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연구활동가를 만나다 1 : '해방촌 마을기록단' 심수림, 김소은
마을의 역사는 물론 마을을 이루는 건물의 외형, 그곳에 살고 있는 작은 식물들까지. 더불어 그들 각각의 촉감과 소리 그리고 온도까지. 해방촌 마을기록단과 함께라면 어느 것 하나라도 놓칠 수 없는 소중한 마을의 기록이 된다. 그들이 만든 마을기록 키트를 끌러보면, 그 속에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도록 정성스럽게 만든 다양한 마을기록 방법들을 만나볼 수 있다. '우리 마을 색 찾기-컬러북 만들기', '우리 마을 관계망(네트워크) 지도', '소리 채집', '올록볼록 마을 질감 수집' 등 주제나 방법들도 다양하다. 이들은 왜, 어떤 생각으로 이런 작업들을 진행하고 있는 것일까. 듣는연구소가 서울시 도시재생열린공모 <청년에게 도시 서울을 묻는다>에 참여하고 있는 '해방촌 마을 기록단'의 수림과 소은을 만나보았다.
'과정이 결과물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모두가 공유하고 동의하는 가치인 것 같아요
듣는 : 마을기록이라는 것이 낯설기도 하고 익숙하기도 한데, '해방촌 마을기록단'이 공유하는 중요한 가치나 활동의 목적 같은 것이 있나요?
수림 : 함께하는 사람들이 협의가 되었나? 음... 되었다고 볼 수 있는 게, 그래도 마을기록이라는 것은 철저히 도구인 것이고 관계 맺음,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이 다들 공유하는 첫 번째 원칙인 것 같아요. 물론 관계 맺음이 안되면, 대화가 없으면 마을기록도 소용이 없어라고 까지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 과정이 결과물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모두가 공유하고 동의하는 가치인 것 같아요.
듣는 : 함께 하는 사람들은 몇 명이고, 어떻게 모여서 이런 작업들을 진행하게 되었나요?
수림 : 함께하는 이들은 열 명 정도인데 이제 해방촌에서 다른 데로 옮겨가신 분도 계시고, 제주에 반 정도 생활하는 분도 계시고요. 상시적으로 회의할 때 모이는 인원은 다섯 정도인 것 같아요. 영상이면 영상, 디자인이면 디자인 전문 분야들이 다르다 보니까 현업에 계시면서 마을기록이라는 것을 가지고 좋은 에너지로 모일 수 있고 서로의 업에 도움이 되어요. 금전적으로는 아니지만 심적으로. [소은: 심적으로 도움이 됩니까?] (웃음) 되게 좋은 기회였던 것 같아요. 다양한 사람이 모이다 보니 어떤 방식으로 할지에 대해서 날 선 엄청난 논의를 거쳐야 정리가 되기는 해요.
듣는 : 엉뚱한 질문일 수 있는데, '해방촌 마을기록단'은 법인인가? 어떤 형태로 모여서 활동하고 있나요?
소은 : 지금은 임의단체예요. 계속 법인화나 어떤 형태든 다듬어 가자고 이야기해요.
수림 : 올초에.. 꽁냥꽁냥.. 저희는 스스로를 그렇게 부르는데. 마을기록 키트를 디벨롭시키고 방법론을 세분화하는 과정과 동시에 단체 틀 거리에 대한 논의를 정리해보자 했어요. 협동조합 형태든 어떻게든 함께하는 사람들이 틀 거리가 필요함은 동의를 하셨고. 어떻게 가져갈지 무엇이 좋을지는 조금 더 고민을 하는 것으로 정리했어요.
듣는 : 일을 이루기 위한 조직체계 없이도, 이렇게 결과물을 낸 것이 대단한 것 같아요. 이런 결과까지 온 것이 어쩌면 각자 전문성을 가지고 이 일에 매진했지만 생계는 자기 전문 분야에서 해결할 수 있어서 인 것 같아요. 그런데 그렇게 탄생한 결과물이 전파되기 위해서는 누군가는 이것을 생업으로 하는 것을 고려해야 할 수도 있겠네요.
