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브런치의 글을 적지 못했다. 처음에는 브런치 출판 지원 프로그램에 내 브런치 북을 제출하기 위해 편집을 하느라 글을 적지 않았다. 그러다 얼마 안 있어 나는 중대한 결심을 하나 하게 되었고, 그 결심의 결실을 맺고자 약 한 달을 두문불출하며 그것에만 매달렸다.
한국에 들어와 본격적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한 지 3달이 됐다. 시간이 이렇게 빨리 흐르다니. 코로나 때문에 제대로 놀러 다니진 못했다만, 중간중간 사람들도 만나고 작은 아르바이트들도 겸하며 생활비도 벌고 있었다. 무엇보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관심이 가는 직종의 인턴십에 여러 번 지원했다. 성공한 것도 실패한 것도 있다.
많은 방황을 했다. 생각이 필요했다. 하지만 고민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 너무 멀리 있을 미래를 고민하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일단 부딪혀보기로 마음먹고 외국으로의 생활을 접고 한국에 정착하기로 했다. 이 단순한 한 줄을 적기 위해 그 많은 고민과 고뇌가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다. 이렇게 정하고 나니 내 눈에 딱 들어오는 한 일자리가 보였다. 아주 화려하고 대단한 일은 아니겠지만 내가 정말 잘할 수 있는 일이었다. 내가 지금까지 공부한 분야이면서 내가 즐겁게 해왔던 활동을 할 수 있는 그런 일자리다.
처음에는 '경력직'이라는 말에 '내 길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한 교수님께서 내게 적극적으로 권하셨다. 반신반의하며 준비를 시작한 지가 1달이 됐다. 큰 뜻을 두고, 서류를 제출하기 위해 혼심의 힘을 다하며 다른 사람의 도움까지 받아가며 준비했다. 부족한 내가 과연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궁금하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여러 가지 유리한 조건들이 있어 서류통과는 무난할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2주가 흘렀다. 나의 모든 시계는 이 취업 준비에 맞춰졌다. 이메일이 왔다. 인터뷰를 하자는 내용이었다. 인터뷰 시간으로 1시간이 잡혀있다. 다 채울지 어느 정도 하다 말지는 알 수 없다. 대화를 잘하다 보면 시간이 길어지기도 하고, 원래 길 수도 있다. 인터뷰 날짜를 양자택일 하라고 했다. 나는 조금 더 준비할 수 있게 뒷 날짜를 잡았다. 명절을 지나 인터뷰 준비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세상에 쉬운 게 하나도 없었다. 체력도 문제, 집중력도 문제, 아이디어도 문제다. 인터뷰를 하루 앞둔 지금의 나는 그 어느 때보다도 체력과 의지가 문제다. 내가 어떤 생각으로 연습에 임하느냐도 중요하고, 어떤 자세와 각오로 실전에 임하느냐도 매우 중요하다.
고단하고 외롭고 사무치는 준비기간이었다. 지난 한 달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를 정도다. 한 편으로는 고생스럽게 준비하니 그 일에 대한 애착이나 생각이 깊어지는 효과도 있었다. 여러 질문들을 준비하며 일에 임하는 자세도 갈무리할 수 있었다.
잠을 청하기 전 유튜브를 보다 보면 홀로 사는 사람들,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 취업을 위해 고뇌하거나 공무원 시험에 올인하는 청년들의 모습들이 자주 보인다. 남일 같지 않았다.
번갯불에 콩 볶듯이 갑작스러운 생각의 전환에 들어선 이 길, 한국에서의 구직, 한국에서의 앞으로의 삶이다. 하지만 우리 삶이 그렇다. 우연인듯하면서 무언가 필연에 의해 연속되고 엮이는 것. 내 유학이 그랬다. 살면서 유학을 가겠다는 목표를 세운 적이 없었다. 삶이 흐르다 흘러 정신 차려보니 문득 그 길의 앞에 있었고, 그 길을 간절히 원하게 되어, 그 길을 걷게 됐다.
나의 삶을 돌아볼 때,
오히려 그런 삶이 더 많았다. 내가 계획하고 준비해서 정직하게 성취하는 길보다는, 정신없는 와중에 무언가 해수면 위로 고요히 떠오른 하나의 태양처럼, 한 가지의 길이 그렇게 주어졌다.
눈물을 머금고 취업을 준비하는 와중에 한 가지 생각은 명확히 들었다. 마음 아프고 걱정되게끔 자꾸 결과를 생각하고 예측하려 하지 말고, 준비기간에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 그리고 열심히 하고, 실전에서는 가지고 있는 것만을 무사히 잘 토해내고 나오자는 것. 결과에 대한 생각은 하지 말자는 것. 면접과 발표까지 26시간 정도가 남은 지금, 내가 가져야 할 생각은 이뿐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