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을 어디서 보는지, 논문이 MW(메디컬라이터)에게 얼마나 중요하고, 이 논문을 통해서 어떤 작업을 하는지 대략적으로 보여줬다.
이제 논문의 구성을 확인할 차례다.
어떻게 생겨 먹었길래 이토록 어렵다고 느끼는 것이며,
왜 무서운 것인지 알아보고 공포를 이겨내 보자.
도서관에서 제목이 마음에 드는 책을 하나 꺼냈다 쳐보자.
책의 목차를 보고, 책 소개를 확인할 것이다. 이 부분이 마음에 들면 본문을 읽기 시작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논문에서는 초록(Abstract)이 사전 내용에 해당한다.
전체 내용을 읽기 전, 항목마다 내용을 축약해 놓은 초록을 읽고 논문을 읽는다.
<한국말로 '초록'이라 읽으며, 논문 앞에 나오는 요약본을 의미한다>
<배경-방법론-결과-결론 순으로 이어진다>
대학교를 다닌 사람들이라면 보고서를 쓸 때, 서론-본론-결론 순으로 기승전결이 있게 구성을 해야 함을 알 것이다. 아무리 대단한 발견을 한 논문이라도 밑도 끝도 없이,
“이거 봐라. 내가 만든 인공지능 로봇 킹왕짱이지?”
할 수 없다.
일단 인공지능 로봇이 왜 중요한지, 이것으로 왜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설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기존 연구들을 가져와 설명한다. 그 후 인공지능 로봇을 만드는 것이 어떤 의의와 연구의미가 있는지 밝힌다. 또 인공지능이 무엇인지, 로봇이 무엇인지, 그래서 이것을 어떻게 결합했다는 것인지 설명한다.
당연히 설명들은 내 머릿속 피셜로 이뤄져선 안된다.
또 다른 이미 출간된 논문을 가지고 와서,
“여기 이렇게 쓰여 있어.”
하고 내 문장으로 다시 바꿔서 써야 한다.
하지만 내 문장으로 풀어쓴답시고 나의 주관적인 의견이 들어가면 안 된다.
(*인문학에서는 피셜의 허용이 의학계와 다를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설명하는데 서론에 연구배경이, 본론에는 방법론과 결과 그리고 결론에 고찰과 결론이 있다.
초록(abstract)도 서론-본론-결론의 형식을 갖추어 작성된다.
예시 논문의 초록에 어떤 내용이 들어가는지 살펴보자.
[배경]
환자의 갑상선암이 방사성 요오드(131I, RAI)에 내성인 경우, 치료 옵션이 부족하여 예후가 좋지 않습니다.
→ 131I, RAI가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지만, 저 숫자코드에 내성을 갖고 있는 갑상선암이면 예후가 안 좋구나.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많이 없어서 안 좋다고 하네? 예후를 좋게 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한 것 같아.
[방법]
→ 그래서 우리가 만든 '소라페닙'이라는 약이 효과가 있는지 시험해 봤어. 모든 건 윤리적으로 문제가 없이 허가받았고, 연구방법은 ~~(위의 내용) 이렇게 했어.
[결과]
연구에서 417명 환자 중 소라페닙 치료가 PFS를 향상했으며, 전체 생존에서는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습니다. 반응률은 소라페닙 그룹이 높았고, 부작용은 주로 경증이었습니다. 가장 흔한 부작용은 손발 피부 반응, 설사, 탈모, 및 발진/각질 제거였습니다.
→ 오우, 효과가 있어. 부작용도 별로 없네.
[결론]
소라페닙이 진행 중인 RAI 저항성 DTC 환자를 위한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 PFS를 유의하게 향상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 자, 이제 소라페닙을 갑상선암에서 예후가 안 좋은 케이스(배경에서 말한 것)에 써보면 어때?
초록은 대략 250-350 단어로 되어 있어 빨리 읽어볼 수 있다.