수림 : 맞아요. 그 고민을 단체 틀 거리와 함께 고민하는데 우리가 그 수준까지 갈 것인가 논의가 필요한 부분인 것 같아요. 그랬을 때 돈을 마련하는 것도 문제지만, 실무적인 짐이 한 사람에게 집중되었을 때 기존처럼 재미를 가지고 일한 것과 어떻게 다를지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사실 조직을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인데 유지가 힘든 거잖아요. 그리고 유지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 틀인데 그 길을 갈 것인지에 대해 유쾌한 논의가 오가지 않는 것은 지금의 속도가 서로에게 좋은 에너지를 주는 상황인 것 같아서인 듯해요. 장단점이 있는 것 같기는 해요.
처음 이것을 만들 때만 하더라도, 결국 대상은 어린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어린이를 위한 지역 교재 정도로 생각을 하고 그 전 단계라 생각했는데 실제 진행해 보니 마을기록이라는 것을 하기 위해 모이는 사람들의 연령대가 높았고, 적합하게 이 도구를 쓰기 위해서는 변용이 필요했어요. 눈에 보이는 결과가 있어야 그래도 재밌다고, 의미가 있구나 하는 것이 생기는 것 같아서 방법론을 다양화해야겠다는 욕구가 강해진 것 같아요. 마을기록이라는 활동에서 만큼은 참여하는 주민들이 대상화 되지 않고, 스스로 주체화 되는 것이 중요한데 '기록 도구'는 이러한 주체들의 손으로 기록의 행위를 처음부터 끝까지 참여자가 주도적으로 활동을 끌고 나갈 수 있는 중요한 장치라고 생각해요. 지금 활동의 참여자는 거의 5-60대 어르신 분들이 주축인데, 반가운 건 최근에 진행한 도봉에서는 젊은 친구들이 없지는 않다는 것이었어요. 이런 분들이 할 수 있는 이야기들, 만들어내야 하는 구조들, 이런 것을 강의 의뢰하신 분들과 소통하고 싶었고, 실제 강의 끝나고 나서 주민공모 사업으로 넘어가면서 저희에게 컨설팅을 의뢰하기도 하셨어요. 그런 기회들이 오면 저희는 좋아요.
수림은 처음 이 작업을 시작했을 때, 어렸을 적 방학숙제로 했던 '탐구생활'을 떠올렸다고 했다. 다양한 수행 과제물이 모여있었던 탐구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동네를 알거나 생태나 자연을 탐구할 기회를 얻기도 했었고 방학이 끝나고 두툼해진 탐구생활은 그것 자체로 약간의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했었다. 그 두툼한 활동의 기록은 생각해보면 오롯이 그 활동을 '즐겨야'만 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는 자신들이 만드는 키트도 누군가에게 그리고 누구나에게 즐길 수 있는 작업이 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마을에 대한 선 이해가 없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마을에서 5-10년 사는 사람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갓 이사 오거나 낯선 마을이라도 마을기록이라는 장치를 통해서 마을을 알아보려는 사람도 있으니까.
듣는 : 이미 다양한 작업들로 키트가 발전하고 있는데 이번 공모에 참여하면서 세운 새로운 목표가 있었나요?
수림 : 이번 공모를 통한 활동의 목표는 명확해요, '많이 만들고 다양하게 만들자'. 저희가 '누구나'라는 말을 썼어요. 우리가 타겟팅하지 못한 대상들이 포함될 거예요. 정말 '누구나'라는 말이 어르신이나 아이들까지도 포함할 수 있게 하자는 데 목적이 있어요.
또 다른 목표를 찾는다면, '새로운 방법을 발전시킬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것'일 거예요. 저희가 에너지 관련한 일을 개인적인 업으로 하고 있는데 GIS(지리정보시스템) 관련해서 인턴을 구한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마을기록 차원에서도 GIS가 가진 가능성이 너무 많잖아요. 그리고 오픈소스로도 많이 열려있고요. 그래서 이것을 활용해서 마을 기록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것을 고민해봐 했는데 그 친구가 GIS 가지고 할 수 있는 것이 너무 많은 거예요. "이거 이거 다운로드하여서 프로그램 켜놓고 오버랩만 시키면 이게 나와요." 이러는 거죠, 우리는 상상도 못 하는. 그래서 '열대야 지도'라는 결과물도 나왔어요. 이런 툴도 써볼 수 있어라는 새로운 분야에 대한 것을 다른 사람들이랑 만드는 것이 너무 재밌는 것 같아요. 그러기에 마을기록은 친근한 루트가 되어주고. 저희가 저희 내부적으로 만드는 워크숍의 주제들도 있지만, 사람들을 충원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는 한데, 그랬을 때 저희 안에 내부적으로 가진 툴 외에 정말 새로운 툴을 가진 분들이 결합하면 생각지 못한 도구를 발견할 수 있는 것이 참 이상적이겠다. 그런 사람들을 만들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요.
