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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순 Nov 28. 2023

논문, 필수 준비물 3대장

Chapter 2. 메디컬라이터(MW)의 기본, 논문을 알아보자


앞에서 논문이란 놈이 어떻게 생겼는지 살펴봤다.

이젠 논문을 작성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준비물 세가지를 알아보자.

첫째는, 데이터요,

둘째는, IRB*; 연구윤리 승인을 받는 것이요,

셋째는, 통계 방법이다.

(*IRB: Institutional Review Board; 기관생명윤리위원회, 임상시험심사위원회 - 연구윤리 승인부서/기관)




데이터 얻기


논문은 일단 결과가 필요하다.

결과를 내려면 ‘데이터’가 필요하다.

데이터는 크게 두가지로 나뉘는데

내돈내산$†과 퍼가요~♡‡가 있다. 

†실은 연구비로 노동을 갈아 만드는 것임
‡싸이월드를 모르는 세대에게, 예전엔 남의 사진이나 영상을 내 계정으로 가져가려면 퍼가요~♡가 발자국처럼 댓글에 남았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하니, 연구비를 통해 연구자료를 만들어내는 것 (=내돈내산$)과 국가나 공인된 기관에서 만든 자료(이미 만들어진 자료)를 무상으로 혹은 돈을 내고 받는 방식(=퍼가요~♡)으로 데이터를 가져올 수 있다는 뜻이다.


내돈내산으로 연구자료를 수집하는 예로, 커피와 임신결과의 연구주제가 있다면 직접 임산부를 만나서 설문 조사하고 소변채취 하는 방법으로 자료를 수집할 것이다. 이 때 설문지는 다른 연구에서 가져올 수도 있고, 내 연구에 맞게 수정할 수도 있다. 

+설문지를 수정할 경우, 맘대로 수정을 해서는 안된다. 내 연구와 유사한 기존 논문에서 찾아서 전문가 검증 및 신뢰도 검정을 통과해야 한다.. 


연구자료를 얻는 과정에서 소변 등의 시료를 채취해야 할 때도 있다. 그런 경우 채취를 수행할 의료진, 

소변과 같은 시료를 수거하는 통과 냉장고 혹은 장기 보관인 경우 냉동고가 필요하다. 또한, 이런 검체 채취나 보관 장소는 꼭 식약처나 관련 부서의 허가를 받은 곳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으~~~ 복잡하다.



관리할 인력, 시간, 장소, 생각하자니 연구비가 너무 많이 든다. 

그럼, 퍼가요~♡, 그러니까 이미 만들어진 자료를 갖고오면 된다.

   

어디서?

내가 원하는 데이터가 있는 곳에서!



‘내가 생각하는 연구주제가 내 돈주고 만들어야 하는 내돈내산$이면 어쩌지?ㅠㅠ’



그래서 많은 연구진들은 철저히 기존문헌과 그것의 소개자료를 보고 연구주제를 찾은 다음, 연구계획을 세운다. 최대한 돈을 아끼고, 여러 복잡한 과정을 생략하기 위해…..



‘A기관 데이터에 커피 마신양을 조사하고 임산부 출산 결과가 있군. 내가 생각하는 #커피 #임산부 #출산결과 모두 있네! 이걸로 연구논문 써야겠다.’ =  퍼가요~♡ 


‘아무리 봐도 내가 원하는 #커피 #임산부 #출산결과가 2020년도에 없네ㅠㅠ 그냥 내가 수집해야겠다.. 연구비 어디다 신청하지..’ = 내돈내산$


이런 식으로 주제에 맞는 데이터를 찾거나 직접 수집한다.



기관마다 데이터를 퍼가는 방식은 비슷하다.  

    1) 일단, ‘연구계획’이 있어야 한다. 

    연구계획서를 알아서 작성하라는 곳도 있지만 대체로 기관 내 양식이 있는 한 장짜리 종이를 주고 작성하    라고 한다.   

    2) 작성 후 메일로 제출하면 며칠 뒤 데이터를 제공한다. 

    3) 이렇게 받은 데이터는 개인식별정보(이름, 휴대전화번호)가 없이 받는다.  





연구윤리 승인 (IRB)


그럼 내돈내산$으로 데이터만 얻고 바로 논문 쓰면 되겠네요?


