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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상남 Jan 01. 2021

2021년이 기대되는 이유

희망찬 새해 아침이 밝았다

정확히 1년 전 작성한 브런치를 다시 꺼내 보았다. 여기부터가 놀랍다. 내가 살아온 날 중 가장 빨리 한 해가 지난 때가 언제라고 묻는다면 아마 2020년이었노라고 답할 것 같다. 내 삶에서 굵직한 변화가 여러 건 있었다. 나라 안팎으로 전염병의 출현과 악화된 경제상황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기도 했다. 여러모로 2020년은 많은 사람들에게 특별하게 기억에 남을 것이다. 


2019년이 마무리되는 날 2020년에 대한 희망으로 가득 찼던 나는 그때까지의 불확실성이 종식되고 새로운 길에 들어선 나를 기대하고 있었다. 그 소망을 이루기 위해 나는 '초월'이라는 내적 성찰을 중요한 가치로 내세웠다. 초월. 나는 그 글에서 "'2020년은 초월하는 훈련, 초월하는 생각, 초월하는 삶을 살고 싶다.' 그것이 내가 2020년 새해에 가지는 새로운 희망이고, 리셋(reset)에 대한 소망이다.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난 생존할 것이다.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이라고 말했다. 유학생활이 절정을 지나 결말에 이르면서 몸도 마음도 지친 시절의 나의 고뇌가 담겨있다. 여유로운 지금 그때를 돌아보면 새삼 언제 그랬을까 싶다. 신기루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수많은 크고 작은 고뇌들, 잡념들이 혼자만의 사색에 빠져 일상에 버무려져 있던 내 머리를 쉼 없이 강타하고 있었다. 그런 내게 필요한 것은 초월이었다. 작은 걱정으로부터의 초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부터의 초월, 그리하여 고통으로부터의 초월. 그것은 인간의 욕구를 이탈하며 구도자의 길을 걷고자 하는 내 신앙 중심의 기도와도 맞물린다. 


2019년에 이어 2020년 중반까지도 나는 독일에서 비슷한 삶을 살았다. 매 순간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에 우선순위를 두고 선택해야 할지 끊임없이 고민했다. 그 고민은 바로 실천에 이어졌다. 생각과 행동이 어우러져 결과를 만들어내니 누구나 그 결과로부터 내공을 얻을 수 있다. 나는 감사하게도 무사히 만족스럽게 석사학위를 마쳤다. 기적은 그뿐만이 아니다. 경제적으로 이토록 어려운 시절 나는 취업을 해냈다. 그것도 내 관심사와 적성 그리고 전공이 교차하는 그 직종에서 일을 하게 됐다. 세상 사람들이 첫 직장에 대한 평을 듣고 있노라니, 나는 더 이상 완벽을 바라면 예의 없는 사람이 될 것 같을 정도로 좋은 사람, 좋은 조건 그리고 의미 있는 일을 맡고 있는 신입사원이었다. 세상에 거저먹는 것은 없었다. 운도 준비된 자에게 따라온다. 그리고 그 준비는 피나는 노력과 성찰 그리고 과감한 선택에 의해 이룬다. 비록 시작의 단계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나는 거대한 한 걸음을 내디뎠다. 그 자부심과 감사함을 언젠가 또 다른 사람들을 위해 표출하리라 다짐해본다. 


하루살이처럼 버텼던 그 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작은 기대를 하지 않으려고 했던 나날들이었다. 기대를 한다는 것은 기쁨과 슬픔을 만날 수 있고, 그것은 곧 하루하루 기분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을 의미했다. 그러나 그 당시 나는 그런 감정의 기복 없이 묵묵히 끝나는 날까지 버티는 것만이 중요했다. 그래서 2020년에는 뒷심 발휘하는 초월을 중요한 실천가치로 내걸었다. 솔직히 매 순간 그 거창한 표어를 떠올리며 초월을 온전히 해내지는 못했다. 이 또한 내공과 훈련이 필요한가 보다. 한 편으로는 나 스스로 대견하다. 어떻게든 그 순간들을 잘 버텼다. 습관성으로든, 악으로 깡으로든, 나는 인내했다. 그 결과 하나의 결과물을 얻었고 이제 2021년 새로운 기대를 할 수 있게 됐다. 새로운 무대가 펼쳐졌기에 가능한 그 새해의 희망이다. 


거창하지 않는 희망을 걸어보기로 했다. 


좋은 미덕은 지속해나가고 새로운 희망도 추가해본다. 묵묵히 버텨내고 초월해 가는 것은 계속 지속해보기로 한다. 기복에서 중용으로, 중용에서 장자의 말처럼 물 흐르는 대로. 나이가 들면 그렇게 되나 보다. 한 단계씩 나아가며 공감하는 철학적 성찰이 과연 어느 범위까지 사람들과 공통점이 있고 나만의 개별성이 있을지 흥미롭게 지켜보기로 한다. 


어색하지만 2021년은 재미있는 해가 되길 바란다. 수년에 걸쳐 고독하고 인내하는 삶을 살았으니, 올 한 해 정도는 더 즐겁고 더 흥미진진하며 더 다양한 사람을 만나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누가 보아도 '노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일을 하며 내 천성이 얼마만큼 기질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토록 오랜만에 여건이 주어졌으니 그냥 흘려보낼 수도 없다. 다시 태동하는 나의 엔터테인먼트 기질들이여 마음껏 춤을 추어라. 이제 너의 춤사위를 막을 가림막은 사라졌으니. 


2021년은 나도, 나의 가족들도, 당신도 모두 건강하길 바란다. 건강하지 않으면 지금의 대화도, 생각도, 음식도, 친구도 그리고 우리의 삶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리고 그 건강을 기초로 소소한 행복을 많이 누렸으면 좋겠다. 새해 아침이 밝았으니 우리도 새로운 희망으로 이유 없는 기분 좋음을 만끽하도록 하자. 여유를 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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