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 메디컬라이터, 디테일하게 알려줄게요
메디컬라이터는 신약을 알리고 보고하는 사람이다.
커뮤니케이션 메디컬라이터는 제약 광고를 통해,
임상연구 메디컬라이터는 보고서를 통해, 신약의 출시를 돕는다.
그중 커뮤니케이션 메디컬라이터는 광고 에이전시에서 파생된 직업으로,
제약광고 대행사(에이전시)나 마케팅/기획을 하는 회사에서 일한다.
광고 에이전시는 평소대로라면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제품의 특징을 파악하고,
그걸 전달하기 위해 특징을 쉽고 눈에 띄는 말로 바꾸어 사람들을 설득한다.
하지만 제약광고는 약간 다르다.
약이라는 것은 너무 전문적이고 [약사법]을 따르는 특성 때문에
광고계열 사람들을 비롯한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렵다.
또 약은 사람들의 생명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특징이 있다.
아무리 어떤 약이 누구나 혹할 만한 특징을 갖고 있더라도, 그것의 위험성을 면밀히 따질 필요가 있다.
그래서 제약광고만큼은 다른 제품의 광고보다 전문성을 띠어야 한다.
사람들에게 좋은 약의 특징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해 주는 사람이
바로 ‘커뮤니케이션 메디컬라이터(줄여서 MW)’이다.
커뮤니케이션 MW에게는 크게 두 가지 일이 요구된다.
약과 관련된 ①전문 지식을 이해하는 능력과 기억하기 ②쉬운 말을 만드는 능력이다.
여기서 쉬운 말을 만드는 능력이란, 하나의 단어로 정리하면 ‘카피라이팅’이고,
약과 관련된 지식을 이해하는 능력이란 전문 의학논문을 읽고 해석하는 것이다.
앞서 의학논문을 읽고 해석하는 방법은 챕터 하나를 통틀어 이야기해 보았다.
이제 남은 능력은 카피라이팅, 즉 기억하기 쉬운 말을 만드는 능력이다.
쉬운 예시를 들어보면,
웹툰 [미생]에서 신입 직원인 주인공이 보고서 문장을 다듬는 장면이 있었다.
커뮤니케이션 메디컬라이터의 역할은 이와 유사하다. 원문의 장황하고 어려운 문장을 임팩트 있는 몇 개의 단어와 문단으로 바꾸는 것!
사진의 보고서 문장으로 요약된 글을 활용하여
‘카피(copy)’를 만든다고 하면,
”8월 이후 중동 항로, 새로운 기회의 시작! “,
”할증료 유예로 기대감 고조! “
이런 식이 짧은 단어로 임팩트 있는 문장이 될 것이다.
있는 사실 그대로를 해석하는 글이라고 한다면,
“중동 항로의 실재 적재율 95% 육박했다.”,
”중동 항로 선사협의체, 300달러 성수기 할증료 부과 유예함 “
이런 식으로 수치에 기반한 사실만을 서술할 것이다.
커뮤니케이션 메디컬라이터는 이 두 가지가 적절히 섞여있는 카피를 만든다.
사람들의 생명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약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원본 논문 내용을 과장 없이 사실적으로 작성해야 하고,
그래도 여전히 카피이기 때문에 눈에 띄는 포인트를 제시해야 한다.
왜냐하면
법이 그래요, 법이.
아까 장그래가 작성한 보고서로 만든 카피에서
“기회의 시작”과 “기대감 고조”는 내용을 통해 유추할 수 있는 광고 카피지만
제약광고에선 사용할 수 없다.
원본 내용에 그 단어를 쓰지 않았으니까!
그렇다고 두 번째 해석 글처럼 있는 그대로 “실재 적재율 95%”, “300달러 성수기”라고 쓴다면,
지루하기 때문에 타사와 차별화 전략이 불가능하다.
어쩌란 말이냐.
원본 내용에 있는 단어를 비슷한 의미를 갖고 있지만, 좀 더 실용적이고 사실에 기반한 표현으로 바꿀 수 있다. 예를 들면, “육박”이라는 말을 “도달”로 바꾸거나, “성수기 할증료 부과 유예”를 “미부과 연장” 으로 바꾸는 것처럼 말이다.
