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에 작은 소파를 들여놓기로 결심했다. 비록 공간이 더욱 협소해지지만, 집에서 하루 종일 일을 하다 보니 인테리어에 변화를 주고 싶었다.
사실 핑계다. 인테리어에 변화를 주고 수시로 방을 꾸미는 것을 좋아한다. 아니다, 사실 돈 쓰는 걸 좋아하는 통장 미니멀리스트다.
결심을 하자 할 일은 제쳐두고 하루 종일 소파만 보게 됐다. 1인용 소파, 카우치, 긴 소파, 패브릭 소파, 이케아, 이케아 소파, 긴 의자
관련 검색어는 다 입력해가며 네이버 쇼핑, SSG, 이케아, 29cm 심지어 사지도 못할 디자이너 편집숍까지 다 찾아봤다. 그리고 마침내 마음에 드는 소파 브랜드를 찾아냈다. 무엇보다 가격이 합리적이고 디자인도 심플해 쉽게 질리지 않을 것 같았다. 색상은 미색. 좋다.
삼일 동안 죽어라 찾아본 결과 심플한 소파는 회색이 가장 많았다. 그런데 미색이라니. 절대 흔한 소파가 아니다. 소파 브랜드의 미적 감각에 감동해 해당 브랜드에서 판매하는 다른 소파들도 다 찾아봤다.
‘디자인은 이게 더 마음에 드는데, 색상이 회색밖에 없네.’
선택지가 늘었다. 디자인이냐 색상이냐.
구매 리뷰를 꼼꼼히 살피고 눈을 감아 가상의 공간을 만들어가며 정말 진지한 고민을 거듭했다.
‘좋아, 처음 본 미색 소파로 구매하자!’
티셔츠 사는 것도 아니고, 그래도 하루는 더 생각해 봐야지. 저녁 8시 즈음에 결심을 하고 다음날 오전 6시에 일어나 혹시나 품절이 될까 싶어 장바구니에 담아뒀던 소파를 얼른 구매했다.
너무나 합리적인 가격 때문인지 주문 폭주로 배송까지는 거의 한 달의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마침내 도착한 소파.
회색 소파다.
미색 소파가 아닌 회색 소파.
사진 속 그 디자인의 회색 소파.
나의 새로운 회색 소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