애석하게도 그렇지 못하다.

IRB라는 하나의 언덕 내지 산을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IRB는 연구윤리심의위원회의 약자로, 보통 데이터를 얻기 전, 이 연구에 대한 윤리적 문제가 없는지를 심의받았다고 할때 표현한다.

“IRB 신청했어?”

“IRB 심의결과 언제나와?”

“IRB 번호, 논문에 넣었어?”

류의 대화가 오고갈 수 있다.


IRB의 국내 역사의 지대한 공헌은 ‘황우석 박사님’으로부터 시작된다.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사건은 영화 ‘제보자’의 모델이 되었다>



자세한 내용은 넷플릭스 [킹 오브 클론]을 추천한다.

요약하자면, 좋은 연구 결과를 만들기 위해 데이터를 거짓으로 꾸미거나 연구대상자가 보호받지 못한 채 채취한 난자를 실험에 썼다는 것이다. 


여튼, 그 덕에 국내에서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모든 연구들은 IRB를 받아야 진행이 가능하게 됐다.

실험실 내에서 하는 연구가 아니면 인간을 필히 대상으로 해야 하니 우리에게 IRB는 숙명이다.

(동물실험 또한 연구윤리위원회의 심의를 받는다)



--------


‘에휴, 그럼 퍼가요~♡로 하고 이미 있는 자료 가지고 와야겠다’


퍼가요~♡ 데이터 또한 심의 아닌 심의가 필요하다.

왜?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데이터’가 포함되었으니 말이다.

이름이랑 주민번호가 없다해도 개인의 건강정보 등이 나와있어 ‘심의면제’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내 생각에는 중요한 개인정보 없는 거 같고, 괜찮을 거 같은데?’


라는 생각을 했다치더라도 IRB에 문의를 해야한다. 

높은 확률로, “심의면제 제출해 보세요.” 라는 답을 받을 것이다.


왜냐?

연구 다 하고, 논문 다 썼다가 저널에서,

“너 왜 IRB 없니? 이런건 실어줄 수 없어.”

하고 퇴짜를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윤리 심의가 왜 어려워?

윤리적인 부분이다 보니 심의를 자주 열지 못한다. 

일단, 배석 전문위원 중 ‘목회자’도 포함되어 있을정도로 다각적인 분야의 사람들이 검토하는 것이 IRB이다. 

(친구랑 약속을 잡아도 어그러지는게 다반산데, 각 분야 전문위원을 매주 모이게 한다?? 

와우…그래서 보통 고위험 대상자를 보는 심의같은 경우, 한 달에 한번만 정기심의를 받을 수있다)



내가 2023년 9월에 연구하고 싶다고 8월15일쯤에 제출하면 30일에 허가받겠지? 

안일한 생각이라면 그 연구는 제 기간에 못한다고 보면 된다.

적어도 한두달전에 미리 심의신청서를 제출하고 피드백을 기다려야 한다.



그런즉, 한두달전에 제출할 심의신청서를 만들려면 연구도 계획해야 하고, 연구비도 있어야 하고, 충분한 사전지식을 갖춰야 한다. 그럼 실제 연구를 하겠다 마음 먹은 순간부터 심의를 받기까지는 적어도 반년에서 1년이 걸리는 셈이다. 

(그래서 연구소의 삶이 고단한 것이다. 한 연구 다 끝내고 새 연구 하는게 아니라 한번에 열 몇개씩 동시에 진행해야 원하는 일자에 연구를 할 수 있다)



심의를 안받는 방법은 논문만 가지고 분석하는 연구(메타분석, 체계적 문헌고찰)를 하면 된다.  심의를 면제 받을 수 있는 것은 퍼가요~♡ 데이터임을 증명하면 된다. 어디서 데이터를 받았는지를 제출하는 것이다. 물론 심의면제도 서류를 내고, 기다리고, 수정하는 일련의 과정이 있기에 IRB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단계는 아니다.




이렇게 열심히 데이터를 얻었으면 분석을 해야한다.

통계 지식을 바탕으로 여러 프로그램 중 하나를 선택해서 사용하면 된다.