소은 : 저는 '누구나 할 수 있게 하자'고 했지만, 이 키트가 전문가 분들도 붙어서 제작된 거였기에, 실제 이걸 가져가서 누구든지 직접 해보라고 했을 때에는 할 수 없는 것들도 꽤 많이 있어요. 예를 들어 여기 '틈새 식물도감'은 동네 길 틈새에 자라나는 식물을 판화로 찍어 보는 작업이예요. 시아노 타입이라고 청사진 만들 때 사용했던 복사 용액으로 만드는 것이에요. 사실 그런 것을 만들고 섞어서 잉크를 만드는 것을 하기에는 일반인이 하기에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이렇게 작업하면 비주얼적으로 단순히 동네에 있는 틈새 식물을 그림으로 그리는 것보다는 임팩트가 있어요. 그래서 이런 식의 작업을 하기는 했지만, 사실 틈새 식물을 기록하는 방법은 되게 여러 가지가 있거든요. 그런 것들을 더 다양하게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또, 여기 있는 연표도 굉장히 기본적인 마을기록일 텐데 이렇게 하려면 '자료들을 어떻게 찾아야 하지'부터 고민스러울 것 같아요. 여기에 예시로 쓰여 있는 이런 데서 검색하면 찾을 수 있다고 했지만, 사실 정말 찾을 수 있는지, 그런 것들을 혹시 툴이 없어도 관심을 가져보고 그러면 그 툴은 나중에 공부해 볼 수 있으니까. 그렇게 기존 것을 포함해서 누구나 할 수 있도록 발전시켜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요.
수림 : 저희가 생각하는 누구나에 단순히 연령의 문제가 아니라 마을에 대한 선 이해가 없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마을에서 5-10년 사는 사람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갓 이사 오거나 낯선 마을이라도 마을기록이라는 장치를 통해서 마을을 알아보려는 사람도 있으니까 마을에 대한 선 이해 없이 마을기록을 접할 수 있을까? 이것을 통해서 사람들의 관계 맺음을 어떻게 만들어 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어요. 그래서 마을에 대한 선이해가 있는 사람, 마을 활동가, 연구자가 우리가 말하는 '누구나'의 범위에 들어가 있어요.
지금 하고 있는 것 중에 우리가 생각하는 우리 마을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함께 알아볼 수 있도록 지도를 펴놓고 마을의 경계를 각자 그리고, 이를 중첩시켜 비교해보는 활동이 있어요. 그런데 이런 활동도 지도를 읽기 위한 지식이나 감각이 있어야 하니까 그것마저 어려운 거죠. 그래서 저희가 지금 있는 GIS 앱으로 우리가 마을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어디인지 걸어보고 그 궤적을 비교해보고 있어요. 우리가 툴을 개발하지 않되 기존의 툴을 가지고 마을이라는 대상으로 소통하고, 각기 다른 '마을살이' 경험들을 나누는 것도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한 선생님이 열심히 걷고 계시는데(웃음) 그렇게 우리에게 적합한 툴을 찾고 있어요. 그런 과정이 여전히 의미가 있죠. 요즘 친구들 그리고 어르신들은 이렇게 새로운 도구가 있을 때 흥미를 느끼는 것도 확실히 있어서, 다양한 도구를 알아내고 찾아보는 것을 키트에 담으려고 해요.
우리가 '누구나'라고 말할 때 떠올릴 수 있는 범위를 최대한 넓게 확장해 나가면서 작업을 고도화해나가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마을에 대한 선이해가 없는 사람'까지도 지금 내가 사는 공간에 대한 이해의 기회에서 배제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마을기록하면 마을에 대해서 잘 알고 오래 사는 사람들을 으레 찾게 되는 전형성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사람'이기에 발견할 수 있는 것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은 지역 활동, 학습에서도 쉽게 간과될 수 있는 민주적 원칙들에 대해서 되돌아보게 해 주었다.
