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이 삶의 방향이 되는 순간
어쩌다 마주친 맛이었다.
우연히 간 곳이었지만, 그날 이후로 내 미각에 하나의 인연이 되었다.
잊히지 않는 맛은 단순히 혀끝의 감각 때문만은 아니다.
그 속엔 사람이 있고, 기다림이 있고, 오래된 기억이 있다.
그 맛은 결국 나를 움직이게 한다.
멀다는 이유로, 바쁘다는 핑계로 미뤄도,
결국은 ‘그것’을 다시 찾게 되는 날이 온다.
그때 그 아귀찜, 또 먹고 싶다.
그런데 거리는 멀고,
그래서 비슷한 걸로 근처에서 적당히 대신해 보려 시도해 본다.
하지만, 그건 아니다.
아무리 이름이 같고, 모양이 비슷해도… 그 맛은 없었다.
그 맛은 단지 요리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곳의 분위기, 양념에 스며든 정성, 요리사의 철학까지,
모든 것이 함께일 때 비로소 가능한 맛이었다.
나는 목포의 **아귀찜을 사랑하게 되었다.
아구의 쫄깃함? 양념의 매콤함?
그런 건 어디서든 어느 정도 흉내 낼 수 있다.
하지만 말이다,
토요일 저녁 평화광장 앞 해변에서 터지는 폭죽 소리처럼,
그 맛은 나를 들뜨게 만든다.
매번 먹어도 ‘처음’ 같은 맛.
이게 바로 ‘너여야만 하는 이유’다.
그날도 목포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한여름, 땀이 등에 밴 날씨였고,
거리는 멀고, 차는 막히고, 창밖은 뜨거웠다.
덥고 지친 몸으로도 기꺼이 다시 들렀던 건,
가족들 생각 때문이었다.
“이 맛을 함께 나누면 얼마나 좋아할까.”
그 마음 하나로 아귀찜을 포장해 차에 실었다.
아이스박스에 넣어두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도착 즈음
차 안 가득 퍼지는 이상한 냄새에 불안함이 스쳤다.
결국, 포장해 온 아귀찜이 살짝 상해버렸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얼마나 아깝고 속상했는지 모른다.
친구는 “그냥 버려~”라고 했지만,
나는 속으로 외쳤다.
‘이걸 어떻게 버려...!’
너무 긴 시간을 버텨야 했던 음식은
끝내 그 맛을 지키지 못했다.
입에 넣을 수도, 그냥 둘 수도 없는 현실 앞에서
처음으로 음식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것은..
감정이 엮인 기억이었고,
누군가의 손끝에서 만들어진 삶의 일부였다.
내 입맛은 그 요리사의 손끝과 맞아떨어졌고,
그 조합은 마치 사람 사이의 궁합처럼,
누가 뭐라 해도,
“나는 그게 맛있어”라는 뚜렷한 내 취향이 되었다.
현지인 추천으로 시작된 사랑.
맛에 대한 기억은 종종 갈망을 넘어 삶의 방향을 바꾼다.
언젠가 나는 다시 가게 될 것이다.
목포는 더 이상 ‘항구’가 아니다.
나에게 목포는 아귀찜이다.
아, 그리운 너.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을 너.
나는 오늘도 한 끼를 대충 때우며,
‘그 맛’을 생각한다.
ㅣ에필로그
사람이 그리울 때가 있고,
맛이 그리울 때가 있다.
둘 다 누군가에게는 사치일지 몰라도,
누군가에게는 삶의 방향키가 되어준다.
당장에 목포까지는 못 가더라도,
그때 느꼈던 감정, 들떴던 마음,
그 맛을 다시 느끼기 위해
오늘도 나는 ‘다른 무언가’로 채워보려 애쓰지만,
결국 알게 된다.
"바로 너여야만 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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