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생누영 박민호
"누군가에겐 단순한 생각이 누군가에게 영감으로, 누생누영"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 12번째, 11번째에 이어서 누생누영팀입니다.
사람들이 갖고 있는 생각을 모아, 커뮤니티를 만드는 일을 하면서
"일이 즐겁다"라고 말하는 누생누영팀, 민호님을 만나보겠습니다!
어떤 사람은 명사로 말하고, 어떤 사람은 동사로 말하고..
저에게는 답이 잘 안 나오는 질문이에요. 어려워요.
현재의 ‘저’는 과거의 ‘제’가 쌓인 결과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과거를 돌아보면, 저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을 만들어서 제공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저 자체가 어떤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일에 있어서는 그래왔던 것 같아요.
저는 이기적인 면이 강하게 있는 편이에요.
그 ‘이기적’인 것이 나쁜 것보다 좋은 면으로 많이 승화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나쁘게 돈을 벌 수도 있지만 그런 쪽은 쳐다본 적도 없었어요.
예전에 휴대폰 판매하는 곳에서 일한 적이 있는데, 그때 제가 거의 모든 것을 맡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사실은 저에게 주어지는 월급 이외에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있었어요.
하지만 그러지 않았어요. 저는 스스로를 속이기 싫었거든요.
이기적이기는 하지만, 남에게 피해는 끼치지 않고 좋은 면으로 승화하려는 것 같아요.
어떤 면에서 스스로를 이기적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사람과의 관계를 필요에 따라 냉정하게 끊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어떤 친구와 정서적인 면을 공유하고 있다고 하면,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해도 괜찮아요.
하지만 그 친구와 일을 해봤을 때 서로 주고받을 것이 없다고 판단되면, 아예 소통을 끊는 것 같아요.
그런데 또 한 번 엮이게 되면 제가 희생하려는 면도 있어서,
누군가와 관계로 엮이는 것에 되게 조심스러워하는 편이에요.
2015년 10월부터 창업을 다짐했으니까, 거의 8년이 되어가네요.
이 누생누영팀을 운영한 것은 3년 정도 되었어요.
그전에는 어떤 창업을 하셨나요?
처음에는 배달 서비스였어요. 원래는 테이크아웃 서비스, 지금의 패스 오더와 같은 서비스를 생각했는데,
시장의 니즈를 보고 점점 배달까지 있으면 좋겠다 싶어 쿠팡이츠 같은 서비스로 발전시켜 진행했어요.
그다음에는 여러 가지를 했었어요. 번역도 했었고, 크리에이터의 창작활동을 도와주는
댓글 검색 서비스 등등 많은 시도를 했어요.
만족의 퍼센트(%)가 있을 것 같아요.
정확하게 어떤 숫자일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지금은 만족도가 반절 이상이에요.
예를 들어 만족도가 60% 라면 이 숫자가 적다고 버리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비전을 갖고 이 숫자를 크게 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어요.
만족도가 %로 나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만족스러운 부분과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불만족스러운 점을 먼저 말씀드리자면, 이 일로 인해서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을 때가 있어요.
일을 하면서 ‘필요에 의해서 이용당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 저는 상처를 많이 받는 것 같아요.
만족스러운 점은 제가 하는 일이 사람들의 삶을 좀 더 나아지게 하고,
그리고 그것이 계속 성장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에요.
저희는 IT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어요.
소프트웨어 서비스는 제 노력이 사람들에게 10의 혜택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100, 1000 이상의 혜택을 줄 수 있어요. 저는 제가 하는 노력이 훨씬 파급력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IT 서비스에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측면을 고민하고 있어요.
고등학생 때까지는 별로 꿈이라고 할 것이 없었는데, 고3 때 하고 싶은 것이 생겼어요.
스노보드가 타고 싶었어요. 그런데 학생이니까 돈이 없잖아요.
어떻게 하면 스노보드를 탈 수 있는지 고민을 했었어요.
그때 마침 고모가 스키장을 소개해 주면서,
“스키장에서 일하면 돈을 들이지 않고도 마음껏 보드를 탈 수 있다”라고 하셨어요.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바로 그 스키장으로 갔어요.
보드를 자주 타다 보니 실력이 늘고, 정말 재미있었어요.
그곳에서 지내다가, 같이 일하는 형들이 ‘웨이크보드’를 소개해 줬어요.
웨이크보드는 물에서 타는 보드라고 보시면 돼요. 여름에는 거기 가서 보드를 탔어요.
사실 스키장이나 웨이크보드(빠지)나 집이 아니라, 그곳에서 숙식 생활을 하고 일을 하면서 타야 해요.
저는 그런 것이 아무 상관이 되지 않을 정도로 재밌었어요.
그러다가 대학을 진학하고 군대를 다녀왔어요.
군대를 다녀오고 제일 하고 싶은 것이 웨이크보드를 타는 것이었어요.