어떤 내용인지 파악이 됐다면 전체 내용을 읽을지 말지 결정한다.
요약만 보고,
‘그래서 소라페닙(니네약)이 좋다는 거잖아.’
다 읽었다 칠 수 있지만 여기서 우리에겐 연구 사고력이 필요하다.
Critical Analysis, 혹은 비판적 분석능력, 비판적 사고력이라고 불리는 것으로
읽으면서 '이건 왜지?', '이게 무슨 뜻이지?' 생각을 하며 읽는 것을 의미한다.
예시논문의 초록을 다시 보자.
[배경]
환자의 갑상선암이 방사성 요오드(131I, RAI)에 내성인 경우, 치료 옵션이 부족하여 예후가 좋지 않습니다.
-> 방사성 요오드 내성이 무엇일까?
[결과]
연구에서 417명 환자 중 소라페닙 치료가 PFS를 향상했으며, 전체 생존에서는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습니다. 반응률은 소라페닙 그룹이 높았고, 부작용은 주로 경증이었습니다. 가장 흔한 부작용은 손발 피부 반응, 설사, 탈모, 및 발진/각질 제거였습니다.
-> 417명의 대상자가 적절한 숫자인가?
[결론]
소라페닙이 진행 중인 RAI 저항성 DTC 환자를 위한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 PFS를 유의하게 향상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 ‘소라페닙 킹왕짱’이라는데 결과표 숫자는 믿을만한 것일까?
등등의 질문이 생성되는 걸 비판적 분석이라 한다.
이렇게 초록에서 생성된 질문을 잘 기억하거나 적어뒀다가 논문의 본문에서 궁금증을 해결하는 식으로 읽으면 기억에도 오래 남고, 내가 구하려는 지식과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별생각 없이 소라페닙이 킹왕짱이구나. 연구하느라 수고했네, 만 남는다면 우린 논문에서 아무것도 얻을 수가 없다.
워밍업이 끝났다면 본문으로 가보자.
요즘 같은 세상은 생성형 AI 즉, 챗GPT가 있는 곳이다.
영어가 너무 어렵고, 영어보다 의학용어가 더 어렵다면 챗GPT 선생님을 써보자.
그분의 도움과 함께라면 논문 따위 쉽게 구워 먹을 수 있다.
단, 도깨비방망이를 바라서는 안 된다. 지피티 선생님은 어디까지나 보조수단일 뿐이지, 신이자 교수님이 될 수 없다.
내가 추천하는 방법은 처음엔 단락별로 복붙 해서 지피티 선생님의 번역과 요약을 확인한다.
여전히 무슨 말인지 어렵다, 하면 지피티 선생님의 조언을 구한다.
친절하다. (좀 짜증 나는 어투인 것 같지만ㅎㅎ..) 쉽게 알려줘서 고맙다.
이런 식으로 논문 한 편을 읽을 수 있다.
초반엔 시간이 많이 걸린다. 특히, 연구방법론에서 용어와 통계지식에 대한 정의를 하나하나 찾아가며 읽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
만약 초보자인데 방법론의 통계분석에 대한 이해가 너무 어렵다면 간단하게 이해만 하고 가도 된다.
무슨 말이냐면, 우리는 퍼센트(%)와 평균에 대해 어떤 방식인지 수식을 외우고 다니진 않지만, 뉴스에서 말할 때 그게 무슨 ‘느낌’인지 안다.
바로, 그 느낌을 캐치하기만 하면 그다음으로 나가는데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예시논문의 방법론을 가져와 보자.
