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소공 Nov 24. 2024

11. 제 동생 두나!


안녕하세요, 하니에요. 오늘은 제 여동생 소개해 드릴게요.


여동생 이름은 두나예요. 이두나도 아니고, 배두나도 아니고, 김두나예요. 여동생이 자기소개 안 해 준다고 삐졌어요. 제가 너무 이기적이래요.


두나는 경남 남해에서 2019년 6월에 출생했어요. 올해 다섯 살이죠. 두나 엄마는 시고르자브종, 아빠는 아마도 치와와였던 것 같아요. 두나는 그러니까 자기 아빠를 많이 닮은 치와와믹스예요. 계속 자기가 이쁘다고 뻐기는데, 사실 이쁘긴 해요. ^^



미용에 어찌나 관심이 많은지... 아주 말도 못 해요. 아침에 일어나면 저렇게 요가를 한답니다. 요가가 몸매 관리에 좋다나 뭐라나 하면서요.


그리고 밥을 먹어요. 닭 가슴살이 대부분인 식사예요. 사료는 조금밖에 안 먹어요. 몸매 관리에는 닭 가슴살이 짱이라고 하면서요. 덕분에 제가 두나 덕을 좀 보고 있어요. 두나가 먹을 때마다 옆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두나가 남기는 사료를 제가 클리어하거든요. 엄마가 다이어트시키느라 눈에 불을 켜고 지켜보긴 하지만, 두나가 남긴 음식 먹는 것까진 뭐라 하지 않더군요. 사실 두나가 남기는 사료라는 한 숟갈 정도밖에 안 되거든요.



두나야, 오빠 먹게 조금 남겨! 



두나가 처음 집에 왔을 때가 생각나요. 누나와 함께 시골 친정에 갔던 엄마가 작은 강아지 한 마리를 데리고 왔더군요. 그때는 지금보다 더 작았어요. 두나는 시골 외할머니 집 밖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었대요. 줄에 묶인 채로요. 엄마와 누나는 두나를 보고 너무 불쌍했다고 해요. 그래서 두나를 데리고 왔어요. 혼자 있는 저에게도 좋은 친구가 되겠다고 생각했다는데, 그건 엄마 착각 같아요. 저와 두나가 어떻게 친구가 될 수 있겠어요? 덩치를 보세요!


두나는 처음에 저를 보고 꼬리를 바짝 내린 채 숨을 곳을 찾더군요. 저를 슬슬 피하면서 무서워했어요. 그런 두나가 저는 귀엽기도 하고 불쌍하기도 했어요. 다정하게 대해주자 싶었지요. 그래서 두나한테 다가가 냄새도 맡고, 마치 제 새끼처럼 핥아주기도 했어요. 한없이 자상한 표정을 지어 보이면서요.


그런데 이 지지배가 말이에요. 딱 2시간 만에 제 성향을 알아버린 거예요. 제가 무골호인, 아니 무골호견이라는 알아버린 거예요. 그 뒤부터 저를 무서워하기는커녕 깨방정을 다 떨더라고요. 심지어 제 몸을 타고 붕가붕가도 해요. 오빠한테 그게 할 짓이에요?


게다가 이 지지배가 알고 보니 입이 엄청 까다롭더라고요. 시골에서 갓 올라왔을 때 우리 엄마는 저와 마찬가지로 두나에게도 사료만 줬거든요. 며칠 먹는가 했더니 며칠 후부터 사료를 안 먹는 거예요. 그래서 그 사료는 제가 다 먹어치웠어요. 혹시 저를 욕하시려나요? 어쩔 수 없잖아요. 저는 항상 먹을 게 부족한데 어쩌겠어요.


엄마는 한동안 두나가 사료를 안 먹는다는 사실을 몰랐어요. 그래서 계속 사료를 줬고요. 그러다 보니, 두나는 약간 영양실조 증세를 보였어요. 살도 빠지고 눈에 눈물도 계속 나고 그랬어요.  엄마는 원인도 모른 채, 계속 눈물 약만 사서 먹이고 또 발라 줬답니다. 면역력이 부족하면 그렇다는 걸 엄마는 나중에 알았어요.


사실 엄마는 처음부터 두나보다 저를 더 이뻐라 하긴 했죠. 제가 첫 정인 데다, 두나가 너무 똑똑해 보이는 게 좀 부담스러웠대요. 둘째의 설움을 두나도 겪었지요.


그런데 두나가 그 머시냐. 중성화 수술이라는 걸 하게 됐걸랑요. 그때 두나 몸이 완전 엉망이 되어버렸어요. 하룻만에 10년 정도 늙어버린 것 같았다고 엄마가 말하더군요. 저도 기억나요. 두나가 움직이지도 않고 소파에 그저 쓰러져 있는 걸요.


엄마는 그제야 두나를 걱정하기 시작했어요. 엄마가 두나를 보고 눈물이 그렁그렁 해지더니 "너도 여자라서 이렇게 고생하는구나"라며 꼭 껴안아 주더군요. 여자들은 꼭 그럴 때 동지가 되더군요. 치사하게! 그러면서 두나를 위해 닭 가슴살을 삶아서 주기 시작했어요. 두나는 그때 이후로 다시 살도 찌고 통통한 두나로 거듭나게 됐답니다. 더 이상 눈물도 흘리지 않고, 눈물 자국도 없어졌어요. 두나 덕분에 저도 닭가슴살을 조금씩 얻어먹기 시작했고요. 


'위기가 기회'라는 말, 아시죠? 저는 그걸 두나를 보면서 알았다니까요. 






어쨌거나 그 중성화 수술 이후로 두나는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는데요. 집에 누군가 오면 항상 두나가 저보다 먼저 알아채고 짖어요. 엄마는 가끔 "두나가 집 지키는 동안 너는 뭐 하니?"라고 야단도 치고 그래요. 우리 골든은 누가 온다고 짖어라는 교육은 못 받았거든요. 그냥 사람들에게 사랑만 주면 된다고 했어요. 하나님이요. 그래서 좀 억울해요.


간혹 용감한 두나가 부럽기도 해요. 두나는 산책도 '셀프'로 하거든요. 혼자서 마실 다니는 거죠. 엄마가 두나와 저를 동시에 산책시키기 힘들어서 고안한 방법인데요. 서울에선 불가능했지만, 여기는 시골이라 가능해요. 두나는 혼자 밖에 나가서 세상을 탐험하고, 동네 풀숲에 버려진 사골뼈들도 물고 와요. 저는 두나가 앵벌이해 온 뼈들을 먹기도 하니, 두나에게 고마워하는 편이에요.



두나가 밖에 나가기 위해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엄마가 두나랑 저를 동시에 산책시키지 않는 이유가 있는데요. 두나는 꼭 제 근처에 와서 냄새 맡기를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두나가 워낙 작다 보니, 제가 두나를 못 보고 두나 머리에 오줌을 싸버린 일이 몇 번 있었어요. 엄마가 잠시 딴 곳을 보는 동안 일어난 일이었죠. 그 이후로 엄마는 저랑 두나를 함께 산책시키지 않게 된 거였어요.


다음번엔 두나와 제가 재미있게 논 얘기도 해 드릴게요. 다음 주에 날씨가 많이 추워진다니 모두 건강조심하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