인터넷에 무작정 ‘빠지’를 검색하고, 나오는 번호로 전화해서 “알바를 하면서 보드를 타고 싶다”라고 했어요.
그런데 거기 입장에서는 잘된 일이었던 거예요. 일을 하려던 사람이 많이 없었던 거죠.
그곳에서 나쁜 경험, 좋은 경험 많이 쌓았어요.
좀 안 좋은 일이 있어도 보드를 한번 타면 그 일이 모두 잊혔어요. 보드를 탈 때 행복했어요.
그렇게 빠지 생활이 끝나고, 앞으로 무엇을 할지 생각해 봤어요.
다시 대학으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았어요. 대학교를 다니는 것이 저에게는 쓸모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럼 일단 돈은 벌어야 하니까, 알바사이트를 찾아봤어요.
‘월 500’ 이런 문구가 있길래, 호기심을 갖고 면접을 보러 갔더니, 휴대폰을 판매하는 곳이더라고요.
그런 곳들 위주로 면접을 보러 다니다가, 한 곳에서 일을 하게 되었어요.
그곳에서 휴대폰을 판매하는 방법을 배우는데,
제 기준으로 봤을 때, 어느 정도 거짓말이 필요한 일이라고 느꼈어요.
'굳이 그렇게 거짓말을 해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애초에 거짓말을 하는 게 제 적성과 맞지도 않았고, 저는 사실을 기반으로 판매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그때 어떻게 하면 싸게 고객에게 무언가를 팔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고객을 많이 유치할 수 있는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 보니 단골도 많이 늘고, 정말 월 500씩 벌었어요.
그러다가 빠지 생활을 같이 하던 사람 중에 휴대폰 가게를 새로 차린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의 제안을 받고 같이 일하게 되었어요. 그때는 정말 신기하게 돈이 많이 굴러들어 왔어요.
저에게 일을 제안했던 사람은 같이 빠지 생활도 꽤 했고, 같이 일하는 사람이니까 그냥 믿었어요.
“휴대폰 장사만 할 것이 아니라 우리는 나중에 더 큰 사업도 할 거니까,
저금한다고 생각하고 돈은 나에게 맡겨라”라는 말도 그대로 믿었죠.
1년 반 정도가 지나니까, 휴대폰 시장이 좀 사그라졌어요.
그다음에 해보려던 사업도 어긋나서 저는 다시 집에 돌아왔어요.
알고 보니 저금한다던 돈은 거짓말이었고,
저는 저도 모르게 그곳과 연대보증으로 엮어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순식간에 많은 빚을 지게 되었어요.
제4금융권에 지고 있던 빚이라 이자는 엄청나게 불어나고, ‘이러다가 파산하겠다’ 싶었어요.
하지만 '나중에 내가 뭐라도 하고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파산신청은 하고 싶지 않았어요.
어차피 제가 저지른 실수라고 인정을 하니, 책임을 지고 해결할 방법이 눈에 보이더라고요.
‘그 돈을 어떻게 하면 갚을 수 있을까’를 생각하고 있던 중,
제 죽마고우 친구가 보험 영업 일을 해볼 것을 제안했어요.
그때는 제 인생에 도움이 되는 것을 하고 싶었기 때문에, 단순 아르바이트 일은 눈에도 안 들어왔어요.
제가 지금까지 해왔던 휴대폰 판매도 영업이었고,
설계한 보험으로 사람들의 위험도 대비해 줄 수 있으니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 일을 하면서 연대보증으로 갖고 있었던 빚을 갚았어요.
빚을 다 갚고 보니, 그제야 제 주변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내가 보험 일을 하고 싶을까?’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어요.
보험영업을 하다 보면, 팔기 싫은 보험 상품도 있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영업 일에 의욕도 떨어지고,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고민을 하기 시작했어요.
그때 그렇게 서점을 가서 책을 많이 읽었던 것 같아요.
자기 계발 책에 관심이 가서 읽게 되고, 창업이라는 것도 그때 처음 생각해 보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저는 휴대폰 영업 일을 할 때도,
‘얼마만큼의 이익을 남기는지’에 대한 관심보다 ‘어떻게 하면 고객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관심이 더 컸더라고요. 언제 한 번은 고객으로 왔던 할머니에게 이익을 남기는 것이
너무 죄책감이 들어서, 저에게 받는 이익은 생각 안 하고 기기를 무료로 드린 적이 있어요.
그것에 대해 감사하다면서 김치도 보내주시고,, 이런 것에 뿌듯함을 느꼈어요.
이런 생각들이 쌓이다 보니, '좋아하는 일로 사람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방법'의 고민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던 것 같아요.
2015년 10월에 창업을 처음 시작했어요.
그때가 연대보증을 다 갚고, 책을 읽으면서 창업에 관심이 생겼던 시기예요.
그 당시, 소상공인 분들이 배달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어떻게 하면 배달비를 줄일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서 시작한 것이 첫 창업이었어요.
