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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리스 May 16. 2023

일상의 노하우 : 감정을 다루는 나만의 방법

마지막으로 도달하는 곳이 나의 파라다이스이길 바랄 뿐

쓸데없이 감정을 소비하고, 과하게 들어내어 손해를 보거나 후회했던 경험은 다들 한 번쯤 있을 것이다. 그중의 하나가 바로 나인데, 때문에 새해 목표나 자기 확언 리스트에 "잔잔한 물 같은 사람이 되는 것"이라는 문구는 항상 빠지지 않는다. (요즘 유행해서 자기 확언 리스트를 써보긴 했는데, 막 매일 소리 내어 읊거나 하진 않는다)


학교에 다닐 때는 그냥 잘 몰랐고, 사회 초년생일 때는 어쩔 줄 몰랐다. 시간이 흐르고, 다양한 상황을 마주 대하면서 나만의 감정을 다루는 노하우가 생겼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누구이고, 어떤 사람인지를 아는 것이다.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성향과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나의 방법이 누군가에게는 적절치 않을 수 있다. 예를 들면, 땀을 내며 스트레스를 푸는 사람이 많은데, 왜 인지 모르겠으나, 나는 운동을 하면 더 화가 나더라. 그럼 감정을 다루는 나만의 방법을 공유해 본다.




하나, 고민과 불안 : 서점을 가는 것  


불안하거나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을 때마다 서점을 간다. 나보다 먼저 나와 같은 고민과 불안을 가졌던 사람들이 어떻게 해결했는지 알고 싶기 때문이다. 직접 전부를 만날 수는 없으니까. 때문에 대형 서점일수록 좋다. 진열된 책의 수만큼,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접근 방법을 접할 수 있다. 책을 읽지 않아도 제목과 목차만 봐도 위안을 얻을 수 있다. 종이의 감촉, 냄새가 편안하게 느껴진다. 방 한가운데 놓여있는 푹신한 침대만큼. 


하나하나 책을 보다 보면 하나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 모두 나름대로 치열하게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고, 그런 시간을 통해 성장했다는 것이다. 가상의 주인공도, 수백 년 전의 누군가도, 뜨개질을 알려주는 책 속의 선생님도 모두들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때문에 명확한 해결 방안을 찾기 못해도, 나 혼자만 힘들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게 돌아올 수 있다. 서점은 나의 위안.





둘, 분노와 짜증 : 순간의 감정을 트윗(tweet)하는 것 


화가 나거나 짜증 나는 순간이 발생하면 핸드폰을 켜고 트위터 앱을 실행한다. 그러고는 차마 밖으로 내뱉지 못하는 마음속의 말들을 재빠르게 입력하고, 트윗을 날린다. 다시 말해, 트위터는 나의 온라인 감정 쓰레기통인 셈이다. 


시도해 보았으나, 감정을 가라앉히기에 명상이나 일기는 충분하지 못했다. 누군가가 나의 말을 들어주기를 마라고, 공유하고 싶어 지더라. 하지만 내 주변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을 쓰레기통으로 대할 순 없지 않은가. 그랬다간 이 험한 세상에 혼자 남겨질지도 모르니까.


어느 날 갑자기 핸드폰에 설치'만' 되어 있는 트위터가 생각났다. 나를 팔로우하는 사람도, 내가 팔로잉하는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아무 말이나 날려봤다. 그 순간 뭔가 오! 하더니, 뭔가 청량한 바람이 어디선가 불어왔다. 누구인지 모르지만, 이 지구상 누군가 한 명은 내 트윗을 읽을 거라는 생각만으로도 위안이 되었다. 아, 이거구나. 그때부터 핸드폰 폴더 구석에 처박혀 있던 트위터는 메인화면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다. 오늘도 회사에서 주간 회의 중에 트윗 하나 날리고 왔다. 순간의 부정적인 감정에 쉽게 휘둘린다면, 주변 지인보다는 트위터 한 줄 날려보는 건 어떨까. 





셋, 동기부여 : 스포츠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


나는 일본 애니메이션을 자주 본다. 그 오글거리는 특유의 일본 감성이 가끔은 필요한 순간이 있기 때문. 새해가 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또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 등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해야 해서 동기부여가 필요할 때 특히, 스포츠 애니메이션을 본다.


'열정'만 간 득한 주인공은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이미 실력이 입증된, 약간은 재수 없는 서브 주인공과 티격태격하면서 재능을 깨닫고 실력을 높여간다. 이를 중심으로 어마무시 한 팀워크를 보여주며, 순식간에 전국 제패를 눈앞에 두고 있는데......


사실 스포츠 종목만 다르지, 비슷한 형태의 전개라 이제는 처음 보는 애니메이션이라도 스토리를 예측할 수 있다. 그래도 실존하는 인물이 아닌 가상의 인물이라 그런지 오글거린 대사에도 함께 벅차오르고, 나도 같이 성장하는 느낌이 든다. 열정 가득한 주인공의 우왕좌왕, 고군분투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서 중독된 것처럼 새로운 작품을 찾아다닌다. 스스로 동기부여가 필요하다면 초 히트작인 일본 배구 애니메이션 '하이큐!!'로 시작해 보자.








이렇게 방법을 찾기 위해서는 지금 느끼는 나의 기분과 느낌을 아는 것은 중요하다. 이를 제대로 인지해야, 같은 상황이 왔을 때 제대로 된 대처를 할 수 있으니까. 불안을 분노로 착각하면 아무리 분노를 없애려고 해도 잘 안된다. 쌓이고 쌓여 악순환이 될 수 있다.


감정을 알고 난 후에는 해결 방안을 찾지 말고, 잘 흘려보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어차피 인생에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없어 보인다. 그냥 문제도 없고 해결도 없다. 그저 어딘가로 흘러 어떠한 곳에 도달한다. 그 도달하는 곳이 나의 파라다이스이길 바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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