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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멜레온 Apr 26. 2023

[설레는 시 필사] 21. 사과 없어요, 김이듬

사과 없어요


아 어쩐다, 다른 게 나왔으니, 주문한 음식보다 비싼 게 나왔으니, 아 어쩐다, 짜장면 시켰는데 삼선짜장면이 나왔으니, 이봐요, 그냥 짜장면 시켰는데요,아뇨, 손님이 삼선짜장면이라고 말했잖아요, 아 어쩐다, 주인을 불러 바꿔달라고 할까, 아 어쩐다, 그러면 이 종업원이 꾸지람 듣겠지, 어쩌면 급료에서 삼선짜장면 값만큼 깎이겠지, 급기야 쫓겨날지도 몰라, 아아 어쩐다, 미안하다고 하면 이대로 먹을 텐데, 단무지도 갖다 주지 않고, 아아 사과하면 괜찮다고 할 텐데, 아아 미안하다 말해서 용서받기는커녕 몽땅 뒤집어쓴 적 있는 나로서는, 아아, 아아, 싸우기 귀찮아서 잘못했다고 말하고는 제거되고 추방된 나로서는, 아아 어쩐다, 쟤 입장을 모르는 바 아니고, 그래 내가 잘못 발음했을지 몰라, 아아 어쩐다, 전복도 다진 야채도 싫은데






* 말할까 말까, 할까 말까, 갈까 말까는 매번 고민이다. 적당히 어울릴 줄 알고, 적당히 내 생각을 말할줄 알아야 하는데 그 적당히가 어디인지 모르겠다. 착하다, 배려있다, 센스있다 라는 말을 들어왔다. 그 말이 좋은 것인줄 알고 듣고 싶어했다. 그러한 역할을 사회적으로 강요받고 무리한 요구를 부당한줄도 모르고 참는다. 운 좋게 상대방이 눈치채면 이렇게 말한다. "말하지 그랬어." 남이 알아주길 기대하지 말자. 연습하자. 말하기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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