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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미삐약이 Jul 04. 2024

팟끄라파오의 세계

무쌉 하나만 있는 줄 알았지

나는 태국 음식을 사랑한다. 한식을 포함한 아시아 음식이 내 입에 가장 잘 맞긴 한데, 그 중에서도 태국 음식은 정말 사랑이다. 베트남 음식도 좋아하는데, 경험한 음악이 굉장히 제한적이라 잘 안다고 말할 수가 없다. 여하튼 태국음식을 좋아하는만큼 예전보다 더 다양하게 많은 음식들을 새로이 시도해보고 있다.


그 중에서도 단연코 많은 횟수로 내 위장을 거쳐간 음식은 팟끄라파오이다. 팟까파오 또는 팟끄라파오 둘 다로 불린다(pad kaprow, pad kaprao 또는 pad gaprao). 태국어로 '팟'은 덖듯이 볶는단 걸 의미한다. 영어로 Stir-fried로 표현된다. 말할땐 팟 까파~오 이런 길이로 말하면 아주 잘 통한다.


한국인들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팟까파오의 정석같이도 느껴지는 팟까파오 무쌉. 프란부리 CC까페에서 먹었다.



예전에는 팟끄라파오 무쌉(무는 돼지고기, 쌉은 다진 걸 의미한다)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이번 태국 생활을 통해 팟까파오에는 그 종류가 상당히 무궁무진하구나!라는 걸 온 몸으로 체감하고 있다. 무쌉은 너무 많이 먹어서 제대로 질려버렸고, 그 이외의 다양한 고기 종류를 돌려가며 주문해서 먹고 있다. 거의 1일 1 팟까파오를 하는 듯.. 왜냐하면 내가 사는 이 곳, 프란부리에는 생각보다 많은 식당이 없다. 식당에서 취급하는 음식 자체가 워낙 한정적인 데다가 맛있는 집은 교통수단이 필요한데 나는 차와 오토바이 둘 중 그 어느 하나도 가지지 못했기 때문에 배달밖엔 길이 없다. 하지만 배달도 식당 영업 시간 따라 다르기 때문에 먹고 싶은 것을 먹는 것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음식이 태국음식일지라도! 모든 운이 다 받쳐줘야 먹을 수 있달까.


팟끄라파오는 태국의 홀리 바질(holy basil, 홀리 베이즐)과 다른 메인 재료를 넣어서 간장, 타이 피쉬 소스(액젓), 설탕(케인 슈가) 등과 함께 볶은 음식인데 굴소스는 선택적으로 요리사의 취향에 따라 사용된다고 한다. 또 이 음식의 포인트는 bird's eye chili(새눈고추)라는 핵매운 태국 고추가 들어간다는 거다. 그래서 항상 주문할 때에 나는 팻너이-(덜맵게)를 꼭 꼭 챙겨서 주문에 넣는다! 그렇지 않을 경우 눈물 콧물 다 빼면서 먹음 주의.


닭으로 만든 팟까파오 까이(까이: 닭)


이건 닭으로 만든 팟까파오 까이. 어제 배운 정보로는 닭가슴살을 원하면 팟까파오 까이친이라고 말하면 된다. 식당마다 취급 하는 데가 있고 안하는 데가 있을 것 같으니 참고해서 시키면 될 듯하다.


팟까파오에는 항상 계란 후라이를 올려 먹는 게 정해진 법칙 같은거랄까? 모두들 계란 짝꿍을 꼭꼭 챙겨먹는다. 계란후라이는 태국어로 '카이다우'라고 한다. 카이는 계란이고, 까이는 닭이니 혼동 금지(나는 예전에 방콕 살 때 이 두 개를 맨날 헷갈렸다). 카이찌여우는 계란을 튀기듯 만든 오믈렛이다. 취향에 따라 팟까파우 위에 카이찌여우를 올리기도 한다.


팟까파오는 그 양념 때문인지, 태국 음식에 거부감이 있는 사람들도 이질감 없이 입문하고 즐길 수 있는 음식이다. 물론 홀리 바질 향에 거부감이 있다면 빼고 먹으면 되니 문제 없다.



