이스탄불 한복판에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디테일하게, 그리고 역사적 사회적 맥락을 잘 읽어주는 흥미로운 책이었습니다.
『유럽 도시 기행 1』의 이러한 특징들은 아마도 도시에 대한, 또는 여행에 대한 유시민의 관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유시민 작가는 이 책에서 “모든 텍스트가 그러하듯 도시의 텍스트도 해석을 요구하는데, 그 요구에 응답하려면 ‘콘텍스트’를 파악해야 한다”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어떤 도시를 여행하면서 ‘들었다고 생각하는’ 이야기를 가장 유시민다운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어떠한 관점을 강요하는 것이 아닌, 자신만의 방식으로 ‘콘텍스트’를 읽어내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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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알쓸신잡’의 멤버가 되어 유시민과 유럽을 여행하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아마 이 책을 읽어보신다면 여러분도 이스탄불에서, 파리에서 유시민의 수다를 듣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 것입니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취소되고 일상이 잠시 멈추었을 때 이 책은 제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언젠가 이 책에 나온 곳을 직접 찾아가 나만의 방법으로 ‘콘텍스트’를 읽는 여행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여행은 ‘과거의 공간’에서 행해집니다. 그 속에서 우리는 ‘현재의 공간’을 만들고, 곧 그것은 ‘혼합공간’이 됩니다. 과거와 현재가 뒤섞인 곳에서 우리는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곤 합니다. 이 책에 나오는 수많은 ‘옛날 이야기’들은 그저 옛날 이야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의의를 갖습니다. 각자의 ‘콘텍스트’ 독법을 바탕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직접, 그리고 상상으로, 영상으로 여행을 떠나기를 바랍니다. 그 과정에서 잘 다듬어진 ‘우리만의 독법’은 더 나은 ‘혼합 공간’을 만들 수 있는 주춧돌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