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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서윤 Aug 29. 2021

나의 고민은 어디로

방에 작은 소파를 들여놓기로 결심했다. 비록 공간이 더욱 협소해지지만, 집에서 하루 종일 일을 하다 보니 인테리어에 변화를 주고 싶었다.

사실 핑계다. 인테리어에 변화를 주고 수시로 방을 꾸미는 것을 좋아한다. 아니다, 사실 돈 쓰는 걸 좋아하는 통장 미니멀리스트다.


결심을 하자 할 일은 제쳐두고 하루 종일 소파만 보게 됐다. 1인용 소파, 카우치, 긴 소파, 패브릭 소파, 이케아, 이케아 소파, 긴 의자

관련 검색어는 다 입력해가며 네이버 쇼핑, SSG, 이케아, 29cm 심지어 사지도 못할 디자이너 편집숍까지 다 찾아봤다. 그리고 마침내 마음에 드는 소파 브랜드를 찾아냈다. 무엇보다 가격이 합리적이고 디자인도 심플해 쉽게 질리지 않을 것 같았다. 색상은 미색. 좋다.

삼일 동안 죽어라 찾아본 결과 심플한 소파는 회색이 가장 많았다. 그런데 미색이라니. 절대 흔한 소파가 아니다. 소파 브랜드의 미적 감각에 감동해 해당 브랜드에서 판매하는 다른 소파들도 다 찾아봤다.


‘디자인은 이게 더 마음에 드는데, 색상이 회색밖에 없네.’


선택지가 늘었다. 디자인이냐 색상이냐.

구매 리뷰를 꼼꼼히 살피고 눈을 감아 가상의 공간을 만들어가며 정말 진지한 고민을 거듭했다.


‘좋아, 처음 본 미색 소파로 구매하자!’


티셔츠 사는 것도 아니고, 그래도 하루는 더 생각해 봐야지. 저녁 8시 즈음에 결심을 하고 다음날 오전 6시에 일어나 혹시나 품절이 될까 싶어 장바구니에 담아뒀던 소파를 얼른 구매했다.


너무나 합리적인 가격 때문인지 주문 폭주로 배송까지는 거의 한 달의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마침내 도착한 소파.


회색 소파다.

미색 소파가 아닌 회색 소파.

사진 속 그 디자인의 회색 소파.

나의 새로운 회색 소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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