일측 알파값 0.01, 90% 파워, 중간 PFS 증가율 55.5%를 가정하면, 420명의 환자 중 267개의 PFS 이벤트가 필요합니다. 모든 무작위 분배된 환자들에 대해 PFS, TTP, 그리고 OS는 로그-랭크 테스트를 통해 평가되었으며, 일측 유의 수준은 0.01(PFS) 및 0.025(TTP 및 OS)로 설정되었습니다. 위험 비율 (HR)과 신뢰 구간 (CI)은 콕스 비례 위험 모델에서 파생되었습니다. ORR 및 DCR은 연구 약물을 받고 기준 및 사후 기준 종양 평가를 받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Cochran-Mantel-Haenszel 테스트를 통해 평가되었으며, 일측 유의 수준은 0.025로 설정되었습니다. 모든 검사는 연령 (<60세 대 ≥60세) 및 지역 (북미 대 유럽 대 아시아)에 따라 계층화되었습니다. 안전 결과에 대한 요약 통계는 연구 약물을 한 번 이상 투여받은 모든 무작위 분배 환자들을 대상으로 이중맹검 기간 동안 제공되었습니다.
당최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다;;
아직 통계 기초를 학습하지 않은 수준이라 그렇다.
통계 기본지식 없이 논문을 읽는 병아리라면 아래와 같은 방법으로 내용을 ‘기억’하면 좋다.
1) 일측 알파값 0.01, / 90% 파워, / 중간 PFS 증가율 55.5%를 가정하면, / 420명의 환자 중 267개의 PFS 이벤트가 필요합니다.
→
일측 알파값(one-sided alpha)이라는 게 있구나. 0.01을 기준으로 하고,
파워라는 걸 90%로 설정했다는군.
PFS라는 걸 55.5%로 가정했구나.
267개의 PFS 이벤트가 필요하대 -> 모집된 환자수에서 PFS라는 이벤트가 267개는 되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왔다는 거네?
2) 모든 무작위 분배된 환자들에 대해 / PFS, TTP, 그리고 OS는 로그-랭크 테스트를 통해 평가되었으며, / 일측 유의 수준은 0.01(PFS) 및 0.025(TTP 및 OS)로 설정되었습니다. / 위험 비율 (HR)과 신뢰 구간 (CI)은 콕스 비례 위험 모델에서 파생되었습니다.
→
무작위라 -> 환자를 내가 조사하고 싶은 사람만 선정한 게 아니라 누군지 모르게 제비 뽑기 하듯 뽑았다는 거군.
로그-랭크 테스트라는 평가방법이 있나 보군.
일측 유의 수준, 기준을 PFS랑 TTP, OS를 다르게 잡았네? 그런가 보군.
콕스 비례위험 모델이라는 걸로 결과를 봤다는 거군.
3) ORR 및 DCR은 연구 약물을 받고 기준 및 사후 기준 종양 평가를 받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 Cochran-Mantel-Haenszel 테스트를 통해 평가되었으며, 일측 유의 수준은 0.025로 설정되었습니다.
→
약물을 받고 기준 및 사후 기준? 무슨 말이지? -> 원문을 봐야지. 아~ 약 먹기 전이랑 약 먹고 나서 결과를 봤다는 거구나.
그걸 Cochran 뭐으로 분석했다는 거고. 여기서도 ‘일측 유의 수준’이란 말을 쓰네? 0.025가 기준이구나. 궁금하다. 저 기준은 어떻게 세우는지.
4) 모든 검사는 연령 (<60세 대 ≥60세) 및 지역 (북미 대 유럽 대 아시아)에 따라 계층화되었습니다.
→
어, 여기부터 무슨 말인지 알겠다. 60세를 기준으로 미만, 이상으로 조사했구나. 나라별로 나누지 않고, 대륙별로 나눠서 조사했구나.
5) 안전 결과에 대한 요약 통계는 연구 약물을 한 번 이상 투여받은 모든 무작위 분배 환자들을 대상으로 / 이중맹검 기간 동안 제공되었습니다.
