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를 잘하려면 쓰세요.
감각 없는 디자이너가 먹고사는 법
디자인 감각은 노력하면 생길까? UX 하는 형, 동생들과 술자리에서 가끔 안주거리로 나오는 질문이다.
개인적으로 이 질문의 답이 "생긴다"였으면 한다. 노력을 통해 디자인 감각이 생긴다면, 여러 분야의 잠재적 디자이너들이 지금보다 더 삶을 멋지게 만들어 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경험으로 내린 결론은, 아쉽게도 "생기지 않는다" 쪽이다. 그리고 더욱 아쉽게도 나는 디자인 감각이 없는 편에 속한다. 그렇기에 나의 생각을 깨뜨려 주는 사례를 접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적다 보니 울적해진다.
하지만 절망하긴 이르다. 없었던 디자인 감각이 생기기는 어렵지만, 다른 훌륭한 디자이너의 감각을 흉내 낼 수는 있다. 인간은 누구나 모방의 재능을 가지고 있기에, 흉내내기는 노력으로 충분히 얻을 수 있는 영역이다.
그리고 매우 다행스러운 부분은 디자인 감각을 타고난 사람들이 생각보다 업계에 많지 않다는 점이다. (아직 까진 그랬다. 다행이다.) 잘 흉내 내는 것으로도 칭찬받고 먹고살기에는 충분할 수도 있단 말이다. 나도 이렇게 디자이너로 먹고살고 있다.
그렇다고, 흉내내기가 앉아서 디자인 매거진 몇 개를 훑어보기만 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이를 위해 아래의 세 가지 '쓰기'를 권한다. 이 세 가지 '쓰기'가 지난 10여 년 동안 UX 디자이너로 밥을 먹고사는 근간이 되었다.
1.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써라
일단 잘 흉내 내려면, 좋은 대상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 본인의 필드에 있는 제품과 디바이스, 서비스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그것들을 써보면 좋다. 이 습관을 들이면 좋은 디자인(흉내 낼 디자인)을 찾는 눈이 생길 것이다.
2. 본인의 UX 디자인에 대한 회고록을 써라
좋은 디자인을 흉내 내어 만든 결과물은 어디까지나 흉내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 작업물이 생명력을 가지려면, 그것이 위치하는 맥락, 고객과의 접점, 제공되는 방식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다듬어져야 한다. 바꿔 말해, 흉내 낸 디자인은 좋은 재료이긴 하나, 완성된 결과는 아니란 것이다. 따라서, 이 재료를 다양한 관계자들 (개발자, 상품기획자, 관련 지인들, 동료 디자이너 들, 그리고 엔드유저)에게 보여서 의견을 듣고 회고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을 통해 그 디자인은 본인의 것이 된다.
3. 돈을 써라
업계에 인지도가 있고 감각 있는 디자이너들의 강연이나 세미나를 참석해라. 유료 세미나라면 더 좋다. 지불된 비용은 강연자에게는 세미나에 대한 깊이를, 우리에게는 하나라도 더 얻어가려는 동기를 더해주는 좋은 장치가 된다. 어림잡아 한 달 치 월급만 내 평생 강연에 투자하겠다고 마음먹어도, 좋은 디자이너의 감각을 본인의 것으로 옮겨오기에 충분할 것이다.
이런 노력이 언젠가는 우리에게, 스스로의 디자인 감각을 갖게 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