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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inbox Jun 07. 2021

창문을 열었을 때 난, 프랑크푸르트였다

2010.11.05 그날의 새벽





가끔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 주인공들은 이 현실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부산스러운 행동을 하고는 한다. 얼굴을 꼬집는다거나 밖으로 뛰쳐나가 자신이 서 있는 공간을 확인한다거나 옆에 있는 누군가에게 벅찬 음성으로 자신의 상황을 되묻기도 한다. 


누군가에게 그런 기억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나는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그날을 말하겠다. 

2010년 11월 5일 새벽 

창문을 열었을 때 난, 프랑크푸르트였다. 




아주 오랜 꿈이었고 계획이었다. 26살, 2년 여의 첫 직장생활을 마감하고 나는 유럽으로 떠났다. 비행기를 탈 때도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했을 때도 숙소에 가서 캐리어를 풀었을 때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내가 발을 딛고 있는 그곳이 유럽이라는 사실이 말이다. 고단하고도 설레는 마음으로 잠에 들었고, 새벽녘 눈이 떠진 나는 '드라마 속' 그들이 그랬던 것처럼 부산스레 침대 맡의 창문을 열어보았다. 



2010년 11월 6일의 프랑크푸르트, 새벽



창밖의 그곳은 너무나도 완벽한 프랑크푸르트의 새벽이었다. 키 큰 가로등이 밝히는 프랑크푸르트의 고즈넉한 길가, 정차한 트램을 타는 사람들- 그 하나하나를 벅차게 바라보다가 가방 속에서 카메라를 찾아 셔터를 눌렀다. 그 순간이 드라마가 되어,  창밖의 카메라 앵글이 나를 잡는다면 '액션' 만큼은 완벽한 주인공의 '그것'이었으리라. 아마도 환희에 젖어 반짝이는 눈빛과 셔터를 누르는 손길, 사진을 확인하며 새어나오는 미소까지 부족함이 없었을 것이다. 


나는 그날의 나를 너무나도 칭찬한다. 유럽 여행의 다른 어떤 기억보다도 내게는 그 새벽이 너무나 소중하다. 그 새벽의 기억으로, 남아 있는 사진으로 나는 지난 10년 간 내 안의 '빛'을 불러올 수 있었다. 사진을 보면 다시 펼쳐지는 그날 그 순간 그 감정은 문장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반짝임이었다. 여행을 사랑의 감정으로 표현한다면 내게는 영락없는 첫사랑의 모습인 그날의 새벽이 더욱 그리운 밤이다. 그리운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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