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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간부자 Aug 26. 2024

워킹맘은 급한 야근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급여를 낮추고 업무시간도 줄여 주 2회 출근하고 있다.

상담이 잡히는 날은 평택에 있는 분사무소로 출근하고,

상담이 없는 날은 집에서 재택을 한다.


오늘은 미리 정해진 상담 일정이 오전 오후 두 개가 있어서

아침부터 아이들 등교를 준비시키면서

나도 부지런히 출근 준비를 해서 시간 맞춰 사무실에 왔다.


오후 상담을 하면서 바로 수임을 하게 되었는데,

하필 이미 조사 일정이 오늘 저녁으로 잡혀 있었다.


일반적인 사건이면 경찰서에 전화를 걸어

방금 변호인으로 선임되었는데 오늘 저녁은 일정이 안되니

변호인 일정에 맞춰 조사일 변경을 정중히 요청하겠지만,

수사관님이 학생인 피의자의 편의를 고려해서

자신의 근무 일정과 맞춰 저녁으로 조사를 잡은 것이기에,

오늘이 아닌 다음번 저녁 조사는 언제쯤 가능할지 모르니까,

조사가 미뤄지는 동안 의뢰인의 초조해지는 마음을 알기에,

이미 정해진 대로 오늘 저녁에 조사 입회를 가기로 했다.


초1, 초3인 아이들이 오후 3시 정도면 집에 오는데도

급하게 잡힌 저녁 업무 일정을 수행할 수 있는 이유는,

지금은 남편이 육아휴직 중이기 때문이다.

남편이 아이들 저녁을 차려주고, 할 일도 봐줄 것이다.

오늘은 크게 걱정할 게 없고 무리가 없다.


그런데 남편은 9월에 복직이 예정되어 있다.

복직이 바로 다음 주 월요일로 다가왔다.


남편의 복직 이후 이런 비슷한 상황이 생긴다면,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1. 당장 수행해야 할 업무 일정이 급하게 생기더라도 저녁 전까지는 집에 돌아가야 하니, 의뢰인과 수사기관 양쪽에 양해를 구하고, (나를 제외한) 다른 이들에게 최선인 업무 일정을 조정해야 하는가?


2. 가까이 사시는 시부모님께 급히 sos를 요청해야 하는지?


3. 출근하는 날에는 어찌 될지 모르니 아예 미리 저녁을 준비해 놓고 7시쯤 퇴근할 남편에게 저녁을 차려주라고 해야 할지? 그러다 남편도 칼퇴하기 어려운 상황 - 급한 업무가 생기면 어쩌나?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가기 전까지는 평일에 시부모님 댁에 아이들을 맡겼기 때문에 이런 고민 없이 일에 최선을 다할 수 있었다. 그리고 주말에는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하며 일과 육아의 균형을 맞췄다.


첫째가 초등학교에 가면서 시댁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왔고

평일에도 우리 부부가 아이들을 돌보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에 맞춰 남편이 육아휴직을 했다.

남편이 아이들을 케어하니 이 도 일에 최선을 다할 수 있었다. 첫째가 초2에 올라가면서 남편이 복직했던 기간 동안은 내가 재택근무를 했다. 그리고 둘째가 초1이 되면서 다시 남편의 육아휴직을 했고, 이번에 다시 복직을 한다.


업무 유동성이 심한 변호사 업무는 자녀 양육과 조화를 이루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초등학교 아이들을 키우는 다른 워킹맘들은 갑자기 급하게 할 일이 생겨 야근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다.


위에 선택지 1번, 2번, 3번을 적고 나서 보니,

'업무상 최선이 아니란 것을 알지만 내 상황에 맞춰 업무를 조정'하는 1번을 선택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 그리고 이 이유 때문에 기업은 여성을 선호하지 않는다.

- 지금 아이가 없어도 나중에 1번 선택지를 고를 것이라고 예상되는, 잠재적인 워킹맘으로 여겨지는 미혼 여성들도 취업에서 불이익을 겪는다.


개인적인 상황보다 업무를 우선시하던 오랜 습성과

어려운 상황에 처한 의뢰인을 돕는 변호사로서 응당 그래야 한다는 마음 때문에 우선순위 조정이 잘 되지 않는다.

그 때문에 급여를 줄이면서까지 출근 일수와 업무량을 줄이려고 했던 것인데도 여전히 쉽지 않은 순간들이 있다.


그런데 다른 가족들은 어떻게 대처하는지 상상이 잘 안 된다.

갑작스러운 야근이 아니더라도, 루틴하게 6시에 퇴근해서 7시에 집에 도착하는 것이 가능한 (매일 칼퇴가 가능한 꿈의 직장에 다니는) 부모들조차 조부모 등 다른 이의 도움 없이 온전히 본인들만으로 어린 자녀들을 돌보는 게 가능한 일일까? 어찌어찌 가능은 하더라도 결코 쉽지 않을 것 같다.

일과 가족 사이에서 균형 잡기도 어려운데, 자신만을 위한 여가 같은 것은 부모에게 꿈꾸기 어려운 사치일 것이다. 

우리 부부가 취했던 출근일수 조정, 육아휴직 등이 모두에게 가능한 것도 아니다.

이런저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자꾸만 출산율이 떨어지는지 또 한 번 알 것 같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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