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이민, 기러기 아빠
나이 50세 넘어 원룸 오피스텔을 계약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전과자부터 대기업총수까지 만나는 변호사라는 직업의 특성상 동네 학부형 어머님들부터 고위직 공무원, 대학교수, 변호사나 의사 같은 전문직, 중견기업 대표님들과 잦은 교류를 하면서 언젠가부터 자녀들을 외국에 공부하러 보내는 비율이 상당히 높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예전에는 그러려니 했었는데, 내가 학부모가 되니 서서히 걱정이 생기는 마음을 감출 수는 없어졌습니다. 그래도 내가 서울대 나오고, 나름 학원 강사에 입시 족집게 강사까지 했으니 아이들 교육은 내가 하면 될 거라는 자신감 뿜뿜 내비쳤었지만 솔직히 주변에 친한 학부모들은 나중에 애들이 크면 그때 보자라며....
4남매 아이들이 중학생, 초등학생 모두 커가면서 상상 속의 교육은 현실로 다가왔고, 어쩔 수 없이 학원에 의존해야 했습니다. 그렇지 않고 부부가 가르치려 했지만 솟아나는 화, 짜증이 행여나 아이들에게 더 안 좋은 영향을 끼칠까 봐 역시나 전문가를 찾자는 답에 이른 것이죠. 그래 그래서 다들 대치동부터 각종 학원에 보내는구나, 역시 선배님들이 그럴 수밖에 없었구나라는 것을 알게 된 거죠.
그러나 코로나 직전 과감하게 모든 것을 내려놓고, 캐나다로 떠나려고 시도한 적이 있었습니다. 5년 전이었는데 아이들 학비가 공립학교도 1인당 5,000만 원 정도 들어가고 4명이라 너무 부담이 커서 알아보니 아빠가 학교를 다니면 아이들이 무상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해서, 밴쿠버 지역의 MBA 경영대학원에 지원해서 IELTS 점수를 따고, 입학허가서를 받아 1학기 등록금까지 지불하고 정말 떠나려고 비행기를 예약하려는 순간.......
"코...로.... 나"가 터져서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었죠.
그러고 잊고 있었는데, 아이들이 점점 커가면서 늘어나는 학원비와 경쟁은 점점 가열되는 입시 환경에 답을 찾다 보니 결국 다시 외국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중학생, 초등학생, 심지어는 고등학생까지도 떠나는 상황이고, 매년 학교마다 떠나는 아이들이 수십 명씩 된다는 소리에 우리나라가 중국, 인도, 영국에 이어 4위의 이민나 가는 국가라는 뉴스까지....
https://n.news.naver.com/article/005/0001704684?sid=101
https://m.sedaily.com/NewsView/2DAML3B7AO#cb
와이프와 심각하게 수개월을 고민하고, 정보를 찾고, 유학원 상담을 하면서 점점 길은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결정하고 나니 주변에 정말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자녀들을 해외로 공부, 취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
그때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30대 초반 원룸에 살면서 길을 걷다가 '펑, 펑'하는 소리가 지하에서 들려 간판을 보니 "골프연습장"이었고, 갑자기 왜 부자들이 골프를 치고, 아무것도 부러울 것이 없어 보이고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던 삼성의 총수 이건희마저 골프에 미쳤을까? 부자라고 다 잘하고, 좋은 선택만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많은 사람이 하고 있다면 분명히 이유가 있을 거다. 나도 한번 알아나 보자는 심정으로 그 길로 지하로 내려가 골프연습장에 10만 원을 주고 등록을 했던 경험.... 그 뒤로 골프에 미쳐 넉넉한 수입으로 더 자주 골프장에 나가야겠다는 생각에 공무원 생활까지 그만두고 로스쿨을 갔고, 변호사가 되어 정말 주중에 10번을 넘게 골프를 쳤던 시기가 있을 정도로 재미에 빠졌고 왜 골프를 좋아하는지 이유를 알았던 기억....
그래 나보다 나은 혹은 많은 사람들이 자녀들을 떠나보내는 것도 분명히 그런 판단이었으리라...
문제는 역시 "돈"입니다. 가족이 함께 떠나면 좋지만 누군가 한 명은 돈을 벌어야 하고, 그렇다고 있는 돈을 모두 털어 떠나 한국의 변호사 생활을 접고, 외국 가서 배관공을 하거나 세탁소를 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결국 아빠가 남아야 하고, 모두가 떠나면 지내야 할 혼자만의 공간이 필요했지요.
20대 대학교 1학년때부터 홀로 독립해서 창문 없는 고시원에 월 13만 원을 내고 지낸 것을 시작으로 화장실도 없는 연립주택 보일러실을 개조한 지하 원룸, 하숙집, 잠만 자는 방 등을 전전하자 돈을 모아 보증금 1,000만 원에 월 20만 원에 에어컨 있는 현대식 원룸에 살던 시절....
30대 역시 방만 좀 커지고 지하철역과 가까워졌다는 것 빼고 비슷한 상황의 봉천동 원룸 전세.... 불광동 식약청 출근에 1시간이 걸렸던 시절... 로스쿨 입학을 결정하고, 생면부지 부산까지 내려가 원룸, 고시원 생활은 계속되었고...
40대 직접 로스쿨 시험을 위해 잠시 머물렀던 시험용 단기 원룸도 기억납니다.
그리고 50대 다시 원룸형 오피스텔이라.......... 잠시 서글퍼지기도 했지만 결국 우리는 혼자고, 지금 가장 행복한 시간 중 하나인 첼로 연습실 역시 혼자만의 공간이라 그렇게 나쁜 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듭니다. 난생 처음 첼로를 앉아보고 3개월만에 요정도 진도 나갑니다.^^
인생은 엄마 뱃속방에 혼자 있다가 나와 다시 혼자만의 방인 관으로 들어가니.... 살아가는 과정에서 원룸에 사는 게 전혀 이상할 것은 없습니다.
그건 그거고.... 이제 다시 아빠로 돌아와 돈을 열심히 벌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 위해 최근 법률신문사와 협업해서 영업을 배워야 하는 변호사들을 상대로 책을 내고 강의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아이들 해외체류비용을 벌기위해서 보험설계사 일도 더 열심히 하고, 힘내서 강의도 열심히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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