→
안전 결과가 뭐지? 안전한 게 뭐지? 아~ Safety~ 그거구나, 부작용 결과. 약을 먹은 모든 환자한테 부작용 뭔지 기록했다는 얘기 같은데,
이중맹검? 은 뭐지? double-blind, 둘 다 눈을 가렸다는 건데 찾아봐야지. -> 아~ 누가 치료약을 먹었고, 가짜약을 먹었는지 환자랑 의료진이 모르게 했다는 거구나. 아 그렇지. 내가 가짜약을 먹은 걸 알면 심리적으로 영향이 미칠 수 있으니까~ 그러네, 그럼 진짜 약에 대한 효과를 확인한 거겠다.
여기까지 통계 방법에 대한 초보자의 시선으로 해석해 봤다.
너무너무 어려운가?
자꾸 나오는 ‘일측 유의 수준’ 이란걸 찾아보는 게 너무 두려운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지피티 선생님과 갓구글을 이용한다면 이 또한 친절하게 답을 얻을 것이다.
중요한 건, 이런 방식으로 논문을 10편 이상 읽는다면 자주 나오는 용어와 분석방법을 빠르고 쉽게 익힐 수 있다.
‘빨리 일측 유의 수준에 대한 완벽한 정의와 계산법을 알아야 해’
한다면, 단 한 편의 논문도 완전히 읽을 수 없다.
그런 생각은 마치 논문에 나온 모든 의학용어와 약학 지식, 그리고 보건통계를 깨우쳐야만 읽을 수 있다는 논리와 같다.
우리가 164+379의 해답을 모두 '외우고' 다니지는 않는다. 1+1을 이해하고, 4+7을 이해하며 자주 계산해 보다 보면 '이해'가 된다. 나중에는 암산도 가능하다.
논문도 같다. 처음 논문을 읽는 데에는 천천히 이해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10편, 20편 쌓이다 보면 굳이 이해하는 시간을 따로 갖지 않아도 척척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방법론을 읽었다면, 결과는 쉽다. 예시논문처럼 약물의 효과를 숫자 결과로 나타낸 것을 ‘양적연구’라 한다. ‘양적연구’에는 필수적으로 ‘표’가 들어간다.
그래서 결과 부분은 표를 먼저 보고, 결과 기술을 ‘참고하여’ 보면 된다.
굳이 정독하여 결과의 글자를 다 읽을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표에서 해결이 안 되는 궁금증을 결과 본문에서 찾아보는 용도로 읽으면 된다.
그런데 가만 보니, ‘Table’ 표만 있는 게 아니라 ‘Figure’도 있다.
어떻게 해석하고 봐야 하는지 다음 시간에 알려드리도록 하겠다
저자 소개
에이전시 메디컬라이터로 제약산업 마케팅의 메디컬 콘텐츠 생산자이자 메디컬 커뮤니케이터로 일하고 있다. 지방 4년제 간호학과를 꼴찌를 겨우 면하여 졸업한 뒤, 임상 1년을 쌓았다. 그 뒤로 코이카 해외봉사 1.8년, 환경역학 보건연구간호사 1년, 국제보건 사업관리자 10개월, 보건소 역학조사관 6개월, 발암물질 간행물 집필 연구원 6개월을 거쳐 지금의 회사로 왔다. 더불어 온라인 석사과정(영국) 1년과 국내 일반대학원 석박통합과정생 2년(ing)으로 박사학위를 위해 달려 나가고 있다.
편집자 소개
지방 4년제 간호학과를 막 졸업하고, 지방 종합병원의 VIP병동에서 8개월간 근무를 했다.
입사 6개월 차가 되던 때에 취미로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나 시작했다. '나는 직장생활이 불행한데, 다들 그런가'라는 순수한 궁금증에서 비롯된 인터뷰 프로젝트였다. 간호사가 아닌 다른 직종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일에 만족하는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사는지 인터뷰를 하고 다녔다. 그러던 중, 운이 좋게 저자와 만나 '편집자'라는 거창한 칭호까지 받으며 본 매거진 집필에 참여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