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 메디컬라이터, 디테일하게 알려주마
앞서 메디컬 라이터는 신약을 알리고 보고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커뮤니케이션 메디컬라이터는 제약광고를 통해 약에 대해 알리는 사람이고,
임상연구 메디컬라이터는 약이 만들어지는 계획을 세우고 결과를 보고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의사소통이 잘 되도록 ‘쉬운 말’을 만드는 사람이다.
이번에는 임상연구의 쉬운 말을 만드는 임상연구 메디컬라이터(이하 MW)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임상연구하면 어떤 것이 떠오르는가?
동물실험, 실험실.. 짧은 시간 내에 고액을 벌기 위해 임상연구 아르바이트를 해본 사람도 있을 것이다.
모두 다 맞다.
임상연구는 실험실에서 연구도 하고, 동물실험도 하고, 사람에게 임상연구도 진행한다.
이렇게 임상연구에는 다양한 단계가 존재한다. 그리고 각 단계마다 많은 사람이 연계되어 있다.
임상연구 메디컬라이터란, 각 단계에 있는 사람들끼리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도록 문서를 통해 이어주는 사람이다. 큰 맥락에서 논문과 관련된 문서를 작성하고 해석하는 건 동일한 업무이나 단계별로 쓰는 문서의 성격이 조금씩 다르다.
여기서 목적, 설계, 보고가 MW의 핵심 역할을 하는 곳이다.
물론, 단독으로 작업을 하는 부분은 없다. 연구책임자(Principal Investigator; PI), 담당 연구진/의료진, 통계전문가, 약품제공자, 관련 전문가 등 다양한 담당자 및 책임자들과 함께 소통하며 문서를 작성한다.
단계별로 뜯어보자.
: 연구 목적이 무엇인지, 목적에 맞는 임상연구 디자인이 무엇인지 등
이걸 왜 해야하는지를 글로 설득하는 작업을 한다.
: 모두가 소통할 수 있는 문서를 만드는 단계이다.
논문을 작성한 제약회사나 임상시험수탁업체 (CRO)는 임상연구의 대상자 모집과 시험약 투입 과정에 참여하지 않는다. 그들은 증례기록서, 대상자 동의서, 동계분석 계획서 등 관련 문서로 그 과정을 접한다.
그러므로 참여하지 않는 그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드는 해당 과정이 중요하다.
: 연구를 실제로 수행하며, 여기서는 연구를 맡는 병원의 역할이 크다.
담당 연구진(주로 해당 과 교수)이 레지던트에게 연구 수행을 전담하고,
연구간호사나 CRC에게 대상자 모집과 증례기록서 등을 작성하고 관리하도록 한다.
연구 자체는 연구진이 하지만, 그것과 관련된 전반적인 행정처리는 CRC나 연구간호사가 하는 것이다.
하지만 때때로 CRC나 연구간호사도 제약회사가 아주 전문적으로 의뢰한 연구를 수행하기도 하며,
연구진이 해당 과 교수일 경우 본인 학교의 대학원생에게 ‘메디컬라이터’라는 직책을 부여하여 연구를 수행하기도 한다.
: 수행한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다.
여기서 분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번째는 단순 분석이다. 실제로 채취한 혈액이나 소변 같은 검체를 분석한다.
두번째는 종합적 의미의 분석이다. 증례기록서나 환자 정보와 같이 검사결과 수치를 기본 통계나 복잡한 통계 방법으로 분석한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데이터 관리와 분석을 하는 팀이 따로 있기에, 메디컬라이터는 이들과 소통을 하며 문서를 잘 작성하면 된다.
문제는 ‘소통’과 ‘작성’을 위해서는 기본 통계나 시료 분석에 대한 원리를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계속해서 말하지만 메디컬라이터는 말을 만들어 서로를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가 [평균]의 개념을 달달 외우고 수식을 풀지 않지만 그 단어를 들을 때 어떤 느낌인지는 알고 있어야 한다.
: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참여해 진행한 임상연구를 드디어 결과로 세상에 내보내는 것이다.
