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er 편
독자분들의 요청으로 이번 화부터는 영어 단어 사용을 줄이도록 노력해볼까 합니다.
그동안 불편하셨던 분들은 이제 제가 지난 연재 글들도 한 개씩 영어 단어를 한글로 대체할 생각이니 돌아가서 다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 변론을 하자면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고 일하고 생활한 시간이 약 15년 정도 되어서 가끔은 영어 단어가 더 편할 때도 있었는데, 독자분들의 대부분은 한국분들인 것을 감안하여 고쳐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에는 내가 면접관으로 했던 인터뷰들에 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전편에서 읽은 독자분들은 이미 눈치를 챘겠지만
회사에 내가 추천한 지원자는 내가 인터뷰할 수 없고, 내가 폰 스크린을 한 지원자는 내가 온사이트 때 만날 수 없는 시스템이다.
보통은 점심을 같이 먹어준 면접관도 인터뷰에는 들어갈 수 없는 시스템이다. 고로, 한 명의 면접관으로서는 개인의 지원자를 한 번밖에 만날 기회가 없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회사 직원들인 우리가 면접관으로서 교육을 받을 때는 어떤 내용의 교육을 받을까?
일단 나는 개발자 1, 그러니까 내가 취직한 지 1년 반 정도 되었을 때부터 면접을 보기 시작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개발자인 나를 면접관으로서 사용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가장 큰 이유는 그 지원자가 뽑혀서 우리 회사에 오게 되면 나와 함께 일하게 될 것이고, 그러니까 내가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인지를 판단하라는 취지일 것이다.
그러니까, 지원자로서 올 때 가장 새겨야 할 점은,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자"이다. 이 말은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우리는 개발자고 코딩을 하는 게 주 업무이고 서로의 코드를 읽고 보는 게 하루 일과의 대부분이지만, 그래도 긴 시간을 함께 보내는 동료로서, 대화가 재밌고 말이 잘 통하는 사람이면 좋다. 그건 직업과 상관없이 누구나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면접관으로서 나도 면접실에 들어갈 때 반갑게 인사하고, 나에 대한 소개도 상냥하게 하려고 노력하고, 그때 그런 소개나 내 팀에 대해서 관심을 보이며 잘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사람이 좋다. 또한, 면접이 끝날 때 (전편 참조) 지원자들이 마지막 5분 정도 회사에 대해 질문할 시간이 주어지는데, 그 시간을 잘 활용하는 것 또한 작지만 플러스 점수를 얻을 수 있는 시간인 것 같다.
당연한 부분이겠지만, 개발자로서 우리들은 나의 윗사람이던 아랫사람이던 코딩을 잘하는 사람을 뽑고 싶다. 윗사람이 잘하면 내가 많이 배우고 얻을 점이 많으니까, 그리고 아랫사람이 잘하면 내가 그 사람에게 일을 시키거나 할 때 편하고, 역시나 또 아랫사람에게도 새로운 스킬들을 배울 수 있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인터뷰 1시간 또는 45분의 시간에서 대부분의 시간은 알고리즘 문제를 푸는 데에 할애되는 것이다.
몇 년 전에 나는 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게임을 만드는 라이엇 게임즈 회사에 지원했던 적이 있다. 사실 가고 싶은 회사는 아니었지만 인터뷰 연습 겸 그리고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한번 지원해보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다. 라이엇 게임의 인터뷰에서 첫 번째는 전화로 하는 컬처 인터뷰였는데, 라이엇은 그 당시 굉장히 애사심이 높은 직원들을 많이 뽑았다.
컬처 인터뷰에서 나에게 면접관은 "지난 10년간 가장 위대한 게임 3가지는 뭐라고 생각해?"라는 식의 질문들을 많이 했었고, 나는 라이엇 게임즈의 게임이 아닌 블리자드 게임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었다. (작가는 블리자드 게임을 더 많이 하며 자라왔다) 솔직하게 말하는 게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었고 그때는 라이엇 게임의 컬처가 그런 애사심이 중요한지 잘 몰랐다. 그 결과 컬처 인터뷰만 하고 바로 탈락했다.