결단력이 정말 대단하신 것 같아요. 저는 보통 무언가를 할 때,
‘남들이 이걸 어떻게 생각할까?’라면서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거든요.
저도 ‘남에게 이게 어떻게 보일까?’라는 생각은 해요. 단지 남들보다는 적게 그런 생각을 할 뿐이죠.
남들이 어떻게 나를 생각할지 보다는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 지에 더 초점을 맞춰요.
이기적인 면이 좀 좋게 발현하는 것 같아요.
본인이 ‘이기적’이라는 말을 앞에서 종종 하셨는데,
이런 면에서 스스로를 ‘이기적’이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20대 초반에 알바를 한 것, 빠지를 한 것, 교환학생을 다녀온 것 등등
이런 일들을 결정할 때, 부모님께 한마디 상의 없이 갔어요.
‘이게 내 인생에 도움이 될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면,
부모님이 걱정을 하시는 것에 상관을 쓰지 않았어요. 이런 면들을 보면 제가 좀 이기적인 것 같아요.
다른 사람의 말 그대로 하는 것은 저와 맞지 않는 것 같아요.
다른 사람의 말은 듣되, 선택은 제가 하는 거죠.
분명 다른 사람이 조언을 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어요.
그 사람의 조언을 그대로 듣기보다는 ‘왜 이 사람이 이런 말을 하게 되었을까?’라면서
배경을 파악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것이 필요하면, 저에게 반영을 해요.
예를 들어서 어떤 사람이 “창업하지 마, 위험해”라는 조언을 했을 때,
무작정 ‘창업을 할까, 말까’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면의 의미를 생각하는 거예요.
그 사람이 그 말을 하는 근거는 ‘창업이 성공할 확률이 적다’라는 것이에요.
그럼 그 적은 확률에 내가 도전해 볼 수 있는지 생각해 보는 거죠.
적은 확률에도 도전할 자신감이 있는지 없는지.
이런 루트로 생각을 하면, 저는 대체로 제 결정에 대해 후회를 하지 않았어요.
저희도 여러 가지 아이템으로 사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많은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런데 어떤 사람의 조언을 맹목적으로 따라가려고 하면,
나중에 결과물이 나왔을 때 그것에 대한 책임을 조언해 준 사람이 져주지는 않더라고요.
오히려 그대로 하니까 더 꼬이는 기분이 들었어요. 그럴 때 너무 힘들었거든요.
이후로 ‘차라리 대판 망하더라도, 내 판단대로 하자’라고 생각했어요.
직장은.. 제가 태어나서 다녀본 적이 없어요. ‘일’은 많이 했었죠.
돌이켜보면 ‘내가 원하는가’, ‘내 인생에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는가’를 생각하며 일을 선택해 왔어요.
지금 영업을 다시 하라고 하면 안 해요. 이미 영업을 많이 해봤다고 생각해서,
지금 그걸 다시 하는 건 앞으로의 제 인생에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아요.
지금은 프로덕트를 어떻게 하면 발전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요.
프로덕트를 직접 만들고 운영을 하지만, 동시에 일련의 과정(서비스-기획-개발-마케팅-디자인)을 전부 배운다면, 사업가의 입장에서 앞으로 이 서비스에 문제가 생겼을 때 대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보완되어야 하는지,
또 어떤 인력이 더 필요할지 알 수 있을 것 같아서 열심히 배워나가고 있어요.
어제도 새벽 4시까지 구글 애널리티스 강의를 보면서 ‘너무 재밌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프로덕트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조화롭게 조율이 되어야 발전을 하고 좋은 결과가 나올 텐데,
그 발전되는 요소의 아이템을 하나하나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리해 보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 그것이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고,
필요하다면 그것에 흥미를 붙여보려고 해요. 그렇게 흥미가 생기면 지속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창업이나 일을 할 때 모두 이런 생각으로 판단하시나요?
네. 창업은 결국 누군가에게 필요한 요소를 캐치하고 만들어서 제공하는 것이에요.
제가 어디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하게 되더라도, 이런 능력과 관점만 있으면,
80살이 되어서도 먹고살 수 있을 거라는 자신이 있어요.
그래서 저는 누군가의 밑에서 일한다는 생각보다,
누군가가 필요한 것을 제가 캐치해서 제공할 수 있으면 어디를 가도 고용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런 생각은 정말 최후의 보루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고, 사실 제 사업이 잘 됐으면 좋겠어요 (웃음)
저는 제가 좋아하는 일에 대해 막 유창하게 말을 못 하겠어요 (웃음)
저는 그냥 좋아하는 일을 했을 때, ‘좋다’라는 감정을 잘 간직하고 있는 사람인 것 같아요.
어떤 일을 하기까지 아무리 힘들었어도, 해냈을 때의 성취감. 그걸 잘 간직하는 것 같아요.
누군가가 “너 그런 감정 순간이야. 오래가겠어?”라고 묻는다면, 네, 저는 그 감정이 오래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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