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잡기 대작전
프란부리. 처음에 내가 살 곳을 주변 사람들에게 말했을 때 다들 "뭐? 무슨 부리라고?"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태국엔 어쩌고 저쩌고 부리들이 상당히 많다. '부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찾아보니 마을(town)이나 도시(city)를 의미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프란부리, 랏차부리, 펫차부리 등등 지명 끝에 붙는 -부리들이 참 많다.
내가 살고 있는 프란부리는 후아힌에서 차로 약 25분~30분 정도가 걸리는 아주 작고 아담한 도시다. 우리 학교에서 5년째 근무중인 스페인 출신 영어 교사 오마르의 말에 의하면 스쿠터라도 있으면 프란부리에 갈 곳도 많고 할 것도 제법 된다고 했다. 학교에 출근했던 초반엔 오마르가 발이 묶인 우리를 보고 참 답답하겠다며 매일 매일 우리를 상당히 안타까워 해줬다.
그는 지금 후아힌에서 살면서 여기까지 매번 자가용으로 출퇴근을 하지만 예전에 여기에 처음 왔을 때는 1년 반 정도를 이 곳 프란부리에 살면서 지냈다고 한다. 오마르는 요즘도 종종 "가끔은 프란부리에 살던 때가 그리워. 참 조용하고, 물가도 저렴하고."라고 하며 북적북적한 후아힌과의 상반된 매력을 그리워한다.
나 또한 이 곳 프란부리가 상당히 마음에 드는데, 너무 작아서 할 게 없고 갈 데가 없다는 불만을 자주 느꼈었지만 나름대로 시간을 들이고 정을 붙이니 참 아기자기하고 예쁜 매력이 있는 도시라는 생각이 든다. 대신 오토바이든 차든 차편이 꼭 있어야만 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이 교통수단의 부재는 이 곳 생활의 가장 큰 난제로 다가왔다. 지금까지도 여전히 고통아닌 고통을 받고 있기도 한데, 이 곳에서 생활한지 약 50일이 다 되어가는 지금인 이제는 꽤나 달관한 처지에 이르렀다. 그래서 나와 짝꿍 선생님도 같이 후아힌으로 탈출할 계획을 세우기도 했고. 물론 앞에서는 이 곳의 매력이 느껴진다더니 이 무슨 모순되는 말인지!
프란부리에는 대중교통이 없다. 버스도 없고, 툭툭은 당연히 없으며, 썽태우는 당연히 더 없다. 정말 신기한 게 후아힌과 바로 맞대고 있는데도 딱 후아힌 내에서만 모든 대중교통 수단이 운행을 하고, 프란부리로 넘어오는 시점부터는 이정도면 이 상황이 가짜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모든 수단이 사라진다.
택시는 있긴 한데,
택시를 타려면 무조건 현지인들의 도움을 받아서(우리의 경우에는 주로 머무는 리조트나 숙소의 현지인 도움을 이용했다.) 택시 기사에게 전화를 돌려서 목적지를 말하고 일정이 되는지, 된다면 얼마에 해줄 수 있는지를 물어보는 방법이다. 이 방법의 맹점은 가격이 상당히 바가지라는 것이다. 아직도 이해가 안되는 점은 우리가 여기에 하루 이틀 묵고 갈 뜨내기도 아닌데(물론 그들 기준 약 3개월이면 뜨내기로 느껴질 수도 있겠다) 가격을 자꾸 터무니 없이 제시한다는 것이다.
그랩 어플도 없냐고 물어보시겠지만 그랩이 있어도 택시를 잡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다. 오직 드라이버들의 일정이 비어있고, 그들의 마음이 동할 때만 가능한 것..! 그래서 여기 있으면서 후아힌으로 나가는 택시를 잡은 것에 성공한 적은 단 한번도 없다.
보통 그랩을 이용해서 후아힌에서 프란부리로 들어오는 가격은 후아힌의 윗쪽인지 아랫쪽인지에 따라 다르지만, 카오 따끼압 근처 후아힌 아랫쪽에서는 220밧~230밧 사이로 택시가 잡힌다. 마켓빌리지나 찻차이 시장 등 조금 더 윗쪽에서 그랩 택시를 잡을 경우 250~260밧 전후로 구할 수 있다. 물론 항상 캔슬이 기본 2~3번 이상 된 후에 프란부리로 오는 택시를 잡아서 들어올 수 있지만. 그 때는 매번 간절한 심정으로 다음과 같은 말을 되뇌이며 기다린다. '제발 취소하지 말아라, 제발 캔슬 금지!'
이 곳에 오고 맞은 두 번째 주말을 이용해 후아힌행 여행을 계획했었다. 짝꿍 선생님이 묵던 칠칠 리조트의 사장님을 통해 물어본 택시의 가격은 500바트. 뭐 그거 얼마 된다고 그냥 타면 안되나? 하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막상 살다보면 바가지라고 느껴지면 더 타기가 싫어지는 그런 심리가 생긴다. 결국 택시기사님이 더 이상의 할인 의사가 전혀 없으셔서 그 날은 궁여지책으로 리조트 사장님 친구 찬스로 미니밴(말이 좋아 미니밴이지 작고 아담한 흰색 봉고차다) 정류장에 가서 급히 정시보다 10분 일찍 출발하는 미니밴에 뛰쳐올라타서 후아힌으로 갈 수 있었다.
이런 전적이 있는지라 매번 후아힌행을 계획할 때는 엄두가 안났다. 미니밴을 타려고 해도 정류장까지 이동하는 택시가 없고, 10분도 안되는 거리 운행에 300밧이라는 가격을 제시하니 타려는 마음이 싹 가시게 만든다. 그래서 우리가 궁여지책으로 찾은 방안은 그랩 바이크. 오토바이이긴 하지만 그랩 바이크를 부르면 음식 배달하시던 기사님이 짬짬이 비는 시간에 우리를 태워주신다. 태국이 배달 강국이 된 것에 그저 감사하게 될 따름이다. 이런 배달 서비스가 없었다면 우리는 그냥 숙소랑 학교만 걸어서 왔다갔다 해야하지 않았을까?
심지어 그랩 바이크도 매번 잡히는 것이 아니라 간헐적으로 잡힌다. 바이크가 잡혀도 기사님들이 뭘 드시거나.. 뭘 픽업을 하셔야 하거나 하면... 안 오신다. 기사님이 움직일 때까지 하염없이 그랩 앱만 새로고침 하면서 기다리고 있는 것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아무튼, 그랩에도 예약 서비스가 있다는 것을 짝꿍 쌤이 발견하고 먼저 시도를 해봤다. 너무나 좋은 시스템이지만 이것도 쿼터가 있는지 뭔가 예약이 다 차면(우리의 추측이다) 창이 열리지 않는다. 그래서 이 방법도 쉽진 않은 방법이고 중간에 기사님이 배정되었더라도 취소를 해버리면 발이 묶여버리는 난감한 상황이 생긴다.
이런 불편한 생활을 청산하고자 후아힌으로 생활 터전을 옮기기로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