말도 안되는 가격답게 이를 네이밍한 '팟끄라파오 20밧'이라는 이름의 식당. 랭쌥과 함께 즐긴 팟까파우


어느날, 우리의 코티쳐 선생님께서 점심을 먹었냐고 물어보면서 아니, 안먹었는데?!라고 하니 바로 차에 태워서 향했던 프란부리에 있는 팟끄라파오 20밧 식당. 말도 안되는 대혜자스러운 양과 끝내주는 맛의 식당이었다. 덕분에 현지인 손님들이 바글바글. 디저트도 판다. 아참, 저기 제일 오른쪽 디쉬에 보이는 노오란 계란이 바로 카이찌여우인 계란 오믈렛이다.



삼겹살을 튀겨 빠짝 말린 무끄럽(무: 돼지고기)으로 주문한 팟끄라파우 무끄럽. 정말 맛있었다!


어느 주말에 혼자 후아힌으로 도시 게이지를 채우러 갔을 때, 로컬 느낌 넘치는 동네를 산책하고 있었다. 사실은 옷 수선도 할 겸 평이 좋은 마사지샵도 있어서 겸사겸사 볼일을 보러 가던 중 그랩과 라인맨 기사님의 방문 및 현지인의 포장 줄이 제법 있는 곳이라 눈여겨 본 가게였다. 35도의 극한의 온도 속에서 더위에 지쳐가던 나는 먼 수선집까지 도저히 걷지 못하고 눈 앞에 보이던 마사지샵으로 들어갔다. 마사지 후 배가 고파져서 잠시 고민하다가 이 집을 가보기로 했고, 마침 딱 한 명 식사중이던 사람이 저 메뉴를 먹고 있어서 호기심에 주문했다.


매움 정도는 팻 뽀까띠(팻:spiciness. 매움 정도, 뽀까띠: usuall, normal 정도의 의미. '보통' 정도의 의미를 가진다고 보면 된다. 태국 음식을 시킬 때 아주 중요한 필수 단어이다!)로 해서 시켰는데, 아주 눈물 콧물을 쏙 다 뺐다. 역시 나는 팻 너이(팻: spiciness, 너이: less. 팻너이: 덜 맵게)가 맞다. 태국 사람들의 매움 레벨은 남다른 것 같다. 물론 내가 한국인 기준 매운 음식을 상당히 못 먹는 편이라 더 그럴 수 있다! 이 집의 가격은 50밧.



이건 어느날 교무실에서 점심으로 먹었던 팟까파오 무양. 내 마음의 팟끄라파오 1등 집이다!


어느날 교무실에 있는 중국어 원어민 선생님인 코지가 배달을 할건데 같이 먹을지 제안을 해줬다. 그래서 좋다고 하고 팟끄라파오로 하고 뭘 올릴까? 고민을 한참 했다. 코지는 무양을 시킨다고 하길래 "무양? 무양이 뭐야? 처음 들어보는데?!"라고 하니 바베큐한 돼지고기라고 말을 했다. 그래서 도전해보고 싶어서 나도 같은걸로 따라 주문했다. 뭐든 현지에 오면 잘 아는 사람의 메뉴를 따라가는 것이 베스트라는 걸 매순간 깨닫는다.


그래서 먹은 팟까파오 무양의 맛은 정말 황홀했다. 일단 고기 자체가 달달한 맛이 간이 되어있어서 달달하고 양념을 입혀서 짭쪼름하기도 하고, 단짠의 훌륭한 밸런스를 가졌다. 이 집은 코지가 시켜먹는다고 할 때마다 손을 번쩍 들어서 "코지! 나도!! 나도 먹을래!!"라고 하게 되는 집이다. 오늘은 내 옆자리의 피룩빳 선생님이 이 집에서 피껭을 시킨다고 해서 팟까파우 무양을 말했다가 주문을 철회하고 룩빳 선생님의 초이스를 따랐다. 오늘 점심은 어떤 음식이 올지 기대가 된다. 두근두근!


이미 쌓인 팟끄라파오의 데이터가 많기 때문에, 다음에 한번 더 이 곳에 정보를 풀어봐야겠다. 그럼 인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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