이런 게 회사의 컬처를 보는 면접인데, 독자분들 중에서는 "대체 면접관이 원하는 대답이 리그 오브 레전드 라는걸 알고도 왜 그렇게 대답해?"라고 의아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예시를 들자면, 라이엇 게임즈에 지원해보기 전에 어떤 소셜 네트워크 앱을 만드는 회사에 지원한 적이 있었는데, 그 회사에서도 "너 이 앱써?"라고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때도 나는 솔직하게 "핫해서 다운로드하여봤는데 어떻게 쓰는지도 모르겠고 디자인도 앱의 성능도 너무 별로인 것 같아서 지웠어 바로."라고 대답했다. 그렇게 대답했지만 결국에는 코딩 부분은 잘했었고 그랬더니 그 회사에서는 오퍼를 받았다. 입사를 한 후 내 면접관을 찾아가서 내가 "난 너네 앱 싫다고 했는데 왜 뽑았어?"라고 물어봤더니 그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네가 확고하게 이런 이런 게 싫다. 그래서 안 썼다.라고 했으니까 입사하면 잘 고칠 것 같아서"
또 한 가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물론 회사가 지원자를 평가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지원자가 회사를 평가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매일 4시에 아이를 픽업하러 가야 하는데, 이 회사는 퇴근은 꼭 7시에 해야 한다 이런 문화라면, 지원자 역시 회사와 잘 맞는 게 아닌 것이니까 다른 회사를 찾아보면 된다. 세상에 회사는 많고 꼭 이 회사를 가야만 성공하는 건 아니니까.
여러 부분들이 있겠지만 그중 난 3가지만 뽑아서 이야기해 보았다. 그렇지만 독자분들 중에서 "이렇게 말하지만 사실은 결국 코딩 잘하면 웬만해서는 다 뽑는 거 아냐?"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것 같아 내가 겪었던 에피소드를 하나 이야기해보고 싶다.
나는 면접관으로서 약 250-300번의 면접에 들어가 본 것 같다. 그중에 한 명이 내가 내는 코딩 문제를 (보통 지원자들은 30분이 걸리거나 못 푸는데) 15분 만에 풀고, 그래서 내가 다른 문제를 줬는데 그것 역시도 10분 만에 풀고 그래서 나랑 남은 시간 동안 수다를 떤 지원자가 있었다. 그 면접은 온사이트의 하나였기 때문에 면접이 다 끝나고 면접관들끼리 모여서 회의를 했다. 다른 면접관들도 다 입을 모아서 "내가 지금까지 인터뷰 한 애들 중에서 거의 가장 잘 푼 것 같아"라고 말했고, 그래서 그냥 오퍼를 주는 걸로 거의 결정이 됐었다. 그러다가 문득 내가 수다를 떨던 중 나눈 이야기가 마음에 걸려서 이야기를 꺼냈다. 그 당시 내 회사는 핸드폰 앱을 만드는 회사였는데 이 지원자는 자기는 핸드폰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응? 그럼 공항에서 여기까지는 어떻게 왔어?" (보통 핸드폰으로 택시를 불러서 오면 회사가 택시비를 나중에 다시 보상해주는 식이다)라고 했더니
지원자 : "공항에서 여기까지 걸어왔어"
작가 : "응? 몇 시간 걸렸어?"
지원자 : "4시간 정도"
작가 : "그럼 우리 인터뷰가 4시에 끝날 텐데 공항 다시 어떻게 가려고? 또 걸어가? 비행기 몇 신데?"
지원자 : "비행기 7시인데 그래서 지금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 중이야"
작가 : "그럼 우리 앱은 어떻게 알고 지원했어? 써보긴 했어? 뭔진 알아?"
지원자 : "써본 적은 없고 그냥 기사로 읽어서 뭔지만 알아"
이런 대화를 나눴다. 물론 핸드폰이 없다는 것 자체로 무슨 죄가 된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나 특이한 사람이었고 난 그래서 "코딩은 잘해서 좋기는 하고 우리 회사에 좋은 인재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우리 팀엔 안 왔으면 좋겠어.."라고 말했고 다른 면접관들도 다 비슷한 생각이었다. 그래서 결국 이 친구는 뽑지 않기로 했다.
나는 사실 실리콘밸리에 사는, 또는 갓 온 많은 사람들의 지원 준비나 지원 전략, 면접 과정이나 준비, 그리고 면접을 통과한 후에 오퍼 흥정이나 전략 짜기 등을 많이 도와줬었고 그 사람들 중에는 여기 취직해서 잘 지내고 있는 분들이 꽤 많다. 만약 많은 독자분들이 이 부분도 궁금해하신다면 언젠가 좀 더 심도 있게 이야기해 볼까 하는 생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