계속 말하지만 논문을 쓸 때 나오는 여러 프로그램은 윈도우냐, 맥이냐, 안드로이드냐, 아이폰이냐 차이라는 것이다. 일단 한개를 섭렵해 놓으면 다른 프로그램을 쓰더라도 비슷한 맥락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세부사항만 좀 검색해서 배우면 코드를 짜서 분석할 수 있다.


당연히 통계는 배워야 한다.

여기서 잘 아는 수준이란, 수학 수식을 다 외워서 하는 정도가 아니라 수식을 풀었을 때 이해하고, 다른 논문에서 쓰인 통계법을 가져와 내 연구에 똑같이 따라할 수 있는 수준이면 된다. 


그래도 어려운 게 통계지만 이 또한 비슷한 논문을 자주, 많이 보면 금방 습득할 수 있다. 




<연구의 근거수준별 연구방법>



하나의 쉬워보이는 통계 책이나 블로그 글을 정독해 보는 걸 추천한다. 독립변수(원인)가 뭔지, 종속변수(결과)가 뭔지, 숫자형 변수가 뭔지, 명목형 변수가 뭔지, 등을 알아가며 차근차근 이해해 보고 논문을 읽어보면 도움이 된다.

'히든그레이스'를 추천한다 
https://blog.naver.com/gracestock_1


통계지식을 알기 전에 연구의 근거수준별 연구방법 피라미드를 이해하면 좋다. 


교과서에 자주 나오는 피라미드 그림으로,  

    1) In vitro (“test tube”) research: 우리가 하는 연구에서 가장 낮은 단계로 ‘실험실’ 연구

    2) Animal research: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동물실험  

    3) Ideas, Editorials, Opinions: 논설같은 리뷰 논문

    4) Case Reports: 한두개의 특별한 케이스 

    5)  Case Series: 2개 이상의 케이스들을 모아서 분석한게 케이스 시리즈

    6) Case Control Studies: 여러개(몇개이상이 여러개인지에 대한 의견은 분분)의 케이스(환자/약물)와 케이스가 아닌 일반 대상군; 컨트롤과의 비교연구

    7) Cohort Studies: 대량의 연구비와 인력을 갈아 넣은 코호트 연구

    8) Randomized Controlled Double Blind Studies: 코호트를 넘어 무작위 대조를 하는 연구  

     -> 내돈내산$에서 가장 높은 (근거)수준  

    9) Systematic Reviews and Meta-analyses: 무작위 대조연구들 수십개를 비교하는 체계적 문헌고찰이 가장 상위에 위치한다.

     -> 퍼가요~♡에서 가장 높은 (근거)수준




코호트?

무작위 대조?



코로나로 요양병원 집단감염이 있었을 때, ‘코호트 격리’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확진된 사람끼리 격리를 한 것이라는 의미였다.


코호트 연구란, 같은 성질을 지닌 집단을 의미하는 영어로 그러한 집단끼리 시간에 따라 쭉 관찰했다는 연구가 코호트 연구이다. 

보통은 아무 문제가 없는 상태에서 오랜 기간 관찰하며 어떤 특성을 지닌 대상자들이 건강문제가 발생했는지 확인할 때 사용하는 연구방법으로, 아래와 같은 예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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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섬의 임산부들을 대상으로 영양지표, 혈액검사, 소변검사 등을 일년에 한번씩 실시하면서 

태아가 성인이 될때까지 이러한 특성을 꾸준히 수집하는 것이다. 

임산부들이 외부로 안나갈수록 수집될 데이터는 더 많아질 것이다.

이렇게 20년간 모은 데이터로 임신때 산모의 특성이나 신생아때 건강 특성을 가지고 

성인이 되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조사하여 연구로 발표하면 ‘장기추적 연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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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무작위 대조란?

위 연구에서 청소년기가 된 아이들을 체육특화 학교에 입학시켜 졸업할 때까지 다니게 한 그룹과 일반 학교에 다닌 그룹을 비교한다. 단, 배정된 아이들이나 가르치는 선생님이나 이 사실을 모른다. 그냥 뺑뺑이 돌려서 아무 학교에 들어간 줄 아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백프로 모르기란 어렵다는게 보건연구에서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그리고나서 두 그룹간 건강 지표를 살펴본 연구를 했다는 것이 무작위 대조 연구인 것이다. 위와 같은 상황에선 무작위 대조가 어렵다. 섬이란 고립된 상황에서 체육 특화 학교(실험군)가 아닌걸 모르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건학에서 무작위 대조 연구를 하기 위해 좀 더 거리가 먼 섬끼리 대조시키거나, 기초 체육특화 수업을 일반학교(대조군)에도 두는 등 여러 장치를 해 놓는다.



