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융 – 6. 시니컬리스트 공융
바보 천재 삼총사 3- 공융
조조는 관도대전과 여양 전투를 이기고 204년 원소의 근거지인 업성을 점령해서 최강자가 되었다. 어쩌면 공융은 자신이 그런 조조 앞에 서 있는 당랑거철(螳螂拒轍-달려오는 수레를 가로막고 서 있는 사마귀)이라고 느껴지지 않았을까. 서서히 그의 누적된 불만이 조조의 인격에 대한 비꼼과 비난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인다.
한편 조조는 원소를 물리친 후 한동안 하북 지방 평정에 전념했다. 그 마무리가 오환정벌이다. 오환 지방은 흉노족들이 거주하던 장성 이북을 말한다. 흉노족은 가을이면 장성을 넘어 침입해 와서 사람을 죽이고 재물과 곡식, 여자들을 빼앗았으며, 허점을 보이면 관중 까지도 위협했다. 이제 하북 지방을 평정한 조조에게 변방의 안정 확보라는 과제가 생긴 것이다. 만일 북방 이민족 세력을 평정하지 않는다면 백성들의 충심을 기대할 수 없고 향후 하남 지방을 정벌할 때 후방이 불안해질 수도 있다. 사실 흉노족 처리는 중원 패자들의 필수적인 과제였다. 게다가 그곳으로 원소의 잔당이 숨어들어갔다.
공융이 52세인 205년, 조조는 오환 원정을 계획하고 추진한다. 그런데 그동안의 많은 전쟁을 하느라 조정의 재정 상태가 엉망이었다. 대신들에게 많은 부담이 지워질 상황이다. 이런 상황과 여론을 대변하려 했는지 공융이 반대하고 나섰다.
그러나 조조의 의지는 확고했다. 많은 설득과 논쟁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다가 “대장군(조조)께서 원정하겠다 하시니, 옛날 숙신이 태만히 조공하다가 그나마 보내던 싸리나무도 보내지 않았고 정령족은 소무 장군의 소 양을 훔쳤습니다. 이번 기회에 그것도 규명하는 것이 옳지 않겠습니까(후한서 공융전)”라며 이죽거린다. 조정에 할 일이 산적한데 기어이 밖으로 나가야 한다고 하시니 그렇다면 이참에 오랜 옛날의 사소한 일까지 다 정리하고 오는 게 어떠냐고 비꼬면서, 제대로 정벌하지 못할 곳까지 생각 없이 함부로 나선다고 비웃는 말이다. 천하의 평화를 위해 북벌하려는 조조가 이런 이죽거림과 비웃음을 듣고 기분이 어땠을까.
비꼼은 이번만이 아니다. 오환 정벌은 북방 장성을 넘어가는 원정 전쟁이다. 긴 시간과 많은 물자가 들어갔고 병력 손실도 컸다. 식량 문제가 심각했다. 병사들이 굶주리게 되자 조조는 황제에게 식량 조달을 위해 금주령을 내려달라는 글을 올린다. 그러자 공융이 이것을 공격한다. 조조가 “옛 암군들이 술에 빠져 나라를 망치기도 했다”며 금주령을 주장하자 공융은 “여색 때문에 나라를 망친 일도 많으니 여자도 금지하시지요”라며 맞받아친다.
금주령을 두고 벌어진 이 설전을 국가 경영을 책임지는 조조와 비교적 부담이 적은 야당 입장인 공융이 충돌한 것이라는 설명도 있고 술을 좋아한 공융의 개인적인 사유가 작용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어찌 되었든 오환 정벌을 둘러싼 공융과의 논쟁과 갈등, 언사와 모욕으로 조조의 미움이 더 커져 이제는 돌이키기 어려운 지경이 되지 않았을까. 지금까지는 세상의 이목과 사대부들의 심리적 반발이 마음에 걸려서 주저했는데 더 이상은 참기가 힘들어지는 것 같다.
<2021. 8. 17.>
#삼국지 #공융 #오환정벌 #위기 #시니컬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