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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샤 Jan 11. 2019

22시간 버스 타고 병문안


한가로운 정원에서의 하루 ⓒ인도 아샤

  어느 날 오후집으로 돌아오니 매일 보이던 아말레가 보이지 않는다. 
  ‘이 시간이면 차를 끓이고 있을 터인데..’
난 2층 거실과 방들을 차례차례 확인해가며 아말레를 찾았다. 같이 시장을 가기로 했는데 혼자 간 걸까?
해가 뉘엿뉘엿 산 뒤로 넘어가자 지미가 제일 먼저 집에 왔다. 어두운 거실에서 플래시 랜턴으로 책을 읽고 있던 나를 발견한 지미가 긴급하게 소리쳤다. 

“아샤, 엄마 몸이 좋지 않아. 지금 큰 병원으로 후송 중이야..”

“뭐? 어디로?”
“스리나가르”
“에에?? 왜 그렇게 멀리 간 거야?”
“큰 병원이 스리나가르에 있기 때문이야.”
“지금 엄마는 괜찮은 거야? 아빠한테 얼른 전화해봐.”
“나도 전화를 걸어봤는데 네트워크가 약한지 전화가 걸리질 않아.”
“스리나가르 까지는 얼마나 걸려?”
“22시간”
“나 내일 아말레한테 갈래. 아말레한테 다녀올께.”
“누나 안 그래도 돼. 아빠가 우리 한테도 오지 말라고 하셨어.”
“아니야. 난 가서 엄마를 보고 올래. 그래야 안심이 될 것 같아.” 


그날 밤 온갖 불안한 상상과 걱정이 들어 밤새도록 뒤척였다.

버스 타고 굽이굽이 진 산을 넘어간다 ⓒ인도 아샤
몇 일두 난 22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스리나가르를 찾았다.

스리나가르는 인도 잠무 카슈미르 주의 주도이다. 파키스탄과 국경을 접하고 있어 과거까지 영토분쟁이 끊이지 않았던 곳이다. 전체 인구의 96%가 무슬림이기 때문에 어느 아랍국가를 여행하고 있는 착각이 일기도 한다. 작은 티벳이라 불리며 불자들과 불교사원들이 많은 라다크 레와는 대조적이다. 스리나가르는 해발 1,585m의 고도에 위치해 있기에 여름엔 시원하고 온화한 날씨를 보이며 겨울엔 설원과 스키장으로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신혼여행지, 휴양지로 유명하다. 도시 전체에 운하가 종횡으로 뻗어 있어 동양의 베네치아라고도 불린다.

스리나가르를 방문하는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하우스보트에 묵는다. 약 200년 전 인도의 영국 식민시절 스리나가르는 영국인들의 여름 휴양지로 인기가 많았다. 당시 카슈미르의 왕이었던 굴랍 싱은 영국인들의 부동산 거래 및 사업권을 허가하지 않았다. 땅을 소유할 수 없었던 영국인들은 차선책으로 배에 호화스러운 집을 만들어 호수 위에 띄워 생활하기 시작했는데 그게 바로 하우스보트의 시초다. 


지겹도록 버스를 타고 스리나가르에 도착했다. 흰색, 갈색, 회색 단조로운 색에 기다란 상의(꾸르따)를 입고 머리엔 하얀 따끼야(이슬람 전통모자)를 쓴 사람들이 거리를 활보한다. 아빠에게 연락해 하우스보트로 가는 길. 마침 자마 마스지드(이슬람 사원)에서 터질 듯 동시 다발적으로 아잔 소리가 울려 퍼진다. 


'알라후 아크바르' 하나님은 위대하시다! 

구절로 시작되며 하루 5번 예배를 행하기 전에 낭송된다. 22시간 버스를 타고 왔을 뿐인데.. 다른 문화 다른 종교, 완전한 불교 동네에서 이슬람 동네로의 완벽한 순간이동이다.

 

덜덜덜 거리며 호숫가를 달리던 오토릭샤(삼륜차)가 하우스보트 선착장에 도착했다. 그 곳엔 미리 마중나온 아버지가 계셨다. 하우스 보트까지는 시카라 라는 작은 보트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5분 정도 갔을까? 잔잔한 호수 한 가운데 위치한 하우스 보트의 갑판에 도착했다. 나무 사다리를 타고 올라서니 창백한 얼굴의 아말레가 옅은 미소를 띄며 나를 반겼다. 

아말레!


난 아말레를 힘껏 안았다. 앙상하게 말라 뼈밖에 없는 아말레를 안으니 괜시리 걱정이 밀려왔다. 

엄마는 병원에서 퇴원 후 하우스보트에서 요양 중이셨다. 큰 병도 아닌데 멀리까지 왜 왔냐며 엄마는 미안해하셨지만 난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지 않았다면 엄마 없는 집에서 분명 걱정과 불안감에 한시도 편히 있질 못했을 거다. 


  안정을 더 취한 뒤 오겠다는 엄마 아빠를 뒤로 하고 다음날 난 버스를 다시 타고 레로 돌아왔다. 
엄마는 10일 뒤 집으로 돌아오셨고 예전과 다름없는 건강한 모습을 되찾았다. 
우린 다시 엄마와 딸로 정원에서 차를 마시고 집안일을 나눠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수상가옥들이 달호수 주변으로 형성되어 있다 ⓒ인도 아샤
언덕 위에서 바라본 달 호수 주변의 수상 가옥들과 하우스 보트들 ⓒ인도 아샤
평온한 달 호수 위를 유랑하는 시카라 ⓒ인도아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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