내가 사는 공간에 애착이 있다는 것에 삶의 질에 정신적인 부분에 굉장히 큰 도움이 된다
듣는 : 저희가 이 키트 처음 봤을 때 "이거 파세요, 많이 보급하고 범용적인 툴킷으로 만드세요."라고 했잖아요. 이제보니 그런 말이 이 활동을 해보지 않은 사람의 입장에서 내놓는 생각이었네요. 이런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할 마을에 대한 경험이나 이해, 상황이 전부 다를텐데 그 경험 자체를 상품화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소은 : 근데 사실 둘 다 필요한 것 같아요. 저는 어쨌든 시작에 있어서는 관심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내 마을, 내 장소에 애착이 없는 경우가 굉장히 많잖아요. 저는 20세까지는 5층까지 작은 아파트에 살다가 그 이후에는 후암동 오기 전에 큰 아파트에 살았는데 아파트라는 공간이 전형적으로 이웃들 간에 소통이 없잖아요. 스무 살에 수원의 아파트에 갔는데 모든 내 생활은 서울에서 이루어지는 거죠. 밤에 자는 곳 외에는 전혀 의미가 없는 장소였던 것 같아요. 내가 사는 공간에 애착이 있다는 것이 삶의 질에, 정신적인 부분에 굉장히 큰 도움이 된다고 해요. 단순히 이런 것도 있네 저런 것도 있네 이런 거를 생각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하고, 그러다 보면 주변에 누군가랑 이야기하는 게 좀 더 쉬워질 수도 있고. 그렇게 시작되고 하나의 문화가 되고.. 우리가 문화를 일으키는 것은 굉장히 거창한 것이긴 하지만. 그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거든요.
수림 : 시점으로 보면 저희가 담고자 하는 주제가 과거에 머무른 기억이나 흔적일 수도 있고, 사실 현재에 대한 기록일 수도 있고, 현재에 대한 기록이 미래를 향해있는 기록일 수도 있고. 단순히 과거를 기록하는 것만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계속하거든요. 현재를 기록하는 게 얼마나 미래를 내다보고, 혹은 중간지원조직이나 관 차원에서도 준비할 때 사용될 수 있는 기록이 될 수 있는 것인지를요. 사람들이 기록이라고 생각하면 옛날 신문지 찢어 기사 뒤지고 어르신들 만나고 이런 것에 굉장히 머물러 있거든요. 소리 채집 같은 것도 지금 내가 기록할 수 있는, 우리 마을에서 주변에서 굉장히 일상적이지만 들을 수 없는 특색이고 자원이 될 수 있고요. 마을기록이 연구에 담긴 조사의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굉장히 좋은, 쉬운 도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마을, 자원연구라면 어렵지만 예전에 일기 썼던 기억 다 있고, 옛날에 누구에게 무엇을 들었던 기억 다 있고. 그렇게 보면 다음 다른 단계로 범용으로 쓸 수 있는 쉬운 유입처, 그런 통로도 되는 것 같아요.
저희가 올해를 하고서 내년으로 넘어가면서 해보려고 하는 것 중에 하나가 해방촌 마을 기록단에서 해방촌이라는 단어를 빼는 거예요. 마을기록단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넘어가는 것으로 준비를 하고 있어요. 누구든 어디에서 한 번 마을을 기록한 경험을 하고 나서 자기 동네를 보게 되면 다르게 보일 거거든요. 그래서 꼭 해방촌처럼 오랜 역사를 가진 동네가 아니더라도 어디에서든 할 수 있고, 내가 사는 곳이 아니라 관심 있는 장소를 보기 위한 마을기록도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문화로서 누릴 수 있는 기회들을 만들려고 이제는 해방촌이라는 단어를 지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앞으로는 마을기록단이라는 이름으로 좀 더 할 수 있는 것을 해볼 생각이에요. 내부적으로 구성원이 지방으로 내려가시면서 생기는 고민도 있었고요. 다들 1-2년 이 마을에 살고 있지만 여전히 이 마을이 내 마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없잖아요. 여전히 거주지는 언제든지 학교나 회사 등에 따라 변할 수 있으니, 장소에 대한 밀접한 경험을 갖고 돌아가는 것이 꼭 '내 마을'이라고 생각하는 곳에서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어필하고 싶어요.
듣는 : 공감이 많이 되네요. 기록이 연구나 여러 가지로 넘어갈 수 있는 가능성도 중요하고, 기록 이전에 사람들이 마을,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한 인식을 가지는 것, 두 가지가 다 되게 중요한 고민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 같아요. 특히 아까 소은 님이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얼마나 삶의 질을 높이는지에 대해서 공감을 해요. 근데 그 근거를 어디서도 찾아서 이야기하기 어려운데, 마을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기록을 하다 보면 삶의 질도 높아진다는 경험이 쌓이다 보면 좋은 근거가 될 것 같아요.
