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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멜레온 May 24. 2023

[설레는 시 필사] 26. 내 안에 둘이나, 김준현

내 안에 둘이나


얼룩말은 검은 것과 흰 것 사이에서

고민한다, 나는 어느 쪽일까?


얼룩말은 검은 창살에 갇힌 걸까, 흰 창살에 갇힌 걸까?


둘 중에 하나면 좋겠다고

이도 저도 아닌 얼룩말은 마치


내와 네


내가 좋아

네가 좋아


이 둘의 발음이 잘 구분 안되는 것처럼


얼룩말은 미로처럼 수많은 길을 가진

무늬 때문에 고민한다

그러다 알게 되었다

저 멀리서 얼룩말 무리가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것을 보고

모두 같은 고민을 가진

무늬들이 함께 다니며 힝힝, 먼지를 일으키는 것을 보고


나는

검은 말도 흰 말도 아니어도

좋은 말이라고

앞으로는 그런 말을 하겠다고





* 경계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한 편으론 외롭고 한 편으로는 풍성하다. 풍성함을 선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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