그에 비해 약물연구는 무작위 대조가 쉬운 편이다.

진짜약을 먹는지 가짜약을 먹는지 일반 환자가 보기엔 두 약 다 똑같은 모양을 하고 있어서 잘 모르기도 하고, 두 그룹의 사람들이 한날 한시에 다 같이 보는 날은 없고, 이 두 그룹간의 이해관계가 있을 확률이 낮기 때문이다.

(오늘 하루 서울삼성병원 호흡기 내과 이00 교수님의 진료를 받는 환자들이 서로 알고 지내는 사이일 확률이 얼마나 될까?)




내돈내산$에서 가장 높은 (근거)수준이 무작위대조(RCT)연구라면, 퍼가요~♡에서 가장 높은 (근거)수준은 체계적 문헌고찰이다. 기존에 출판된 논문들을 조합하여 한 연구가 체계적 문헌고찰이다. 


무작위 대조 연구들을 집합하여 정교한 틀에 맞춰 논문들을 분석한다. 그리고 반드시 2인 이상의 연구자가 이를 객관적으로 총평해야 한다. 



좋은점은 ‘데이터’가 아닌, 기존 논문은 저널에 정식 출판된 ‘논문’을 모은 연구이기 때문에 그놈의 IRB로부터 자유로운 연구를 할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심의’나 ‘심의면제’, 둘 다 필요없으면서 최고 (근거)수준의 연구를 할 수 있다. 

그래서 꼭 퍼가요~♡가 (근거)수준 낮은 연구이고, 내돈내산$이 꼭 최고 (근거)수준의 연구가 아니라는 뜻이다. 




이상으로 논문을 만들기 위한 필수 3대장을 살펴봤다.

연구를 하고 논문을 한다는 건 퍽 어려운 일임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니 논문을 읽기만 해도 되는 일은 매우 쉽다.

메디컬 라이터, 계속 어려운 줄만 알았는데 이걸 알고나니 좀 안심이 되지 않는가?

(그랬으면 좋겠다ㅎㅎ)


논문이란 무시무시했던 놈의 실체를 알았으니 이제 돌아가서 메디컬 라이터의 구석구석 속얘기를 들여다 보도록 하자.


내가 몸담은 광고업계의 커뮤니케이션 메디컬 라이터 말고도 분포가 훨씬 넓은 임상연구 메디컬 라이터의 세계도 함께 말이다.





저자 소개

에이전시 메디컬라이터로 제약산업 마케팅의 메디컬 콘텐츠 생산자이자 메디컬 커뮤니케이터로 일하고 있다. 지방 4년제 간호학과를 꼴찌를 겨우 면하여 졸업한 뒤, 임상 1년을 쌓았다. 그 뒤로 코이카 해외봉사 1.8년, 환경역학 보건연구간호사 1년, 국제보건 사업관리자 10개월, 보건소 역학조사관 6개월, 발암물질 간행물 집필 연구원 6개월을 거쳐 지금의 회사로 왔다. 더불어 온라인 석사과정(영국) 1년과 국내 일반대학원 석박통합과정생 2년(ing)으로 박사학위를 위해 달려나가고 있다. 



편집자 소개

지방4년제 간호학과를 막 졸업하고, 지방 종합병원의 VIP병동에서 8개월간 근무를 했다. 

입사 6개월차가 되던 때에 취미로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나 시작했다. '나는 직장생활이 불행한데, 다들 그런가'라는 순수한 궁금증에서 비롯된 인터뷰 프로젝트였다. 간호사가 아닌 다른 직종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일에 만족하는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사는지 인터뷰를 하고 다녔다. 그러던 중, 운이 좋게 저자와 만나 '편집자'라는 거창한 칭호까지 받으며 본 매거진 집필에 참여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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