수림 : 그 중, 제가 속한 조직에서 '건축학교'라는 활동을 해요. 말그대로 학교에 찾아가 건축수업을 하는 것이에요. 그런 것들을 할때 개인적으로 마을기록단의 기록방법들을 차용해서 하는 경우도 있어요. 말 그대로 건축 수업을 학교 찾아가서 하는 것이예요. 그런 것을 할 때 마을기록을 차용해서 하는 경우가 있어요. 인연이 되어서 연천군에 초등학교 전체 6학년 통틀어 60명 정도 되는 학교에 작년부터 계속 가고 있는데, 거기 건축 수업에서 시작할 때 공간이나 마을로 넘어가기 전 단계에 소리 수집이나 이런 쉬운 방법을 써요. 그럴 때 많이 느끼는 게 처음과 끝이 많이 다르다는 점이에요. 아이들은 '우리 동네에는 뭐가 없다', '정말 시골이라 논밭밖에는 없어요'라고 말하는 거죠. [소은: 도시애들은 도시라서 없다고 하고, 시골애들은 시골이라..] (웃음) 그러면 '뭐 찾아볼까?' 하면 우리는 피시방도 없고 문구점도 없고.. 없다는 얘기만 들어요. 그런데 이런 과정을 통해서 우리 마을에 어떤 소리, 질감들이 있고. 그런 것을, 기록이라는 말을 이 친구들에게 쓰지는 않지만 이런 행위를 하고 나서 보면 '우리 동네 뭐가 있어요.' 라는 말로 채워지더라는 거죠. 그런 것이 굉장히 삶의 질 차원이 달라지게 해요. 성인에게는 삶의 질로 표현될 수 있지만 아이들에게는 뭐가 없는 동네에서 뭐가 있는 동네로 인식되는 것이 굉장히 유효하구나라는 것을 실질적으로 많이 느껴요. 그리고 굳이 우리가 이런 것을 상점이라던가 가게.. 상점이라던가 번쩍번쩍한 놀이 공원이나 누릴 수 있는 그런 것 외에 어떤 감각기관으로 마을을 볼 수 있는지 이야기해주는 것이 그런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해주면 좋겠어요.
여름에 보면 변변한 놀이터 같은 공원이 없어요. 그런 시설이 없다 보니까 여름에 애들이 제일 많이 모이는 데가 국민은행 ATM기거든요. 거기 기기가 신기하게 어르신들도 모여계시고. 기기가 4-5개 밖에 없는 작은 공간인데 거기가 냉난방이 제일 잘 되는 곳이에요. 무더위 쉼터보다 더. 주민센터 가면 눈치 보이잖아요, 멍하니 않아있기가. 거기 가서 애들이 엎드려서 자기 숙제하고 그러거든요. 그런 거 보면 사실은 너무 안타깝죠. 그래서 뭐가 없는 동네라고 느낄 수 있겠다. 그런 아쉬움이 늘 있는 것 같아요.
소은: 근데 그게 좋은 추억일 수 있어요. 저는 예전에 조그만 아파트에서 살았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애들이랑 어디 엎드려있었냐면, 아파트 현관에 돌 튀어나와 있잖아요 한단 정도 맨날 거기 엎드려있었거든요. 거기서 딱지치기 구슬치기도 하고요.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공간, 시간, 관계'라는 키워드가 떠올랐다. 마을기록단 활동은 어떤 공간에서 언제의 시점을 기록하느냐에 따라서 그리고 어떤 사람이나 사물과의 관계 안에서 작업을 펼치는가에 따라서 수십, 수백 가지의 얼굴로 우리에게 다가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많이, 더 다양하게'라는 목표가 단지 양적인 목표가 아니라 이 활동의 본질이고 원리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향후에 이런 기록들을 모아 책으로 내고 다양한 마을기록의 사례는 물론, 누구나 보고 따라 할 수 있는 활동으로 마을기록을 알리고 싶다는 '해방촌 마을기록단'의 바람이 조속하게 이뤄지기를 바라본다.
해방촌 마을기록단과 협업을 원하시는 분들께서는 아래 메일로 연락해주시기 바랍니다.
단순한 사례 강의 요청도 가능하지만, 마을을 이해하고, 관계를 형성하는 방법으로서 마을기록을 활용하는 긴 호흡의 프로젝트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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