메디컬라이터가 꽃이 되는 역할이다.
연구결과 보고서의 98%는 회사 내부 기밀문서로 유지되지만, 스폰서나 클라이언트의 요청에 따라 논문을 작성하는 역할도 주어질 수 있다.
‘보고서나 논문이나 다 결과표 요약 아냐?’ 라고 생각한다면 경기도 오산이다.
보고서는 결과를 [요약]하는 것에 주안점을 둔다면 논문은 [고찰]하는 것이 메인이다.
요약은 결과표만 줄줄 해석하면 끝날일이지만, 고찰은 다른 논문을 한트럭 가져와서 내 결과와 연구에 맞게 논리적으로 작성하는 고도의 지적 노동이다.
여하튼, 이런 보고를 한다.
다만, [보고]는 결과보고만 있는게 아니라서
중간중간 부작용 이슈라던가, 법적 제재라던가, 급여 결정 무산 등의 내가 맡은 연구의 특이 사항들도 [보고]해야함을 잊지말자.
이렇게 임상연구의 일련의 과정에 대해 알아보니,
왜 많은 회사들이 메디컬라이터의 외적 배경 중 ‘영어’와 ‘대학원’ 여부를 확인했는지 알 것 같다.
상당수의 논문은 영어로 되어있고, 그것을 읽고 이해하고 때로는 작성까지 해야하기 때문이다.
연구 설계를 이해하고 통계 지식을 소통할 줄 아는 능력이 없으면 타자기에 불과하다.
우리가 챗GPT보다 뛰어난 점은 ‘말귀를 알아먹는다’는 점이다.
챗GPT가 지식은 많지만 말귀를 알아듣는 능력이 떨어져 주도적으로 일을 못한다면
인간인 메디컬라이터는 말귀를 알아먹는 능력이 좋아 월급을 받으면서 살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다.
그래도 인공지능이 생긴 덕에 우린 편하게 일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
통계로 박사학위 안 받아도, 영어를 원어민 대학원생만큼 빠삭하지 않더라도
정보를 조합해서 스폰서가 원하는 니즈에 맞는 결과물을 찰흙처럼 주물주물 할수 있다.
회사와 고객이 원하는 능력이 바로 그것이다.
일일히 일러주지 않아도 기존에 있던 문서와 레퍼런스로
^알아서 ^잘 ^딱 맞춰 ^깔끔하고 ^센스있게 (알잘딱깔센-) 결과물을 가져다 주는것.
임상연구에 대해 더 궁금하다면,
정형진 저 [의약품 근거 생성과 학술 커뮤니케이션]을 소장하고 읽어보길 추천한다.
(저자와 관계없음. 책이 좋음)
저자 소개
에이전시 메디컬라이터로 제약산업 마케팅의 메디컬 콘텐츠 생산자이자 메디컬 커뮤니케이터로 일하고 있다. 지방 4년제 간호학과를 꼴찌를 겨우 면하여 졸업한 뒤, 임상 1년을 쌓았다. 그 뒤로 코이카 해외봉사 1.8년, 환경역학 보건연구간호사 1년, 국제보건 사업관리자 10개월, 보건소 역학조사관 6개월, 발암물질 간행물 집필 연구원 6개월을 거쳐 지금의 회사로 왔다. 더불어 온라인 석사과정(영국) 1년과 국내 일반대학원 석박통합과정생 2년(ing)으로 박사학위를 위해 달려나가고 있다.
편집자 소개
지방4년제 간호학과를 막 졸업하고, 지방 종합병원의 VIP병동에서 8개월간 근무를 했다.
입사 6개월차가 되던 때에 취미로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나 시작했다. '나는 직장생활이 불행한데, 다들 그런가'라는 순수한 궁금증에서 비롯된 인터뷰 프로젝트였다. 간호사가 아닌 다른 직종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일에 만족하는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사는지 인터뷰를 하고 다녔다. 그러던 중, 운이 좋게 저자와 만나 '편집자'라는 거창한 칭호까지 받으며 본 매거진 집필에 참여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