당연히, 저 단어들을 내 머릿속에서만 꺼내려면 힘들다. 많은 사람들의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브레인스토밍을 하듯, “이런 단어는 어때요?” “저런 단어는 어때요?”라며 단어를 제시하고,
클라이언트나 팀 내에서 또 다른 단어와 서술어를 유추해 보며, 문장이나 카피를 다듬는다.
이렇게 보니 정말 애매하고 어려운 일 같을 수 있지만,
문학적인 표현과는 달리 막상 연구 용어들은 한정적이다.
그러므로 창의적으로 새로운 문장과 단어를 발굴하는 데에 드는 에너지는 크지 않은 편이다.
덧붙여, 카피를 만들었다면 그것을 콘텐츠화시키는 것도 커뮤니케이션 메디컬라이터가 하는 일이다.
웹이나 앱을 통해 교육자료를 만든다면 IT 개발 분야와 협업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땐 IT 개발 업계의 사람들과 업무적인 소통을 해야 하기 때문에, IT 기본 개념을 알고 있으면 유리하다.
혹은 동영상이나 PPT 등을 만들어야 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콘텐츠의 시각화 기능에 대해 많이 접해본 경험이 필요하다.
앞서 커뮤니케이션 MW가 되기 위해 전문지식이 필요하다고 했고, 그것은 의학논문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라고 했다. 하지만 사실 그것과 더불어 약사법에 근거한 의약광고 심의에 대한 내용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의학논문을 읽고 이해하는 것은 카피 자체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능력이라면,
약사법을 알고 있는 것은 규칙을 알고 있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로고의 사용이나 도용을 확인할 수 있는 배경지식도 갖춰야 하고,
의료법 제56조 ‘의료광고 금지 등’에 관한 내용을 필수적으로 외우고 있어야 한다.
(간호사였다면 국가고시에 배웠을 것이다.
예를 들어 “항문” 단어 금지->학문 o, “최고” 단어 금지 ->~순위에서 1등 한)
언제나 중요한 건, 이걸 왜 하는지 이해해야 한다.
일의 순서는 단순할 수 있지만 메디컬라이터는 그 일의 필요와 이유를 제약산업 내에서 이해하고 있어야 관련부서와 커뮤니케이션할 때 적절한 디렉션을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약의 결과를 제시할 때 ‘유효성’이라는 단어를 임상적 결과로 바꿔달라고 하면
그 이유가 되는 논문의 내용을 알고 있어야 하며,
바꿔달라고 표시한 곳뿐만 아니라 모든 내용을 확인하면서
임상적 결과라고 표시되어야 할 부분이 없는지 검수해야 한다.
바로 이런 ‘커뮤니케이션’의 모든 메커니즘을 담당하는 게
광고 계열의 메디컬라이터의 역할이다.
저자 소개
에이전시 메디컬라이터로 제약산업 마케팅의 메디컬 콘텐츠 생산자이자 메디컬 커뮤니케이터로 일하고 있다. 지방 4년제 간호학과를 꼴찌를 겨우 면하여 졸업한 뒤, 임상 1년을 쌓았다. 그 뒤로 코이카 해외봉사 1.8년, 환경역학 보건연구간호사 1년, 국제보건 사업관리자 10개월, 보건소 역학조사관 6개월, 발암물질 간행물 집필 연구원 6개월을 거쳐 지금의 회사로 왔다. 더불어 온라인 석사과정(영국) 1년과 국내 일반대학원 석박통합과정생 2년(ing)으로 박사학위를 위해 달려 나가고 있다.
편집자 소개
지방 4년제 간호학과를 막 졸업하고, 지방 종합병원의 VIP병동에서 8개월간 근무를 했다.
입사 6개월 차가 되던 때에 취미로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나 시작했다. '나는 직장생활이 불행한데, 다들 그런가'라는 순수한 궁금증에서 비롯된 인터뷰 프로젝트였다. 간호사가 아닌 다른 직종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일에 만족하는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사는지 인터뷰를 하고 다녔다. 그러던 중, 운이 좋게 저자와 만나 '편집자'라는 거창한 칭호까지 받으며 본 매거진 집필에 참여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