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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주영 Jul 16. 2019

시간은 흘러도 이야기는 남는다

mono/type 01 : 에세이



혼자서 책을 만들어보고 싶어 한성 1918에서 하는 독립출판 강좌를 신청했다. 원도심을 소재로 작은 책을 6주 동안 만드는 워크숍인데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생각하다가 오래전 썼던 짧은 소설을 꺼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남포동 극장가를 중심으로 열렸던 시절의 이야기이다. 


소설에 등장하는 영화 <밀리언 달러 호텔>은 2000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상영되었다. 영화제 기간 PIFF 광장에서 사람들이 너무 많아 지나다니기 힘들 정도였고 대영시네마 앞에 설치된 화이트보드에는 표를 교환하거나 구하려는 메모들이 남겨졌다. 이제 대영시네마도 부산극장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소설의 제목 <그들 각자의 영화관>은 빔 벤더스를 포함한 유명 감독들의 옴니버스 영화 제목에서 따왔다. 나는 그 영화도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보았다. 


부산의 원도심은 누군가에게는 여행지일 테고 누군가에게는 시내일 것이고 나에게는 태어나고 자란 곳이다. 가장 어린 시절을 보낸 가장 오래된 도심. 워크숍 덕분에 오래간만에 중앙동, 남포동, 광복동을 돌아다니며 아직도 있는 곳, 이제는 사라진 곳, 좋아진 것, 나빠진 것을 헤아려보았다. 나도 변했고 이곳도 변했다. 그래도 변하지 않은 것이 있고, 이곳에서는 변하지 않은 나를 더 잘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작은 책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들어있다. 나는 여전히 영화를 좋아하고 그림을 그리고 싶어 하며 매일 사진을 찍고 그 무엇보다 책을 좋아한다. 이 작은 책을 만드는 동안 내가 자란 그곳, 그때로 돌아가 아직 상처 받지 않은 꿈들을 다시 꾸는 기분이었다. 



#독립출판 #1인문학잡지





https://blog.naver.com/cineroman/221583617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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