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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D Apr 04. 2022

잘하는 일, 못하는 일

나는 어떤 사람과 일하는 것을 선호하는가

"걔 일 잘해"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조직에서 일을 하다 보면 다양한 조직,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과 함께 일하게 된다. 그리고 호랑이가 가죽을 남기듯, 그 협업의 과정은 평판을 남긴다. 이직 과정에서 HR이 레퍼런스 체크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듯하다. 그 사람이 "일을 잘하는가(잘할 것인가)"를 직접적으로 알아보기 위해서다.


최근 몇 번의 레퍼런스 체크를 요청받았다. 그리고 생각하게 됐다. 나는 어떤 사람을 일 잘하는(잘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하는가... 고민의 과정에서 깨달은 것들이다.


생각보다 꽤 명료한 조건으로 정의된다는 것에 새삼 놀랐다.

이 조건에 특정 업무에 대한 전문성은 예상외로 포함되지 않았다.
   (프로그래머가 기획자로 이직할 때, 그 사람은 반드시 일을 못할 것인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특정 업무에 대한 경력이 잘하는 일로 반드시 연결되지는 않는다.

대체로 한 사람에 대한 업무적 평판은 크게 갈리지 않는다.


아래는 내가 생각하는 일 잘하는 사람의 공통 조건이다.

(먼저 고백하건대, 아래 기준에 나는 결코 일 잘하는 사람이 아니다.)


1. 약속을 지키는 것

보통 시간에 대한 약속이다. 작업물을 언제까지 전달하기로 한 약속, 어떤 요일 몇 시에 회의실에서 만나기로 한 약속, 언제까지 메일로 의견을 회신하기로 한 약속... 일의 과정에서 우리는 무수히 많은 약속을 한다. 대체로 한 가지 약속을 잘 어기는 사람은, 다른 약속도 잘 어겼다.


보통 시간 약속에 (알면서)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늦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그저 게으름에, 건망증에, 관심의 부재에 의해 늦어지고 허겁지겁 댈 뿐이었다. 당연히 작업물, 메일, 회의의 퀄리티도 별로였다.

하지만 어떤 누군가는 약속된 미팅 전에 어젠다와 관련 자료 송부를 요청해 왔고, 내용을 검토하고 의견을 준비한 상태로 정시에 회의에 들어왔다. 결과는 당연히 좋았다.


2. 메일과 문서에 오타가 없는 것

사람들은 당연히 실수를 한다. 메일과 문서에도 당연히 많은 오타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셀프 체크의 과정에서 누구나 이 실수를 줄일 수 있다. 이것은 역량과 경험의 영역이 아니다.


물론 일 잘하는 사람들은 오타만을 위해서 자발적 퇴고를 하진 않는다. 그저 본인의 업무적 행위가 상대에게 전달되기 전에, 다시 한번 차분한 호흡으로 그것을 되살펴보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오타는 자연스럽게 발견되고 수정된다. 이를 반문하면, 오타 투성이 문서나 메일은 숙고 과정에 대한 의구심을 들게 한다. 그리고 그 의구심은 불행하게도 대부분 맞았다.


3. 거짓말하지 않는 것

어떤 분야에 경력이 어느 정도 차다 보면, 자연스레 업무적 트렌드에는 뒤쳐지는 반면에 사람들의 기대감은 높아진다. 그래서 거짓말을 하게 된다. 모른다고 말하지 않고, "내가 그거 아는데, 그거 안돼. 전에 다 해봤는데 결국 안됐어... 헛수고야."라고...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던진 (특히 경력자의) 거짓말 하나는, 해당 프로젝트의 많은 가능성을 원천 봉쇄해버린다. 다행히 요새 똑똑한 후배들은 "어? 그거 되는데요?"라고 받아쳐준다. 대신 싸워주는 게 고맙고 미안하다.




이번 생각의 과정, 글을 적는 과정에서 하나의 생각이 남았다. 적어도 어디 가서 일로 욕먹는 선/후배는 되지 말자. 그건 그들에게, 나에게, 내 커리어와 일에게, 쪽팔린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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