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마음>에 대하여
주식을 해본 적 있다면 한 번쯤 겪을만한 이야기. 만원에 산 주식 가격이 계속 오르더니 2만 원을 찍었다고 가정해 보자. 100%나 올랐지만, 더 오를 거라는 기대 때문에 팔지 않고 좀 더 지켜보기로 한다. 그런데 기대와 달리 주식 가격은 다시 떨어지기 시작하고 급기야 만천 원에서 안착해 버렸다. 더 이상 주가가 오를 기미가 없어 결국 만천 원에 주식을 팔아 천 원을 번다. 만원에 산 주식을 만천 원에 팔았으니 분명 천 원의 이익이 생겼다. 그럼에도 대다수 사람들 머릿속에는 천 원을 벌었다는 생각이 쉽사리 들지 않는다. 2만 원짜리 주식을 만천 원에 팔아 9천 원을 손해 봤다는 생각이 들 뿐이다. 보통 사람들의 심리가 그렇다.
어떤 사람은 주가가 다시 2만 원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못 버리다가 급기야 만 원보다 낮은 가격에 손절한다. 한때 2만 원까지 치솟았던 과거에 대한 집착을 포기하지 못한 결과다. 쉽게 포기해서는 안된다는 말을 종종 하지만, 때로는 현명한 포기가 필요한 때도 있는 법이다.
다만, 이때 포기 대신 쓸 수 있는 좀 더 근사한 단어가 있다. 바로 체념이다. '하려던 일을 도중에 그만두어 버림'이라는 뜻을 가진 포기나, '희망을 버리고 아주 단념함'이라는 뜻을 가진 체념이나 비슷해 보이지만, 그 단어의 한자 뜻을 알고 나면 그 내포하는 의미가 상당히 다름을 알 수 있다. 포기(抛棄)는 '抛'(던질 포)와 '棄'(버릴 기)가 결합한 단어다. 말 그대로 내가 하려던 일, 혹은 내 것이라 여기던 것을 던져버리고 버린다는 뜻이다. 체념(諦念)은 '諦'(살필 체)와 '念'(생각 념)이 더해진 단어다. 생각을 살핀다는 뜻이다. 그저 버린다는 뜻의 포기와 달리, 내가 그동안 가져왔던 생각 혹은 집착이 맞는 것인지 다시 한번 살펴보고 돌이킨다는 의미다. 주식의 사례를 다시 들자면 내가 타이밍을 놓친 그 2만 원의 주식 가격은 원래부터 내 것이 아니었음을 인정하고, 집착하던 마음으로부터 돌이키겠다는 의미다. 그것이 바로 체념이다.
체념은 단순히 모든 것을 쉽게 포기하라는 뜻이 아니다. 내 것이라 여겼던 것이 진짜 내 것이 맞는지, 내가 옳다고 여겼던 것이 진짜 옳은 일이 맞는지, 내가 믿던 신념이 정말 바른 신념이었는지 다시 살펴보고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면 과감히 버리고 돌이킬 수 있는 용기, 그것이 바로 체념이다.
한때 '중꺾마', 즉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말이 유행했지만 그 못지않게 중요한 또 한 가지는 바로 '체념할 줄 아는 마음'이다. 어디서부턴가 잘못되었음을 알았으면서도 자기 자존심이나 체면 때문에 똥고집 부리며 체념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에 얼마나 많은가. 그로 인해 주변에 있는 사람들까지 힘든 상황에 처하게 만든다면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마땅히 체념해야 할 때 체념할 줄 아는 사람이, 진정으로 지혜로운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